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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때문에 “죽고 싶다”는 20대 여성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3. 19. 11:38

사채 때문에 “죽고 싶다”는 20대 여성

 

“너무 답답한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저는 잠시나마 노래방 도우미라는 일에 발을 들여 버렸습니다. 방 월세, 생활비, 세금 등… 돈 문제로 일을 시작하면서 일수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최근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입수한 강희숙(가명·20대) 씨의 글이다.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돈줄이 막히면서 사실상 연 대출금리 49% 이상의 대부업체나 무등록 사채업자를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강씨의 경우 사채업자에게 돈을 못 갚는다는 공포감 때문에 냉정한 대응을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 연예인의 이름까지 사칭한 일수·대부 전단지. 경제위기 속에서 생활비 마련 등으로 고리대업자를 찾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

 

200만원 빌렸는데 서류에는 더 많이 기재

 

강씨는 “200만원을 빌렸지만 서류 작성 때는 그 이상의 금액을 적었고, 보증인도 세웠다”고 했다. 문제는 다음에 생겼다.

 

“그런데 솔직히 그(노래방) 일을 도저히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일수 돈을 다 갚지 못한 상황에서 그만둬버렸고, 다른 일을 하며 갚아보려 하다가 그것도 안 되었습니다. 제 나이 22살에 그 사람들이 무서웠습니다, 은행에서 빌리는 돈도 아니고 사채나 다름없으니까요.”

 

겁에 질린 나머지 강씨는 연락도 끊어버렸다. 불황기라 일자리 찾기조차 어려운 처지여서 갚을 길은 보이지 않았다. 일수업자는 강씨 가족에게 연락을 했고, 그 과정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듯하다. 강씨는 “가족에게는 노래방 일을 잠시나마 했던 것도 숨겼고, 일수 돈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하루 죽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강씨는 얼마 전 법원에서 온 서류를 받았다(어떤 내용인지 확실하지 않다. 사채업자가 채무자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법원 우체국에서 서류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서류를 먼저 받았기에 가족들은 여전히 상황을 모른다고 한다. 다음은 강씨의 말.

 

“집에서 알게 될 바엔 죽는 걸 택할 거예요. 그런 서류가 띄워지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집에 차압 같은 거 들어오나요? 그리고 저는 200만원을 빌렸지만 서류에 2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적었는데, 법적으로 그렇게 적는 게 맞나요? 또 일수 돈은 불법이 아닌가요?”

 

강씨는 “자꾸 연락오고, 서류가 오고… 하루하루 너무 무섭다”며 상담 받을 곳을 문의했다. 사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강씨는 더 불안해하고 있었다. 채무자가 겁을 집어먹는 순간 사채업자는 더 강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냉정한 대응이 필요했다.

 

 

 

 

 

일수업자 불법 많아, 녹취 등 침착하게 대응해야 유리

 

 일단 일수업자의 등록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일수업자가 대부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이자율은 연 30%(이자제한법령상 최고금리)로 제한된다.

 

특히 일수업체의 경우 연 수백%의 불법 고리대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채무액을 초과하는 서류 작성 역시 규제 대상이다.

 

다만 20대 초반의 강씨처럼 개인으로서 혼자 일수업자와 대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 때는 무료로 법률상담 및 소송진행을 도와주는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번)의 도움을 받을 만하다. 채무자 관련단체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강씨에게는 보증인과 가족들에게 문제를 솔직하게 밝히고 함께 방안을 모색하시라고 권했다. 채무자가 마음을 바로잡고 정정당당하게 대응하면 사채업자 자신도 폭력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씨도 가족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지난 16일(월) 부산지역에서 채무자 부부가 자살하는 등 빚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리대업체는 텔레비전 광고까지 하지만 규제의 정도는 미미한 실정이다.

 

고금리 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 당장 위기에 놓인 가정으로서는 개인파산제나 개인회생제 등 공적 채무조정제 이용, 고리대업자의 불법 대출이나 빚 독촉에 통화내용 녹취·경찰 신고 등 침착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강씨가 자살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란다. <끝>

 

2009년 3월19일(목)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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