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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하며 변신을 꿈꾸는 '오륙도'은행원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2. 27. 14:02

사회 공헌하며 변신 꿈꾸는 ‘오륙도’ 은행원

은행 지점장 출신의 컨설턴트 이덕수 씨…서민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점장 희망

 

람이 50세를 넘기면 인생관을 바꾸기 어렵다고 하지만, 50대 후반의 전직 은행가인 이덕수 씨는 이런 통념에 도전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씨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대출업무를 맡던 은행 지점장이었다. 지금은 가난한 사람들의 은행가인 유누스 박사를 꿈꾸고 있다. “서민에 도움이 되는 마이크로크레디트(MC: 서민 대상의 장기저리 소액대출기관) 은행의 지점장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2008년 이씨는 (사)사회투자지원재단 등 4개 단체가 합동 진행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전문가 양성과정의 광고를 보고 별 기대 없이 최고경영자(CEO) 반에 등록했다. 처음엔 교육 내용에 불만이 많았다. 전직 은행 지점장의 눈으로 보기엔 전문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기에는 내용이 미흡했어요. 하지만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한 여러 지원센터와 사회적기업을 보면서 사회복지라는 영역을 새롭게 생각했어요. CEO 반에 문제 제기도 많이 했지만, 교육과정에서 저소득층의 현실을 알았고,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깨달았습니다.”

 

소위 ‘오륙도’라고, “50~60대에도 월급을 받으면 도둑놈”이라는 얘기가 있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발생한 서글픈 말이지만, 스스로 직장(MC 지점)을 만들어 활동하겠다는 이덕수 씨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단순한 월급쟁이로서가 아니라, 자력으로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만들어 CEO가 되고 싶다는 이씨를 말이다. 60대 청년 이덕수 씨의 새로운 꿈을 물어봤다.

 

 

 

분당·강남 지점장 등 33년간 은행 근무

 

―지금은 어떤 일을 하십니까?

 

“주로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경영 컨설턴트 업무를 합니다. 4년쯤 됐어요. 원래 하나은행에 근무하다가 2002년말 52세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을 인수하던 때죠. 1970년 1월부터 서울은행에서 근무했으니까, 33년간 은행 일을 했죠. 분당지점장, 강남지점장 등을 거쳤고 퇴직 당시는 시흥지점장이었습니다.”

그 뒤에는 한 중소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2년쯤 있었고, 이후 프리랜서로 경영 컨설팅을 시작했다. 경영지도사(기업 진단과 컨설팅 업무를 하는 전문직)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주로 제조업체의 경영 자문을 하신단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즉 MC 교육과정은 어떤 계기로 참여하셨는지요?

 

“저는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도 컨설팅을 맡고 있어요. 우연히 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MC 교육 공고문을 봤죠. 금융업에 종사했기 때문인지 MC 영역도 배우고 싶었어요. 마감 전날 등록했습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이씨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자문을 한다. 센터와 연계해 여러 번 현장을 찾아가 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다.

 

―어떤 지원을 하시는지요?

 

“중소기업 사장이나 영세 자영업자나 자금 조달과 마케팅 부분을 어려워하죠. 제가 자신 있는 부분은 자금조달 쪽입니다. 정책자금의 활용방안, 담보대출 받는 법 등을 가르쳐 줍니다. 작년 9월 이후 자영업 인프라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죠. 큰일입니다.”

 

―자영업자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창업 준비를 착실히 했으면 해요. 이 영역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퇴직금 2억~3억원을 가지고 뛰어드는데, 마케팅 전략이 뚜렷하지 않고 전력투구하겠다는 자세가 없어요. 막역히 목 좋은 데 잡으면 되겠지 생각하죠. 자영업은 맨땅에 헤딩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창업 전 1~2년 동안 현장 경험이 중요

 

처음부터 장사하던 사람은 큰 실패를 하지 않지만, 직장인 출신은 90% 이상이 점포를 잘못 운영한다고 한다. 창업하기 전에 최소한 1~2년은 현장 경험을 쌓아야 자영업에 뿌리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점은 사전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이덕수 씨는 강조한다.

 

―마감 전날에 등록하실 만큼 MC를 공부하시고 싶은 동기가 있었는지요?

 

“뉴스에서 유누스 박사와 그라민뱅크를 봤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죠. MC 전문가 교육과정을 들으면서 내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MC기관에서 대출받은 서민은 2만명을 넘지 않는 듯해요. 우리나라 빈곤층이 약 1000만명이라 할 때 0.2%밖에 안 되는 숫자죠. 수혜자들이 2~20%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 대출 손실이 있겠지만, 일하고 싶어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구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육과정에서 새로 느끼신 점이라면?

 

“은행원의 고객은 부유층이고, 대출도 담보나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이뤄지죠. MC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회 피라미드 구조의 최하층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취약계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도 있어요. 이런 빈곤층을 대상으로 몸으로 헌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은행에 다닌 분이나 선생님 연령대의 분들은 가치관이 고정됐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많습니다. 선생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모른 척해도 생활에 지장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1000만명의 빈곤층 중 3분의 2는 선량한데도 정보나 인맥 등이 없어서 빈곤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을 돕자는 것이 내 소신입니다. 기회는 공정해야 하니까요.

 

―MC 교육과정에서 현실과 다르거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마이크로크레디트 역시 금융업의 일종입니다. 교육생 중 3분의 2는 자활센터에서 오셨던데, 이런 분들은 물론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금융 개념보다 저소득층을 돕는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금융업은 속된말로 돈 장사이거든요. 유누스 박사도 기존 은행에서 하지 않던 돈 장사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어요. MC 프로그램은 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금융마인드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효율성과 현실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덕수 씨는 “교육과정은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수박 겉핥기로 끝난 듯하다”며 “우리가 전문가라고 자부하기 부족함이 있다”고 말했다. 몇 번이나 아쉽다고 하면서도 의욕이 충만한 50대 후반의 마이크로크레디트 CEO 지망생이었다. <끝>

2009년 2월27일(수)

'희망인프라' 재단법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인적자원과 사회적자본의 투자를 통해 저소득층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개발과 사회양극화 완화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재단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ksif.kr/ 입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신나는조합, 사회연대은행, 한국창업교육협회와 함께 보건복지가족부의 후원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