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날까” “권리금 날릴까” 조마조마한 자영업자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신음 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상가 세입자는 임대료 납부조차 힘든 상황에서, 건물주의 임대차 계약해지 요구가 있을까 봐 조마조마하죠. 특히 상인들은 계약이 해지되면 권리금 회수 문제로 큰 타격을 받습니다.
보통 자릿세나 시설비 등으로 상인끼리 거래하는 권리금은 임대차 관계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자영업자는 꼼짝없이 수천만원~수억원의 권리금을 날려야 합니다. 임대차 관계가 세입자에게 워낙 불리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지레 걱정부터 하는 자영업자도 있죠.
[[ 사회투자지원재단 근처의 상가들. 가운데 공사 중인 식당은 점심 먹으러 자주 가던 곳인데 문을 닫았군요. 불황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
계약 해지되거나 건물주 바뀔까 봐 조마조마
부산광역시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서민자(가명) 씨의 사례도 비슷합니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70만원에 2년 계약을 했는데 5월의 계약 만료일이 코앞에 다가왔지요. 전세권 설정까지 해놨지만 계약 해지가 되면 허사라 조마조마하다고 합니다.
“요즘 경기가 녹녹치 않아 힘들긴 하지만, 그동안 (장사하느라) 애쓴 게 있어 당분간 버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상가 주인이 건물을 내놓은 상태라 요 며칠 동안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자주 가게를 보러 옵니다. 우리 점포가 웬만큼 자리 잡은 상태인데, 새 주인이 가게를 운영하겠다며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에요.”
서씨는 “계약 만료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라며 “임대차 계약서에는 ‘시설비나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불안해합니다.
다행히 서씨의 경우는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총 5년 동안 임차권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죠. 보증금과 월세가 지금보다 훨씬 높으면 안 되지만, 서씨의 임대차 조건은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될 만큼 임대료가 저렴합니다(아래에 이 법이 보호하는 임대료를 적었습니다).
물론 5년 뒤에는 서씨 역시 건물주의 선택에 좌지우지되는 운명을 겪을 것입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도록 대폭 바뀌어야겠지만, 당장은 이 법에 의지할 방법밖에 없죠. 그나마 서씨의 경우는 아래의 사례에 비하면 낫다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권리금, 건물주가 꿀꺽?
수원에서 비디오 숍을 운영하는 정진규(가명) 씨는 1990년 인수 당시 권리금을 지불했고, 그 뒤에도 가게를 확장하느라 옆 점포에 또 권리금을 줬다고 하는군요. 2005년에는 건물 신축 때문에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10개월을 허송세월했다고 합니다.
2006년 3월부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으로 계약한 정씨는 2008년 6월에 건물주에게 허락을 받은 뒤 새 임차인을 구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건물주는 정씨에게 “권리금 수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계약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정씨의 말을 들어보죠.
“들리는 소문에는 임대인이 점포를 사용한다느니,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챙기려고 저를 쫓아내려 한다는 소문이 들리네요.”
한두 달 전 건물주는 정씨가 구한 그 임차인과 직접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정씨는 ‘물을 먹은 셈’이 된 것이죠. 건물주와 새 임차인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권리금 수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이런 사실이 있었다고 해도 정씨가 돈을 받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정씨의 경우도 20년 가까이 임대차 관계를 유지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하겠군요. 실제로 서울의 한 한식당에서 2년만에 건물주가 나가라고 해서, 몇 억원의 권리금을 날린 사례도 있으니까요.
불황기에는 권리금 수수가 더 어렵게 마련이고, 임대료 납부조차 여의치 않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 안정된 임대차 관계는 필수적인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상가 세입자의 내일은 불안정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밤낮과 휴일도 가리지 않은 채 장사에 매진하고 있지요. 이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끝>
2009년 4월13일(월)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일정한 액수의 환산보증금에 해당되는 영리법인이나 등록 자영업자만 보호합니다. 2008년 8월21일 이후에 임차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특별시: 2억6000만원(2001년 11월1일~2008년 8월20일은 2억4000만원) 이하
-수도권 중 과밀억제권역(서울시 제외): 2억1천만원(1억9000만원) 이하
-광역시(군지역과 인천 지역 제외): 1억6천만원(1억5000만원) 이하
-그 밖의 지역: 1억5천만원(1억4000만원) 이하
※환산보증금은 그냥 보증금이 아니라 ‘보증금+월차임(월세·부가세)×100’입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차임 200만원이라면 환산보증금은 [보증금 3000만원+월차임 200만원×100]=2억3000만원입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위기 상황에 자영업자에게 임대차상담·지원제도 안내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위기탈출 자립지원 정보센터’ 운영을 추진 중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