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SM에 이어 청소시장까지 진출한다면?
대기업, SSM에 이어 청소시장까지 진출한다면?
요즘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 때문에 골목상권이 붕괴된다며 아우성이 높습니다. 대기업이 동네 상점을 다 죽인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쓰레기 수거 시장에서도 영세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폐기물 관리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대기업의 생활쓰레기 수거 등 청소시장 진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현재 소각장 등 큰 자본이 필요한 영역에서 일부 대기업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쓰레기 청소 행정(단독주택 지역에서 시행)을 민간업체에 장기간 위탁하면서 특혜 소지와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해 대규모 사업이 가능하도록 영업구역을 확대하고, 수의계약 방식에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은 필요하겠지만, 영업구역 확대나 입찰에서는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영세업체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말고 청소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방법은 없을까요.
[[ 우리나라의 재활용 업체인 (주)플러스에서 종업원들이 재활용품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으로서 이윤과 함께 취약계층 고용, 환경 보호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합니다. ]]
재활용으로 환경보호, 취약계층 고용하며 이윤 추구
벨기에의 떼르(Groupe Terre)라는 회사는 재활용 부문에서 활약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원래는 제3세계 지원을 하는 비영리단체였지만, 1980년대부터 재활용품의 수거와 판매업에 종사하며 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지요.
총 직원은 약 300명으로, 이중 70%가 장기실업자 등 취약계층입니다. 우리나라의 희망근로처럼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가 아닙니다. 실무자와 참여자의 구분이 없으며, 동료 및 상사에게 직책 명을 붙이지 않고 이름이나 애칭을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로 치면 ‘과장님’ 대신 ‘호랑이 상사님’이라고 부르는 식이겠지요.
기업 내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1.7배 이하라고 합니다. 판매 수익은 기업, 지역 단체, 제3세계 지원에 쓰인다는군요. 현재 섬유, 폐지, 선별, 건설, 절연기, 소음 차단 제품 분야의 6개 회사로 발전해 있습니다. 특히 조사연구팀을 만들어 지속적인 고용안정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활용 분야는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무한한 곳입니다.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고용이나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일정한 지원만 들어가면 대기업이 없더라도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업 활동이 가능합니다.
[[ 경기도 남양주시의 사회적기업인 한국컴퓨터재생센터. 12명의 직원이 연간 1만5000대의 컴퓨터를 재생산하고 있어요. 취약계층 고용을 15명 더 늘리고, 연간 3만2000대 재생을 목표로 한답니다. ]]
재활용 사회적기업의 효율이 월등히 높아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종류의 재활용 관련 사회적 기업이 30여개가 있습니다. 이중 선별장(재활용 품목에 따라 분류·정리하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업체도 9개쯤 되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선별장은 재활용품 분리 효율이 80% 이상으로, 지자체의 직영업체나 다른 민간업체보다 월등히 높다고 나왔습니다.
최고 54.7%의 차이까지 보였으니, 재활용 사회적기업의 위력을 알 만합니다. 다만 사회적기업 역시 영세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들어오면 얼마나 버틸지 장담하기는 어렵군요. 실제로 사회적기업과 일반업체가 양분하던 한 광역시의 재활용 시장이 자금력을 앞세운 업체에 의해 일시에 허물어진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 서울시는 사회적기업에게 선별장 시설의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서울에 이런 시설을 갖춘 행정구가 14개라니, 만일 실현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날로 위험성이 커지는 온난화와 자원 고갈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소득층이나 장기실업자의 고용 지원에도 일정 보탬이 되겠지요.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입니다.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제도 개선, 재정 지원, 사업 위탁 등 눈에 들어오는 구체적인 사회적기업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지요. 대기업이 동네 슈퍼나 쓰레기 처리까지 장악한다면 원성만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뒷받침만 된다면 서민들의 기업도 충분히 효율적이고 투명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끝>
2009년 8월3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