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청년에겐 잃어버린 자부심부터 찾아주세요
실업 청년에겐 잃어버린 자부심부터 찾아주세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8.4%로 전체 실업률 3.9%의 두 배 이상입니다. 여기에 취업 준비생이나 구직 단념자를 포함할 경우엔 15%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직을 제외해도 젊은이 6~7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지요.
이미 유럽에서는 장기 실업 청년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자리 찾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구직 지원 제도 자체의 운영도 쉽지 않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좌절감에 빠진 상태라 스스로 일자리를 찾으려 나서지 않거나, 직업훈련기관에 등록해도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약물에 중독된 경우도 있지요.
우리나라 역시 장기간 취업 준비만 하는 청년 니트족이 113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제 불황으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에 상실감부터 맛본 청년층에게는 다른 식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한 직업학교의 취업설명회 장면. 유럽이나 우리나라나 장기 실업 청년에게는 잃어버린 자아 찾기가 중요합니다. ]]
직업훈련보다 자아·정체성 찾기에 주력
덴마크 북서부에 위치한 니쾨빙 뢰르비히 지방자치단체는 2001년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지역 내의 실업 청년에게 새로운 구직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 지자체는 직업훈련만 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자아와 정체성을 되찾고 개인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임으로써 일자리 찾기에 나서기를 바랐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할수록 취업에 걸림돌이 됩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할 수 없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도록 교육의 초점을 맞추지요.”
이 지자체의 사회건강 서비스 담당자가 한 말입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 대부분은 인생에서 너무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직업시장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액티브 2001(Aktiv 2001)’로 명명된 프로그램은 먼저 2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였습니다. 참여 청년들은 모두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겪고 있었고, 상당수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상처 받은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 덴마크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인어도 유명하지만 사회복지 역시 발달한 나라입니다. ]]
기본지식 및 체력 훈련, 동기 부여 위한 개별 면담
13개월의 총 과정에서 덴마크어, 수학, 영어, 컴퓨터 등의 기본 교육과 수영, 근육 훈련 같은 운동수업이 이뤄졌습니다. 구체적인 기술훈련이 거의 없다는 게 특이하지요. 대부분 지식이나 체력 같은 기본 자질을 강화하는 내용들입니다.
동기 부여를 위해 정기적인 면담도 개별적으로 실행됐습니다.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능력에 믿음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특히 자신의 미래에 책임감을 부여하는 상담이 이뤄졌습니다. 담당자의 말입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교육과 상담을 받고 사고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접근 방식을 ‘신념 효과’(Credo Effect)라고 불러요. 행동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대신 긍정적인 자세를 강조하고 자신감을 키웁니다.”
말은 쉽지만 실업 청년의 마음을 세심하고 보듬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본 소양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입니다. 단기 실적이 필요한 불황기에는 당국에서도 도입하기 쉽지 않지요.
‘절반의 실패’보다 ‘절반의 성공’으로 인식
덴마크의 프로젝트 역시 성공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릅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26명 중 5명이 취업에 성공했고, 2명이 공적으로 보조 받는 일자리를 구했지만 나머지는 공적 수혜를 받는 과거의 상태로 돌아갔지요.
다만 구직에 실패한 참여자 역시 태도가 변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정규직업을 구하는 데 열의를 보이고 있답니다. 기존에는 모두 실의에 빠졌고 많은 경우 마약에까지 의지했지만, 지금은 훨씬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다네요.
현재 이런 고용지원 방식은 덴마크의 다른 지자체와 복지기관에서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절반의 실패’보다는 ‘절반의 성공’으로 이 프로그램이 안착했기 때문이겠지요. 이 점에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란 실업 청소년에게뿐 아니라 우리 정부, 나아가 사회 전체에도 필요한 가치관입니다. <끝>
2009년 8월10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