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60의 장애인 취업시키기
IQ 60의 장애인 취업시키기
2008년 우리나라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1.72%로 직원 50인 이상 사업장의 의무 고용률 2%에 못 미칩니다. 2%는 이탈리아의 7%, 프랑스 6%, 독일 5%에 한참 떨어지는 비율이지만, 우리 기업과 기관들은 최소한의 장애인 채용마저 기피하고 있습니다.
종업원 100인 이상의 사업장은 의무 고용률에 못 미칠 경우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장애인을 채용하느니 돈을 내겠다”는 기업도 상당수에 달합니다. 지난해의 경우 부담금 납부 기업은 7302개, 징수액은 1411억 원이나 된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들은 “일할 수 있는 게 장래 희망”이라는 자조와 상실감 속에 살고 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능력과 의지가 사회의 지원과 맞물릴 경우 장애는 일시적인 걸림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많은 해외 사례가 알려주고 있는데 안타깝네요.
[[ 2008년 속초해수욕장에 장애인 전용 유영구역이 처음 생겼습니다. 장애인 취업문제 못지않게 이동과 여가 활용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
까다로운 고객 대처법 등 실용교육 받고 취업 후 관리까지 실시
네덜란드의 남서쪽에 위치한 훌스트 지역에서는 한 전문학교가 학습 장애를 겪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기술 향상과 노동시장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충분한 실용교육과 취업 후의 지속적인 사후 관리입니다.
사실 기술학교나 전문학교 내에서의 교육만으로는 불충분한 장애인도 있습니다. 이런 때는 추가 관리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2000년을 전후하면서부터 훌스트 지역은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우리의 교육과학기술부쯤?)의 후원 아래 지능지수(IQ) 60~80 사이의 학생에게 특별 교육과정을 제공했습니다.
‘직업기술 실용 훈련’이라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실제와 다름없는 작업환경에서 업무를 익힙니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실전교육에 들어가는 것이죠. 동료와의 단체 활동 요령을 배우고, 까다로운 손님 상대하기 같은 임무도 수행합니다.
경험 쌓기가 프로젝트의 전부는 아닙니다. 실제 직업 연수에도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협력한 기업들과는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훈련과정이 끝나기 전에도 취업이 가능합니다.
[[ 가상 작업장에서 기술을 익히는 훈련생. 장애가 아니라 본인 희망에 맞춰서 일자리를 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94%의 장애인 졸업생이 임금 고용 유지
조교 한 명 당 여덟 명의 장애인 학생들을 맡는다고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더 어려운 것은 취업 후 관리입니다. 사회로 진출한 학생들이 해당 직업에 계속 종사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학생들은 졸업 후 2년 동안 사후 관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우리 학생들은 상처받기 쉬워요.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종종 이겨내지 못하고 회사를 떠납니다. 우리는 문제에 직면한 졸업생들이 직접 여러 관련 기관을 찾게 하고,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공합니다.”
프로젝트는 희망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2002년~2003년에는 30명 중 25명이 일자리를 찾았고, 연말에는 그 수가 더 늘어났습니다. 학교 측에 따르면 10년째 훈련에 참여한 결과 학생의 94%가 임금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사례는 개인과 지역과 기업과 국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경우 장애인들의 취업 지원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어떤 장애인의 말처럼 장애 정도에 맞춰서가 아니라 희망에 따라 일자리를 선택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됐으면 합니다. <끝>
2009년 8월27일(목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