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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환원하는 타임뱅크의 시간화폐

사회투자지원재단 2010. 7. 9. 14:59

사회에 환원하는 타임뱅크의 시간화폐

 

과거 우리의 ‘품앗이’ 제도는 농촌사회의 부족한 일손을 교환하고 이웃간의 온정과 신뢰를 쌓는 지역 공동체 문화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자본주의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금전적 대가 없는 노동이란 쓸데없는 고생으로 치부될지도 모릅니다. 연봉으로 개인의 능력과 가치로 평가되는 물질주의 시대에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 이웃간의 온정과 신뢰를 품앗이를 통해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영국의 페어 쉐어라는 타임뱅크는 지역화폐로 이웃간에 상호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주민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상호 휴먼 네트워크이자 지역 사회를 형성하는 큰 틀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화폐 운동은 1983년 캐나다의 마이클 린턴이 '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라는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특정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체계를 가리킵니다.

 

 [영국 전역에는 백여 개 이상의 타임뱅크 커뮤니티가 운영 중이며, 상호 나눔과 환원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페어 쉐어는 글로우시스터 지역의 타임뱅크 명칭이며, 1998년 1월 영국에서 최초로 타임뱅크를 설립했습니다. 시간, 기술, 기회를 필요로 하는 구성원들끼리 노동력을 상호 교환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서로를 단결시켜주는 원동력입니다. 현재는 글로우시스터를 기반으로 뉴웬트, 모턴, 스트라우드, 스톤 하우스 지역에 5개의 타임뱅크를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8백 명의 회원이 가입하여 47,000 시간을 지역사회에 환원했습니다.

 

타임뱅크는 시간 화폐제도 입니다.

 

타임뱅크에 가입하려면 상담과 신용조회 절차가 있고 성인의 경우는 신원확인을 거칩니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제공한 시간만큼 타임뱅크에 적립되고, 도움이 필요하면 적립금을 사용합니다. 만약 잔액보다 더 큰 액수를 사용할지라도 부채는 생기지 않습니다.

 

시장성의 원리를 따르지 않습니다.

 

정원손질, 집수리, 바느질, 컴퓨터수리, 악기 연주 등 노동 여하에 상관없이 모든 가치는 동등하게 평가되고 베푼 만큼 똑같이 환원됩니다. 따라서 사회적 소외계층과 약자들도 얼마든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들에게도 책임감을 부여하여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순수 자원봉사와 차별됩니다.

 

타임뱅크는 일방적 봉사와 달리 상호 나눔 입니다. 남녀노소, 문화, 배경, 능력에 상관없이 모두를 존중합니다. 상호간의 도움과 혜택을 주고 받으며 사회성과 소속감을 키우고, 낯선이와도 친교를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여유 없는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어 모두가 가치 있고 소중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합니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입니다.

 

 타임뱅크의 안전망은 노약자, 장애인이나 장기 요양 환자들이 위치를 파악하여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 입니다. 또한, 자선냄비에 적립금을 기부하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됩니다. 타임뱅크의 중개인들은 도움이 필요하거나 제공할 사람들을 연계하여 알선해주고, 신규 회원들의 가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영국 전역 800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며 남녀노소, 거주 지역 불문하고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무적인 활동 시간이 없으며 원할 때 언제나 참여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지역화폐는 대전의 지역품앗이 한밭레츠입니다. 한밭레츠는 99년 시작되어 서로가 제공할 것과 요청할 것을 공동체에 공개하여 필요한 곳에 적절한 노동과 시간, 재화가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입니다.

 

지역 화폐이자 공동체 화폐인 ‘두루’를 통하여 서로의 삶을 나눈다. 식·의·주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거래는 물론 의료, 재활용, 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과 재화를 교환하고 때로는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달할 매개체로 ‘두루’를 사용합니다.

 

현대화된 지역화폐 시스템은 지구촌 각지에서 5,000여 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품앗이 한밭레츠는 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여 매년 10,000여건의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밭레츠를 통해 형성된 관계를 통하여 대전민들레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민들레의료생협), 12년제 대안학교로서 대전 꽃피는 학교가 만들어졌으며, 현재 대전지역의 호숫가 마을 품앗이 등 4개의 마을별 품앗이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올 하반기부터 한국형 타임뱅크인 ‘S-머니’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들은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 받습니다, 내년에는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관련 기관, 기업들과 연계하여 폭넓고 체계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차별 없이 공동체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형성하는 초석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 이글은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글로벌커뮤니케이터(Global Communicator) 양지윤 님의 기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