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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21) 한벗해피카
사회투자지원재단
2010. 12. 21. 10:47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21) 한벗해피카 ㆍ행복 싣고 달린다, 국내 첫 장애인 관광버스 ㆍ보호자 필요 없이 휠체어 타고 안전한 이동 체계 갖춰 ㆍ통원치료·통학 특수차 대여도… 미·일선 시장 활성화 ‘71다1135.’ 숫자와 한글이 조합된 배열만으로는 전혀 특이한 게 없지만 이 번호판을 단 차량은 매우 특별하다. 사회적기업 ‘한벗해피카’에서 운행중인 국내 유일의 장애인용 관광버스다. 7월8일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유인촌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시승식이 열린 뉴스의 주인공이다. 외관상으로는 기존 대형 관광버스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꿈꿔온 버스다. 사실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여행이나 관광은 엄두를 내지 못할 활동이었다. 사회 전반에 장애인용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장애인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다른 관광객의 시선도 문제였지만, 그건 차후의 일이었다. 당장 장애인들이 타고 이동할 교통수단부터 만만치 않았다. 장애가 심한 사람은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휠체어에서 내려 다른 이의 등에 업혀 승·하차해야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부피와 무게 때문에 전동 휠체어 대신 접이식 수동 휠체어를 가져갔다. 승·하차, 이동 등 집을 나서서 돌아올 때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승용차가 있기는 했지만 수용 대수가 최대 3대에 불과해 장애인끼리 단체로 여행할 수는 없었다.
‘71다1135’ 번호판을 단 장애인용 관광버스는 그냥 한 대의 버스가 아니라 이처럼 수많은 장애인들의 비원이 담긴 이동수단이다. 전자동인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돼 있어 장애인이 혼자 차를 타고 내릴 수 있다. 차량 실내 바닥에 레일을 깔아 휠체어를 수용한다. 좌석이 이동식이어서 필요에 따라 좌석을 앞 뒤로 밀고 휠체어를 배치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인 기준으로 43인승인 버스는 최대 휠체어 10대와 일반 좌석 18개로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 휠체어를 고정벨트로 묶도록 해 버스의 흔들림에 휠체어가 움직이거나 넘어지는 위험을 예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조비 7000만원을 지원받아 장애인용으로 개조된 국내 1호 장애인용 관광버스의 면모다. 이 특별한 버스를 소유한 ‘한벗해피카’는 장애인 지원 사회복지법인 ‘한벗재단’이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국내 유일의 장애인 전용 차량 운행 및 렌털업체이다. ‘한벗해피카’의 사업분야는 크게 장애인의 이동과 여행이다. 정기적인 통원치료 및 통학, 혹은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특수차량을 이용한 이동 서비스가 널리 알려져 있다. 대형버스나 복지차량을 대여하기도 한다. ‘이동’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항공권 판매, 호텔 예약 등 일반 여행 서비스와 더불어 노인·장애인에 특화한 장애인 전문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 ‘한벗투어’를 운영한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복지차량 이동서비스에는 숙련된 장애인 보조인인 운전기사가 운전과 돌봄 서비스를 병행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집 나오는 순간부터 귀가할 때까지 보호자 없이 안전 이동을 책임진다. 장애인용 관광버스와 마찬가지로 리프트가 장착된 복지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승·하차시 큰 어려움이 없다. 장애인을 위한 각종 보조기구 또한 차 안에 비치돼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장애인 콜택시와 시장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를 우선 이용하라고 장려한다. 비용도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는 장애인 콜택시에 비해 50%가량 비싸다. ‘한벗해피카’ 예약 이동서비스의 주 고객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3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사람 등 정기적인 통원자나 통학자가 ‘한벗해피카’를 주로 사용한다. 장애인콜택시 미운행 지역인 수도권에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도 고객이다. 정기적인 이동이 아니어도 하루 전에 예약하면 공항이동 등 개인적인 일에 이용할 수 있다. 연간 5000여명의 난치병 장애인이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특수차량 대여서비스도 ‘한벗해피카’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등의 시설이 장착돼 있음에도 일반 렌터카 요금의 60~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총 10대의 휠체어를 수용할 수 있는 앞서 언급한 장애인용 대형 관광버스, 휠체어 1인 포함해 5인승인 일본제 슬로프 차량 이외에도 중형버스·승합차 등 총 8대의 특수차량을 빌릴 수 있다. ‘한벗재단’ 백진앙 이사장은 “일본에는 특수차량 렌털업체가 300여개에 달해 장애인들이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한벗해피카’ 단 하나의 기업만이 존재해 공급이 수요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원하지 않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백 이사장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장애인 이동서비스 시장은 활성화해 있다”며 “하루 빨리 ‘한벗해피카’의 독점이 깨져 장애인들이 많은 서비스 업체들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벗해피카’는 여행사 ‘한벗투어’를 통해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여행을 사업화하고 있다. 단순한 이동도 힘겨워 하는 장애인이 여행까지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부담은 고사하고 물리적으로도 힘에 부친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뿐만 아니라 동행인 또한 여행이라기보다는 고행길이 되기 십상이어서 이래저래 여행을 꿈꾸질 못한다. 그래서 고안한 게 장애인과 가족 모두에게 잠깐의 휴식을 제공하는 레스파이트(Respite)여행이다. 복지 개념의 레스파이트 여행은 중증장애인이나 장애노인 혹은 재가 환자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숙박여행으로 장애인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쉼의 기회를 준다. ‘한벗해피카’의 여행은 장애인에게 동행인이 따라붙는지와 무관하게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배치한다. 장애인은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고 가족은 가족대로 모처럼 간병에서 떠나 잠시 쉴 수 있는 여정이다. 사실 장애인 못지않게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이 겪는 피로는 대단하며 마땅히 피로를 풀 기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한벗해피카’는 장애인과 일반인을 포함해 10여명 정도의 소규모로 여행을 많이 기획한다. 3박4일 일정의 제주도 관광을 비롯해 내장산 단풍관광과 설악산·속초·정동진을 둘러보는 2박3일의 여행상품도 있다. 특히 케이블카와 유람선을 타고 한려수도를 조망하는 통영관광에 신청자가 많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맞춤여행도 가능하다. 레스파이트 여행의 상품가격은 2박3일 일정일 때 장애인과 가족 1인까지 8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비용은 지자체나 기업 등이 보조한다. 지자체와 기업의 보조 금액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장애인의 자기부담 금액도 매년 달라진다. 레스파이트 여행 이외에도 국내외의 여러 여행지를 대상으로 다양한 여행상품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 11월 4개월의 사전답사와 준비 끝에 지체중증장애인 15명, 활동 보조인 11명 등 총 26명이 태국으로 관광을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스위스 뉴질랜드 등을 장애인과 함께 다녀왔다. 사전 현지 답사를 통해 장애인을 위한 최적 여행지를 계획할 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대신할 숙련된 보조인을 준비하는 게 필수다.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해외 관광을 다녀온 현실과 비교하면 장애인 해외 관광은 이제 거의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안치용 ERISS 소장 허건(고려대 2년)·김현우(중앙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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