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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29) CNH종합건설
사회투자지원재단
2010. 12. 21. 10:52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29) CNH종합건설
ㆍ자기가 살 집 짓는 자세로 ‘착한 건물’ 짓는다
ㆍ성실시공·하자 즉시 보수로 건축주들이 고객 소개해줘
ㆍ건설 기술자들 모여 창업 ‘노동자가 주인인 회사’ 겨냥
소외는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후 수많은 사상가와 지식인들이 끌어안고 고민한 화두였다.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노동으로부터 인간의 소외였다. 더 정확하게는 노동으로 창출된 가치로부터 노동자가 소외되는 것으로, 따라서 그 가치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자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은 희망의 깃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덜 떨어진 사람쯤으로 취급받는 시대다.
건설분야 사회적기업 CNH종합건설은 이런 덜 떨어진 ‘탁상공론’을 경영원칙으로 지키는 기업이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CNH건설은 고용 직원 8명, 시공능력 순위 1770위(2002년), 자본금 5억4000만원의 겉보기엔 그저 자그마한 동네 건설업체이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건설업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철학적인’ 건설회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CNH건설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건 2008년 12월이고, 설립은 2000년이지만 출발시점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짧지만 의미있는 역사가 현재의 CNH건설을 말해준다.
92년에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빈민지역의 사회복지시설 ‘나눔의 집’이 화재로 불타버렸다. 그때 ‘나눔의 집’으로부터 평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던 봉천동 일용직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나눔의 집’을 새로 지었다. 당시 ‘나눔의 집’을 운영하던 성공회 송경호 신부는 이 모습을 보고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제안해 출범한 것이 ‘나누며 섬기는 건설노동자 협동조합(약칭 나섬 건설)’이었다. 이에 앞서 90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하병섭 목사는 비슷한 형태의 일용직 건설노동자 조합 ‘일꾼두레’를 만들었다. 93년 나섬건설과 일꾼두레가 합쳐져 ‘나누며 섬기는 일꾼공동체 노동자협동조합 두레(약칭 나레건설)’가 만들어진다.
건설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협동조합 형식으로 설립된 나레건설은 당시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조합원이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건설회사. 기업이익도 골고루 함께 나누는 회사. 건설노동자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업계의 현실에서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의 등장은 매우 진보적이며 동시에 충격적인 실험이었다.
그러나 ‘노동자가 주인 되는 건설회사’는 순항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비용이 너무 과도해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됐기 때문이다. 모든 조합원들이 토론과 투표로 의사 결정을 하는 데서 오는 비효율이 심했다. 나레건설 설립에 참여하고 지금 CNH건설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승우 대표이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하는 데 시간이 어찌나 많이 걸리는지, 하루는 관악산 등반을 하면서 회의를 했는데, 저녁 무렵 하산할 때까지 결정을 못 내린 적이 있다.”
영업 부문에서 수개월 공을 들여 따낸 계약이 회의에서 거부당하는 사례도 많았다. 도덕적 해이도 나타났다. 근무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작업 시간을 늘리기 위해 주어진 임무를 고의로 천천히 수행하는 노동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기술 부족은 더 큰 문제점이었다. 나레건설은 기능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결성된 조합이어서 기사 자격증을 갖춘 기술자가 별로 없었다. 견적을 내는 능력이 부족해 제대로 비용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 심지어 손해 보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95년 10월 나레건설이 해체된 건 구호만 앞세운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었다.
CNH건설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2000년에 새롭게 출발한 다른 형태의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이다. 나섬건설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이승우 대표가 과거의 학습을 토대로 CNH건설을 디자인했다. CNH건설은 기능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나레건설과 달리 ‘종합건설’이란 회사 명칭이 보여주듯 현장 소장이나 건축 기사 등 전문 기술인력이 모여 출발한 회사다. 직원 8명 중 경리를 제외한 전원이 한두 가지의 건설 관련 자격증을 갖췄다. 나레건설이 문을 닫고 CNH건설이 문을 열기 전까지 이 대표 등은 다른 일반 건설 회사에 입사했다.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시간을 쪼개 공부해 관련 자격증을 땄다. 도면조차 읽지 못한 상태에서 악전고투한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CNH건설은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협동조합에서 비롯한 경영상의 비효율을 극복하려는 취지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의 과다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설립과정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그러나 종국에는 나레건설에서 품었던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로 발전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건물을 한 채 지을 때 시공사는 작업공정마다 각기 다른 기능공들을 필요로 한다. CNH건설 같은 소규모 회사는 일감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작업마다 필요한 기능공들을 하청 형태로 쓸 수밖에 없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건설기능 노동자 조합을 성사시키려면 일감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고, 결국 회사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 것이다.
CNH건설은 장기적으로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를 꿈꾸면서 현재는 ‘건축주가 건물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외는 노동과 노동자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소외가 있다. 예를 들어 건축주는 법적으로는 건물의 주인이지만 돈만 낼 뿐 모든 건축과정에서 소외된다. 그 결과는 부실시공이다.
이 대표는 부실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건설업계 현실에 안타까움 토로했다. “원래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은 50년이 지나면 더 강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을 지으면 20년쯤 지난 후엔 다시 새로 지어야 한다. 제대로 짓지 않았다는 뜻이다. 건축주나 시공자가 만약 자기가 살 집을 지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세를 줄 거니까 불량과자 같은 집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때로 건축주를 속여서 그렇게 짓기도 한다.”
CNH건설이 얼마나 양심적으로 시공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 어느 해 여름 강원 평창군에서 홍수가 난 적이 있다. 며칠 뒤 CNH건설에서 지어준 집의 주인이 전화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모든 집들의 지하실이 홍수로 인해 침수됐는데 CNH건설에서 지은 자기 집의 지하실만 멀쩡했다는 것이다. CNH건설에서 지은 집은 배수펌프를 가동하지 않아도 침수되지 않았다. 혹시 배수펌프가 고장났을 때를 대비해 별도로 배수장치를 시공한 덕분이었다.
건설업계에서 건축주와 시공사는 공사가 끝나면 흔히 원수 지간이 된다. CNH건설에서는 이런 일이 없다. 건축주가 오히려 고마움에 다른 고객을 소개시켜 준다. 5년 전 대학을 막 졸업하고 CNH건설에서 둥지를 튼 김자원씨는 “물론 시공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흠이 생기기도 한다. 하자가 발견되면 즉시 달려가 보수하기 때문에 건축주한테서 큰 불평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자신이 건물을 지은 동네에는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CNH건설은 모든 직원들이 자신이 지은 건축물이 있는 동네를 찾아 “내가 저 집을 지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지향한다. 물론 더 큰 지향은 건설 노동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이다. 지금은 그 비전을 실현한 방법을 찾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지만, 처음 품었던 뜻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치용 ERISS 소장·김민지(서울대 4년)·허건(고려대 2년)>
ㆍ성실시공·하자 즉시 보수로 건축주들이 고객 소개해줘
ㆍ건설 기술자들 모여 창업 ‘노동자가 주인인 회사’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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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탐방단이 지난달 2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CNH건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삼일회계법인 윤나리, 이진성 회계사, 사회투자지원재단 임동현 차장, 이승우 CNH건설 대표이사, YeSS 김민지, 허건씨.(왼쪽사진·방현석(서울산업대 1년)). |
소외는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후 수많은 사상가와 지식인들이 끌어안고 고민한 화두였다.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노동으로부터 인간의 소외였다. 더 정확하게는 노동으로 창출된 가치로부터 노동자가 소외되는 것으로, 따라서 그 가치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자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은 희망의 깃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덜 떨어진 사람쯤으로 취급받는 시대다.
건설분야 사회적기업 CNH종합건설은 이런 덜 떨어진 ‘탁상공론’을 경영원칙으로 지키는 기업이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CNH건설은 고용 직원 8명, 시공능력 순위 1770위(2002년), 자본금 5억4000만원의 겉보기엔 그저 자그마한 동네 건설업체이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건설업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철학적인’ 건설회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CNH건설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건 2008년 12월이고, 설립은 2000년이지만 출발시점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짧지만 의미있는 역사가 현재의 CNH건설을 말해준다.
92년에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빈민지역의 사회복지시설 ‘나눔의 집’이 화재로 불타버렸다. 그때 ‘나눔의 집’으로부터 평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던 봉천동 일용직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나눔의 집’을 새로 지었다. 당시 ‘나눔의 집’을 운영하던 성공회 송경호 신부는 이 모습을 보고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제안해 출범한 것이 ‘나누며 섬기는 건설노동자 협동조합(약칭 나섬 건설)’이었다. 이에 앞서 90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하병섭 목사는 비슷한 형태의 일용직 건설노동자 조합 ‘일꾼두레’를 만들었다. 93년 나섬건설과 일꾼두레가 합쳐져 ‘나누며 섬기는 일꾼공동체 노동자협동조합 두레(약칭 나레건설)’가 만들어진다.
건설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협동조합 형식으로 설립된 나레건설은 당시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조합원이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건설회사. 기업이익도 골고루 함께 나누는 회사. 건설노동자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업계의 현실에서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의 등장은 매우 진보적이며 동시에 충격적인 실험이었다.
그러나 ‘노동자가 주인 되는 건설회사’는 순항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비용이 너무 과도해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됐기 때문이다. 모든 조합원들이 토론과 투표로 의사 결정을 하는 데서 오는 비효율이 심했다. 나레건설 설립에 참여하고 지금 CNH건설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승우 대표이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하는 데 시간이 어찌나 많이 걸리는지, 하루는 관악산 등반을 하면서 회의를 했는데, 저녁 무렵 하산할 때까지 결정을 못 내린 적이 있다.”
영업 부문에서 수개월 공을 들여 따낸 계약이 회의에서 거부당하는 사례도 많았다. 도덕적 해이도 나타났다. 근무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작업 시간을 늘리기 위해 주어진 임무를 고의로 천천히 수행하는 노동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기술 부족은 더 큰 문제점이었다. 나레건설은 기능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결성된 조합이어서 기사 자격증을 갖춘 기술자가 별로 없었다. 견적을 내는 능력이 부족해 제대로 비용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 심지어 손해 보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95년 10월 나레건설이 해체된 건 구호만 앞세운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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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H건설의 공사현장.(CNH건설 제공) |
CNH건설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2000년에 새롭게 출발한 다른 형태의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이다. 나섬건설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이승우 대표가 과거의 학습을 토대로 CNH건설을 디자인했다. CNH건설은 기능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나레건설과 달리 ‘종합건설’이란 회사 명칭이 보여주듯 현장 소장이나 건축 기사 등 전문 기술인력이 모여 출발한 회사다. 직원 8명 중 경리를 제외한 전원이 한두 가지의 건설 관련 자격증을 갖췄다. 나레건설이 문을 닫고 CNH건설이 문을 열기 전까지 이 대표 등은 다른 일반 건설 회사에 입사했다.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시간을 쪼개 공부해 관련 자격증을 땄다. 도면조차 읽지 못한 상태에서 악전고투한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CNH건설은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협동조합에서 비롯한 경영상의 비효율을 극복하려는 취지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의 과다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설립과정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그러나 종국에는 나레건설에서 품었던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로 발전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건물을 한 채 지을 때 시공사는 작업공정마다 각기 다른 기능공들을 필요로 한다. CNH건설 같은 소규모 회사는 일감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작업마다 필요한 기능공들을 하청 형태로 쓸 수밖에 없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건설기능 노동자 조합을 성사시키려면 일감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고, 결국 회사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 것이다.
CNH건설은 장기적으로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를 꿈꾸면서 현재는 ‘건축주가 건물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외는 노동과 노동자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소외가 있다. 예를 들어 건축주는 법적으로는 건물의 주인이지만 돈만 낼 뿐 모든 건축과정에서 소외된다. 그 결과는 부실시공이다.
이 대표는 부실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건설업계 현실에 안타까움 토로했다. “원래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은 50년이 지나면 더 강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을 지으면 20년쯤 지난 후엔 다시 새로 지어야 한다. 제대로 짓지 않았다는 뜻이다. 건축주나 시공자가 만약 자기가 살 집을 지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세를 줄 거니까 불량과자 같은 집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때로 건축주를 속여서 그렇게 짓기도 한다.”
CNH건설이 얼마나 양심적으로 시공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 어느 해 여름 강원 평창군에서 홍수가 난 적이 있다. 며칠 뒤 CNH건설에서 지어준 집의 주인이 전화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모든 집들의 지하실이 홍수로 인해 침수됐는데 CNH건설에서 지은 자기 집의 지하실만 멀쩡했다는 것이다. CNH건설에서 지은 집은 배수펌프를 가동하지 않아도 침수되지 않았다. 혹시 배수펌프가 고장났을 때를 대비해 별도로 배수장치를 시공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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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서는 자신이 건물을 지은 동네에는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CNH건설은 모든 직원들이 자신이 지은 건축물이 있는 동네를 찾아 “내가 저 집을 지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지향한다. 물론 더 큰 지향은 건설 노동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이다. 지금은 그 비전을 실현한 방법을 찾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지만, 처음 품었던 뜻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치용 ERISS 소장·김민지(서울대 4년)·허건(고려대 2년)>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구성원 전문성 갖춰 전문건설 사업 ㆍ기업 운영방식 CNH종합건설의 CNH는 협력(Cooperation), 자연(Nature), 인간(Human)의 영문 첫 철자를 딴 것으로, 이 회사는 주식회사이지만 회사의 구성원은 주주가 아닌 자신들을 위해 일한다. 또 수익의 10% 이상을 사회복지 기부금으로 낸다. 2008년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기 오래 전부터 CNH건설은 이윤과 사회적 목적의 추구, 열린 경영구조의 실현 등을 체득하려 노력했다. CNH건설이 다른 사회적기업들에 시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자신의 몸에 맞는 조직 형태를 갖췄다. 초기의 협동조합은 관련 면허가 없는 기능공 위주의 조직이었지만, CNH종합건설은 6명의 전문 기술자 중심으로 설립했다. 벽돌쌓기·미장·창호 등 기능공이 대다수인 예전의 협동조합은 종합건설 면허가 없어 허드레 공사만 맡았다. 또 각 공정별로 작업 물량을 계속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둘째, 전문성을 확보했다. 대표에서 일반 사원까지 각종 자격증을 갖췄고, 수년간 건축업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 깐깐한 건축주들까지도 이 회사 직원들의 경력과 실력에 만족해 입소문을 낸다. 셋째, 총직원 8명 중 경리 직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장 소장급으로 전체 공사를 총괄할 능력이 있다. 직원마다 한 사업장을 담당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1인당 매출액이 크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특히 △영업 확장을 위한 차입 등 다양한 외부자원의 동원 △전문 건설영역 구축과 적극적인 마케팅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능공들을 조합원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건축 수주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시장경제하에서 협동조합들은 자본 조달이 용이한 주식시장의 흡인력에 노출된다. 그 결과 원칙을 잃고 단기 이익 창출에 몰두하기 쉽다. 협동조합으로 실패했다가 주식회사를 거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CNH건설을 통해 협동조합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사회적기업의 조직 형태를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동현 사회투자지원재단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