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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32)‘씨토크 커뮤니케이션’

사회투자지원재단 2010. 12. 21. 11:03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32)‘씨토크 커뮤니케이션’

ㆍ청각 장애인과 세상 사이 ‘소통의 다리’ 놓는다
ㆍ인터넷 영상전화로 수화통역 서비스
ㆍ정부지원·수익성 없지만 사회공헌 보람

사회적기업 탐방단이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사회적기업 ‘씨토크 커뮤니케이션’을 방문해 화상전화 시연 장면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YeSS 김현주씨, 사회투자지원재단 문보경 사업국장, 씨토크커뮤니케이션 성원규 대표이사, YeSS 문정훈씨, 한 사람 건너 YeSS 오자복씨, 삼일회계법인 정지현 회계사, 사회투자지원재단 임동현 차장. <김정태(연세대 1년)>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가운데 누가 더 생활하는 데 불편할까. 아무래도 눈이 보이는 쪽이 조금 더 유리하겠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일상의 불편이란 신체적 불편 외에 소통의 단절이란 사회적 불편을 겪는다. 요즘은 TV에서도 수화를 병행해 내보내지만 아주 일부 프로그램에만 해당한다.

청각장애인은 흔히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면서 대화내용을 파악하지만 이해가 불완전할 때가 많다. 더 확실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수화가 동원된다. 하지만 수화 또한 일종의 언어여서 학습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청각장애인은 입을 통한 불완전한 소통이나 수화를 통한 제한된 소통에 머물 수밖에 없다.

수화통역사는 이 같은 청각장애인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비장애인의 음성 형태 언어를 수화로 옮기고 수화를 보고 음성으로 통역하는 일을 한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전체 수화통역사가 청각장애인 352명당 1명꼴에 불과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지역별로 보아도 수화통역사의 28%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편중의 문제도 있다.

사회적기업 ‘씨토크 커뮤니케이션’은 수화통역을 전문으로 하는 통신서비스기업이다. 청각장애인이 인터넷 영상전화를 이용해 수화통역센터에 연결해 원하는 사람과 삼각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인터넷 기반의 전화에 화상통화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결합했다. ‘씨토크 커뮤니케이션’의 ‘씨토크’는 ‘보고(see)’ ‘말한다(talk)’를 결합한 영상통화기술로 청각장애인의 눈과 입이 되겠다는 포부를 표현한 것이다.

지난 5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씨토크’는 자본금 6억원에 직원 10명의 정보기술(IT)벤처이지만 틈새시장을 겨냥해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씨토크’는 원래 2000년 인터넷 전화서비스 업체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2003년에 지금의 성원규 대표가 취임하고부터 인터넷 영상전화서비스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망을 보유한 대형 통신회사로부터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통신회사이다. 인터넷 기반의 음성정보 서비스를 뜻하는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에서 같은 인터넷 기반이면서 영상통화가 가능한 MoIP(multimedia over internet protocol)로 발전한 것이다.

2007년 4월 제정된 장애인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에는 공공장소에 농아인을 위한 수화통역용 수단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상의 불편을 덜기 위해선 공공장소뿐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집에 그 같은 수단이 제공돼야 한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영상통화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았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씨토크’에서 농아인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통화서비스가 선보였다. 현재 비장애인을 포함해 영상통화서비스에 적용되는 기본요금은 월 8000원. 한국농아인협회와 2007년 8월 계약을 맺어 형편이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에게는 3000원만 받고 있다. 일반인과 청각장애인의 요금차별화는 ‘씨토크’가 사회적기업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씨토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은 7000여명. 이 회사 고객의 절반이 넘는다. 과거에는 비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사업비중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반반으로 변한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개별적으로 서비스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국농아인협회가 지원하는 영상전화기를 받고 기본요금 3000원에 ‘씨토크’의 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용 단말기는 사용자가 인터넷선과 전화선에 꽂기만 하면 돼 설치가 쉬운 편이지만 필요하면 전문인력이 나가 설치해 준다.

듣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영상전화기는 유용한 소통수단이다. 당장 청각장애인들이 화면을 보면서 서로 대화할 수 있다. 기존 음성전화 시절에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청각장애인끼리는 입모양으로 이해하는 훈련이 많이 돼 있어 음성 없이 입모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 또는 수화를 할 줄 아는 청각장애인이나 비장애인과도 수화로 통화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비장애인과 전화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청각장애인인데 만일 피자를 주문한다고 치자. 전화번호부나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연락처는 금세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전화를 걸면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의사가 전달됐는지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다. 결국 전화번호보다는 지도를 확인해 직접 찾아가서 점원의 얼굴을 보면서 주문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자주 그랬겠지만 그냥 일상의 욕구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 등 꼭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소화하기 위해 외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번잡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직접 전화를 걸어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씨토크’ 전화기로 우선 수화통역센터에 전화를 건다. 화면을 통해 수화로 의사를 전달하면 센터는 원하는 피자집에 연결한다. 전화를 건 청각장애인이 피자 크기, 토핑 등을 지정해 통역사에게 전달하면 통역사는 음성으로 해당 업소에 전하고, 다시 회답을 최초의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로 들려준다.

이 같은 방식으로 청각장애인들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크게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씨토크’에 가입한 청각장애인들은 이 밖에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식구 중 누군가 쓰러졌거나, 더 심한 상황을 가정해 불이 났다고 치자. 비장애인들은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는데 장애인들은 소방서나 병원까지 직접 뛰어가야 한다면 그때 느낄 비애가 얼마나 클 것인가. 씨토크의 서비스는 청각장애인들의 생활 편의를 높일 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으로도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씨토크 커뮤니케이션’이 청각장애인들에게 유익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쪽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거의 없다. 다른 사회적 기업과 달리정부지원금도 받지 못해 거의 원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영수지는 장애인시장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수입으로 맞추고 있다. 청각장애인 사업 자체는 수익성이 없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보람에다 사회적기업 지정에 따라 얻게 되는 평판이 무형의 자산으로 쌓인다고 믿고 있다.

‘씨토크 커뮤니케이션’은 향후 독거노인 대상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국내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및 고령자 복지에 관심이 많은 선진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안치용 ERISS 소장·김현주(중앙대 2년)·오자복(연세대 2년)>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기업 운영방식…맞춤형 통신서비스 개발에 초점

“눈으로 말해요.”

사회적기업 ‘씨토크 커뮤니케이션’은 청각장애인에게 인터넷 화상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화상통신서비스는 청각장애인에게 청각 장애의 벽을 넘어 시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회사의 화상통신서비스는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에 결부된 시간적·물리적·경제적 부담도 해소하고 있다.

‘씨토크’에서 준비 중인 독거노인 화상통신서비스가 현실화하면 독거노인들이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통신은 국제전화통신료에 비해 80% 정도 저렴해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간에도 통신료 부담 없이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다.

‘씨토크’의 사례는 사회적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적이 지역주민과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면서도 영업이익도 같이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선순환 구조는 새로운 화상통신서비스 분야를 개발하는 것에 있다.

첫째 대상층에 따라 사회적 목적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맞춤형 통신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주요 고객인 청각장애인,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해 그에 기초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씨토크 커뮤니케이션이 개발하고 있는 독거노인, 지체부자유자를 위한 원격 화상서비스를 구체화해 다양한 돌봄 노동 서비스, 독거노인 문안인사 서비스 등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화상통신서비스 이용층이 넓어지면 수익이 커지고 사회적 요구도 해결할 수 있다.

둘째 더 많은 청각장애인과 취약계층이 화상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와 협력구조를 다양화해 화상통신서비스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따라 정부·공공기관 전체가 수화용 수단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에 착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청각장애인이 화상통신을 이용하도록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화상통신서비스 바우처제도가 도입될 경우 ‘씨토크’는 현재 원가수준의 통신요금을 현실화할 수 있고 더 많은 청각장애인이 화상전화를 이용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다른 업종의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간병·가사 등 돌봄 영역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화상전화를 이용해 부가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