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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13)농업기업 ‘흙살림’

사회투자지원재단 2010. 12. 21. 10:38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13)농업기업 ‘흙살림’

ㆍ유기농 재배 선도 20년…흙·농촌·환경을 살린다

그곳에선 흙 냄새가 난다. 충북 괴산군 불정면 앵천리 농촌지역에 자리한 사회적기업 ‘흙살림’은 이름 그대로 흙을 살리는 현장의 중심이었다. 뜨거운 햇볕아래 목이버섯을 따는 흙살림 농장 사람들은 방문객들에게 밝게 웃어주었다. 국내 최초로 재배에 성공했다는 목이버섯은 보기에도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웠다.
사회적기업 탐방단이 지난 22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 앵천리 사회적기업 ‘흙살림’ 농장을 방문해 목이버섯 재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흙살림 박시욱 농장장, 이태근 대표, 사회적기업협의회 차인홍 사무국장, 사회투자지원재단 임동현 차장, YeSS 이미라씨, ERISS 안치용 소장, YeSS 안선영씨.|김기남기자

흙살림의 이름으로 재배되고 있는 다양한 유기농 채소와 잡곡, 과수는 흙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정성으로 맛있게 자라고 있다. 더불어 농촌에서 새로운 사회적기업의 모델을 만들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과학화란 용어를 처음 쓰며, 국내 최초로 유기농자재의 국산화를 이룬 흙살림의 역사는 한국 유기농의 역사이기도 하다. 유기농이란 단어가 지금처럼 대중화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1991년 6월 흙살림의 모태인 괴산미생물연구회가 설립됐다. 당시 우리나라 유기농은 수준이 매우 낮아 필요한 자재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했던 괴산 농민들과 흙살림 이태근 대표. 그때 소박한 포부라고 생각한 유기농이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자각은 곧바로 찾아왔다. 나아가 유기농에 필요한 미생물조차 모두 일본에서 수입된다는 사실은 모멸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미생물을 연구할 바엔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농민들의 출자를 기반으로 1993년 6월 흙살림연구소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 괴산 주민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 대학교수들이 연구에 동참하면서 흙살림은 한국 유기농을 선도하게 된다. 연구성과는 종합토양관리제 ‘흙살림 균배양체 그린’, 광합성 미생물 ‘빛모음’, 음식물 찌꺼기 발효제 ‘부엌살림’ 등으로 구체화해 큰 인기를 얻으며 농가에 보급됐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2009년 흙살림은 매출액 80억원의 농업기업으로 성장했다. 전국 유기농가에 다양한 국산 유기농자재를 공급하면서 직접 유기농산물을 재배해 판매도 한다. 그동안 전국 2000여 농가에 친환경인증을 줬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최신 유기농법을 전수하고 이들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의 유통도 일부 책임지고 있다.

단순히 농민운동 차원에서 출발한 연구소는 1996년 농림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후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999년 이후엔 흙살림이란 같은 이름 아래 사단법인과 주식회사로 나뉘어 유기농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흙살림은 그동안 해온 사업을 하는 곳으로 교육 및 출판, 농업 경영 컨설팅, 친환경 인증 사업을 한다. 2008년 말부터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구성한 흙살림 영농사업단에서 농산물 생산과 판매도 하고 있다. (주)흙살림은 친환경농업 재배기술 연구·분석·개발, 친환경 농자재 생산·판매사업을 한다.

최근 흙살림이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영농사업단이다. 흙살림 친환경 영농사업단은 2008년 7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후 사회적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발족됐다.

사업영역은 친환경 유기농장, 친환경농산물 가공,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장터, 친환경 농산물 간식사업 등이다. 이를 통해 60명의 저소득 농민 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얻었다. 사단법인과 주식회사 흙살림의 전체 직원은 100명이다.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기존 업무를 지속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도시 사람들은 “농촌이니 자기 농사를 지어 돈을 벌 일이지 왜 따로 일자리가 필요할까”라고 물어볼 만하다. 이 대표는 “농촌 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씀”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농사만 지어가지고는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자신도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대표는 생활고에 지친 농민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봐야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상황이다. 엄밀하게 수지타산을 따지면 자기 인건비 정도도 제대로 못건진다. 거기에 잘해 보려는 생각에서 빚을 내 하우스라도 지어 새로운 작물에 도전했다가 망하면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형편에 처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이어서 흙살림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농민들에게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농민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흙살림에서 일하면 매달 고정적으로 100만원을 벌 수 있다. 농민들에게는 생활에 큰 보탬이 되는 금액이다. 농촌이야말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곳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고령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도시보다 더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농사짓는 것 외에도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면 농촌지역은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 적어도 생활고를 못 이겨 자살하는 농민의 숫자가 줄어드는 효과는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귀농(歸農)이 뿌리를 내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농사업단을 통해 시작한 직거래장터의 호응이 좋다. 판매하는 농산물이 매우 신선하고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인 데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직거래장터에서 판매되는 유기농 백미·현미는 5kg에 1만7000원, 무항생제 유정란은 한 판에 6000원, 완숙 토마토는 2kg에 7000원이다. 일반 친환경 농산물의 3분의 2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이란 농약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저농약’ 재배, 농약은 쓰지 않고 비료를 3분의 1만 쓰는 ‘무농약’ 재배,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 재배’의 3가지를 말한다.

흙살림에서 키워 판매하는 농산물의 90%는 ‘유기 재배’된 것이다. 일부 과수만 병충해 때문에 저농약 재배될 뿐 거의 모두가 유기 재배된다. 그런데도 낮은 가격에 파는 것은 유기농산물을 사회 취약계층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흙살림의 정신 때문이다.

자체 유통망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엔 흙살림 생활협동조합을 열었다. 현재 초기 조합원 300여명으로 생협을 운영 중이며, 조합원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판로 확대라는 측면과 함께 이제는 전 국민에게 제대로 된 유기농산물을 직접 공급할 시점이 됐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농민과 소비자 간 소통을 위해 월간 ‘흙살림 신문’을 발행하기도 한다. 8쪽 분량의 지면에는 지난 한 달 동안의 흙살림 소식과 유기농에 관한 정보가 게재된다. 아마 국내 유일의 유기농 전문지일 이 신문에는 해외 선진 유기농 동향도 그때그때 소개된다. 흙살림 생협은 이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통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흙살림은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 개발로 흙과 농업과 환경을 살린다’는 사명을 가지고 모든 수익금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주로 농민들로 이루어진 주주들이 흙살림의 사명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유기농의 맏형으로서, 농촌 재건의 사회 디자이너로서 흙살림은 우리 농촌을 기초부터 다시 쌓아가고 있다.

<안치용 ERISS 소장| 안선영(이화여대 4년)·이미라(동국대 4년)>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서포터스 구성 새 유통방식 실험

보통 기업은 가격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싼 원재료를 찾는다. 가장 큰 목적은 자신들만의 생존이다. 사회적 기업 올리는 모든 통념을 철저하게 바꾼다. 지역 주민의 건강 지키기, 친환경 농가 보듬기, 저소득 여성 살리기가 올리의 목적이다. 회사 이름처럼 친환경 유기농 버거를 통해 ‘모든 이에게 이로움(All利)’을 주려 한다.

햄버거는 건강의 적인 패스트푸드로 인식되지만, 올리는 이 통념을 깬다. 햄버거의 핵심인 패티의 주원료는 육류가 아니라, 두부를 만들다가 나온 콩비지다. 튀길 때의 기름은 현미유고, 빵 만드는 재료 역시 우리 밀이다. 올리의 햄버거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인 셈이다.

올리는 청주시내 2곳의 직영점과 단체 납품 외에 지역의 주부와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올리 서포터스’를 구성해 새로운 유통 방식을 실험할 계획이다. 이들은 친환경 버거의 1차 소비자이며 선전일꾼이고, 또한 자발적 판매원이다.

회사의 올해 구상은 지역 대학과 함께 올리버거의 성분을 분석해 칼로리와 효능 등을 측정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비지 패티를 특성화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올리의 현장 참여자와 경영진은 재료 문제로 종종 논쟁을 벌인다고 한다. 같은 친환경 식재료라고 해도 더 고급품을 고집하는 경영진과 현실성을 주장하는 현장 참여자 간의 논쟁은 올리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임동현 | 사회투자지원재단 사업지원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