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과 구조조정이 흔해빠진 시대에 정규직 일자리 보장과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로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기업이 있다. 그 과정에서 사장은 “자살하려고 한강에 두 번 갔다”고까지 한다. 청소용역업체인 푸른환경코리아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더 많은 이윤 추구와 함께, 저소득층 채용 등의 고유한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이다.
[[ 푸른환경코리아가 환경미화를 대행하는 서울 성공회대에서 현장직원, 대학생, 삼일회계법인 관계자 등과 함께. 사진은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
‘밥 먹여 주지 않는 이상’ 때문에 회사 문 닫기도
일반기업이 ‘정규직 축소→인건비 절감→가격 경쟁력 강화’의 공식에만 매달린 상황에서 푸른환경코리아는 지나친 이상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이 회사 정희석 대표의 말처럼 “밥을 먹여 주지 않는” 이상 때문에 실제로 한 번 문을 닫은 경험도 있다.
“1994년 서울 봉천동 철거민들이 자립을 위해 ‘푸른환경’이란 사업체를 만들고 계단 청소사업을 시작했죠. 큰 자본이나 전문기술 없이도 저소득층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생각했어요. 참 순진했죠.”
한때는 2억원 규모의 터널 청소건을 수주하기도 했지만 고용 및 비용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적자가 쌓인 끝에 1998년 회사가 망했다. 함께 일한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빚만 남았다.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정 대표는 “그때 처음으로 한강을 찾았다”고 했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지향했지만 문제가 많았어요. 돈이 어디로 세는지 몰랐고, 회사 수준에 비해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한데다 정규직이 너무 많았어요.”
푸른환경코리아의 설립은 이처럼 냉철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이뤄졌다. 정 대표와 참여자들은 이전의 사업이 경쟁력 확보보다 취약계층 구제에 너무 기울어졌다고 평가했다. 재창업을 준비하며 사원의 교육, 시장 진입을 위한 사전 준비,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1999년에 이 회사는 주식회사로 재출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금을 차입에 의존하는 바람에 돈이 궁했다. 정희석 대표는 “현금 문제로 쫓기다가 두 번째로 한강을 찾았다”고 회상한다. 당시 술을 먹으면 울 것 같아 알코올은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가 다시 망하면 50명의 종업원과 그 가정이 죽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숨 쉴 틈 없이 영업하고,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 “운영이 힘들어 한강에 두 번 찾아갔다”는 푸른환경코리아 정희석 대표. 최고경영자를 그만두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단다. ]]
정규직 고용해야 고품질 서비스 제공 가능
현재도 푸른환경코리아는 정규직 고용을 늘리고 있다. 과거처럼 이상에 치우쳐 나온 전략은 아니다. 안정적 고용이야말로 고품질 서비스 제공과 직결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정 대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8곳과 계약을 해오다, 경비절감을 이유로 한꺼번에 영업관계가 끝난 적이 있어요. 우리의 절반가격에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업체가 있었나 봐요. 몇 개월 지나 레스토랑 측에서 ‘다시 청소를 해달라’고 연락을 하더군요. 현장 매니저들이 강력하게 건의를 했다고 해요.”
정 대표는 “다른 업체의 경우 파견 직원 1인이 한 매장을 담당하지만 우리는 5명이 한다”며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규직 고용 확대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잘 들어맞은 것이다.
고품질 서비스는 참여자가 노력한 만큼 성과를 받고 경영자처럼 책임을 느낄 때 가능하다. 성과에 따라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이 회사는 최고경영자와 말단 직원의 급여 차이가 50~60%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 책임자인 팀장은 가장 궂은일부터 시작한다. 또 일반 청소용역업체와 달리 이 회사는 주 5일 근무를 보장한다.
맹목적 이상에 한 번 무너졌던 이 회사는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처음의 가치를 다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에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정 대표는 “우리가 지녀온 가치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
[[ 사회적기업은 이윤과 함께 저소득층 고용 등 고유한 목적을 추구하는 회사다. 노동부 인증을 받으면 세제 혜택 등이 주어진다. ]]
“일반회사가 돈을 최우선으로 본다면, 우리는 함께 사는 삶을 중시합니다. 저 역시 최고경영자 직은 2년만 하고 다시 청소 일을 할 겁니다. 다음 대표이사 자리는 현장 출신에게 맡기고 싶어요.”
푸른환경코리아의 경우 현장 종업원이 차기 경영진에 취임한다고 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 이사진을 포함해 대부분의 직원이 실무과정을 거치는 전통 때문이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정리해고와 경비절감이 유일한 기업 생존법인 것처럼 득세하는 시대다. 푸른환경코리아의 정규직 고용 확대,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는 효율적 경영전략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서도 가능하다는 반증을 제시한다. <끝>
2009년 4월6일(월)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저소득층 관련 사업·정책 개발과 사회양극화 완화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재단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ksif.kr 입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푸른환경코리아 등 청소업종 사회적기업의 네트워크 지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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