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끝나면 갈 곳 없어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 대책의 하나로 인턴사원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서도 인턴사원을 채용하고 있지요.
어렵게 취업한 뒤에도 인턴사원들은 서류 복사나 정보 검색 같은 단순 업무만 하다가 짧은 채용기간이 끝나면 백수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수한 실적을 내더라도 채용은 기대하기 어렵지요. 재능과 인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의 절망과 좌절은 값으로 매길 수조차 없지요.
인턴십 프로그램은 곧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경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인턴제도의 개혁이 절실합니다. 가능하면 인턴으로 재직 중인 기관에 취직까지 가능해야겠지요. 바다 저편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 디자인 회사가 실마리를 던져 줍니다.
[[ 전국 읍면동 사회복지 현장에 배치된 청년인턴들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돕기 위한 보건복지가족부의 직무교육 장면. 인턴들의 고용문제 해결도 부탁해요. ]]
최첨단 3D 가상 이미지 교육하며 고용 기회도 제공
포르투갈 마데이라라는 지역의 입체 디자인 제작소인 아르키메데스는 젊은이들에게 쓰리디(3D) 가상 이미지가 사용되는 최첨단 기술을 가르치며 고용의 기회도 제공합니다. 아시다시피 3D 기술은 디자인, 애니메이션, 멀티미디어, 영화, 건축, 웹디자인, 컴퓨터 게임, 심지어 회사 마케팅 자료 작성 등 곳곳에서 쓰이지요.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훈련과정은 참여자에게 밝은 미래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담당자의 말을 들어 볼까요.
“우리는 3D 스테레오 영화 제작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시키고 싶지만, 관련 노하우를 가지거나 기술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공인된 훈련기관으로서 전문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사람들에게 스테레오 그래픽 제작자로 일할 자격을 주기로 했습니다.”
한마디로 공인 훈련기관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족한 인력까지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요. 공공의 요구와 자사의 필요성을 적절히 조화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그 결과 보통 직업교육이나 인턴제도에서는 볼 수 없는 최상의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다시 담당자의 말입니다.
[[ 아르키메데스의 교육훈련 참여자가 만든 그래픽. 교육내용만 보면 이곳이 연구소인지 훈련기관인지 기업체인지 헛갈립니다. ]]
해부학, 물리학, 인체공학까지 가르친 뒤 정식 채용
“사전 과정으로 학생들은 그림, 수학, 기하학, 3D 시각화 기술과 함께 영어, 스트레스 관리, 창의성에 대한 시험을 봅니다. 훈련 내용은 그 자체로 웹디자인, 멀티미디어 구상, 사람과 동물에 대한 해부학과 동작 연구, 식물학, 물리학, 인체공학,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 원소라는 물 불 공기 흙에 대한 연구까지 아우릅니다.”
이쯤 되면 이곳이 연구소인지 훈련기관인지 기업체인지 헛갈릴 정도입니다. 프로그램은 12개월의 정규 교육과 3개월의 실무 교육으로 구성됩니다. 2002년에 15개월 과정을 완수한 12명의 수료생 중 7명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컴퓨터 게임이나 웹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거나 스스로 창업했다고 합니다.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끝나면 회사가 알아서 데려가는 구조인 셈입니다. 우리 인턴사원도 해당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한 만큼 배운 게 있다면 훨씬 취업에 도움이 될 텐데 아쉽기만 하네요.
교육훈련에는 외부단체와의 의미 있는 협력 과정이 존재합니다. 학생들은 ‘종합 댄스’라는 장애인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팀을 이루고, 이 단체의 장애인 무용수들이 춘 춤을 비장애인 무용수의 춤과 합성해 만화영화를 제작합니다.
만화영화에서 장애인 무용수들은 3D 이미지의 도움을 얻어 한층 완결된 동작을 구사합니다. 세계 정신장애인 농구대회의 공식 오프닝 행사에도 초청됐고, 포르투갈과 브라질 등에서 수차례 상영된 영화랍니다. 일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겠네요.
[[ 한 공공기관의 행정인턴 워크숍 장면. 인턴기간이 끝나면 추천서를 써주거나 취업을 지원하는 곳도 있지만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인턴 마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기회를!
한 기업이 훈련생과 함께 인문과학과 자연과학과 최첨단기술을 공부하고, 직업훈련을 시키고, 취업을 적극 보장하고, 사회공헌까지 나서는 구조는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서울시의 경우 1000명이 넘는 행정인턴의 업무종료가 3~4개월 남은 가운데 추천서 발급, 취업준비 지원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보다 전향적이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인턴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하는군요.
서울시뿐 아니라 인턴직을 채용한 모든 기업과 기관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입니다. 청춘의 한때를 바친 인턴들에게 실질적인 경력과 능력 개발의 기회를 주고, 가능하면 채용까지 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끝>
2009년 8월17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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