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책, 공공사업 대신 착한기업 돕는다면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부유층보다 저소득층이, 고학력자보다 저학력자들이 더 어렵게 마련입니다. 후자의 경우 막노동처럼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며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분이 많기 때문이죠.
경제 위기 때는 그런 일자리마저 사라지니, 희망근로나 공공근로 같은 단기 저임금 공공사업만이 유일한 생계수단입니다. 대규모 토목공사도 있지만 환경 파괴의 우려가 크고, 성과 부풀리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지요.
이처럼 공공사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전시용 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저학력·저소득층에게 전문기술을 가르쳐 고용을 안정시키고 세금까지 절약할 수는 없을까요. 물고기를 주는 대신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어떨까요. 벨기에의 직업훈련 사회적기업인 르퐁(Le Pont)이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 르퐁의 연수생들이 빵과 과자를 만드는 모습. 이 회사는 이윤 외에도 소외계층 일자리 제공, 유기농 재료 사용 등의 목적까지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들지요. ]]
소외계층이 유기농 빵과 과자 만들어 판매
르퐁은 ‘다리’라는 뜻입니다. 벨기에 남부 알론 지방의 리에쥬라는 도시에 위치한 회사 이름이기도 하지요. 이 업체는 1984년 저학력 소외계층의 직업교육을 위해 제과·제빵기술을 가르치며 출발했습니다. 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학업을 그만둔 사람이 대상이었지요.
2000년에는 사회적 은행이라는 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규모를 확장하고 매장과 교육장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연수생들이 만들어낸 과자와 빵을 판매까지 하겠다는 의도였지요.
교육과정은 수작업에서 기계 작업 공정까지 6개월 간 이뤄집니다. 판매장에 들른 고객은 르퐁의 빵을 먹은 뒤 평가를 해주고, 그 내용이 다시 전달되어 연수생들의 동기를 자극합니다. 전통 방식의 제조법을 지키기 때문에 소비자의 반응이 더 좋다고 합니다.
[[ 르퐁의 매장과 제품들. 고객이 맛을 평가하면 연수생들이 그 내용을 전달받고 더 분발하게 된답니다. ]]
취약계층 배려, 유기농 재료 사용, 정부 지원이 성공 요인
르퐁의 성공 요인은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연수생에 대한 배려입니다. 교육생들은 아무래도 소외계층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신적 상처를 가지고 있을 텐데, 이 회사는 학생들의 개인 문제를 상담하고 함께 해결하며 교육과 노동을 병행합니다. 직업훈련뿐 아니라 마음의 치료까지 맡고 있는 것이지요.
다음은 유기농 재료의 사용입니다. 사회적기업은 이윤 외에도 소외계층에 일자리 제공, 환경 보호 같은 사회적 목적까지 추구하기 때문에 르퐁 역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합니다. 그 결과 시장에서도 르퐁의 빵과 과자가 인정받고 있습니다.
알론 지방정부와 유럽연합 측의 지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한 소외계층 지원이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지요.
[[ 우리나라의 저소득층들이 친환경 햄버거를 만들어 공급하는 충북 청주의 사회적기업 올리(All利). 불황기에는 이런 ‘착한 기업’이 고용의 안전판으로 작용합니다. ]]
공공사업에 쏟아 붓는 세금보다 사회적기업 지원이 효율적
우리나라에도 친환경 재료의 빵과 과자 생산을 통해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을 고용하는 여러 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뜻의 올리(All利)는 유기농 콩비지 패티로 햄버거를 만들어 시민들의 건강을 풍요롭게 하지요. 장애인들이 만든 위캔쿠키는 어른의 사랑까지 받고 있습니다.
경제 불황기에는 이 같은 ‘착한 기업’이 고용의 안전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기업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효율성에 비춰 볼 때 공공사업 등에 들어가는 세금보다는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정부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 하지만 의욕만큼 실천이 따르지는 못하는 것 같네요. 사회적 은행 같은 자금지원기관 역시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언제쯤 우리나라도 저소득 소외계층의 건강한 삶과 원활한 경제 활동을 보장할 르퐁―다리를 튼튼하게 갖출 수 있을까요. <끝>
※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사회적기업, 자활공동체, 저소득층 등의 자립을 위해 공동체기금 마련을 추진 중입니다.
2009년 12월7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 소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세 때 요정에서 일한 그에게 희망은? (0) | 2009.12.21 |
---|---|
논밭 갈아엎는 농심 어루만지기 (0) | 2009.12.14 |
2주년 기념행사 참석에 감사드립니다. (0) | 2009.12.02 |
저소득층 아이들 돕는 한국 대학생, 독일 대학생 (0) | 2009.11.26 |
“아내까지 애들 버렸다면… 난 아빠 자격 없어” (0) | 2009.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