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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지역에너지 학교 참가기 - 에너지 전환, 마을에서부터 시작하자!

사회투자지원재단 2011. 7. 31. 23:29

제1회 지역에너지 학교 참가기

 

에너지 전환, 마을에서부터 시작하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사고 위험이 큰 원자력 대신 바람, 물, 태양, 지열, 바이오매스 등과 같은 대안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독일은 원자력 발전소 수명을 연장시키는 정책을 펴왔던 기민당이 원자력 발전소 반대정책을 펼쳐왔던 녹색당에게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패하는 정치적 변동을 겪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원자력 발전을 폐지하고, 대안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이 가능할까. 독일의 소식을 접하며 늘 부러움과 궁금증이 공존했다.

 

<사진> 대안에너지를 배우기 위해 참가한 강화도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들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저 멀리 통영 연대도에서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간 열린 지역에너지학교에 참가했다. 지역에너지 학교에는 강원도 화천 파로호, 홍천, 동강, 인천광역시 강화도, 충북 충주, 전북 김제, 전남 나주, 장흥, 부산 영도, 경남 진해, 서울 수유 등 전국 각지에서 20여 마을, 40여명이 참여했다. 마을을 중심으로 태양광, 태양열, 풍력, 바이오매스 등 대안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마을 이장님을 비롯하여 고등학생들까지 다양하게 참여하였다. 특히, 화천 파로호 느릅마을과 파주 지내울 마을은 각각 산림청에서 지원하는 산림탄소순환마을 시범사업지역으로, 행정안전부 평화생태마을로 지정되어 에너지 자립 마을을 위한 실질적인 연구를 위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지역에너지 학교의 처음 일정은 통영 연대도 탐사로 시작했다. 각 모둠별로 종이에 적혀진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소 조사하기, 다랭이 꽃밭 사진 찍어오기, 몽돌해수욕장 앞에 있는 조개껍질 주어오기,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 조사하기, 마을 곳곳에 있는 문패 사진으로 찍어오기, 당산나무 앞 콩짜개 군락지 사진 찍기 등등. 얼핏 보기에는 에너지와 상관없어 보이는 미션이라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참가자들은 연대도와 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 마을 에너지 자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마을과 주민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사진> 패시브 하우스 공법으로 건축된 방문자 센터

 

교육은 패시브 하우스 공법으로 건축된 방문자 센터에서 진행되었다. 2층으로 된 방문자 센터는 삼중창, 단열강화, 지열을 통한 냉난방 공급으로 외부에서 전혀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는다. 30도가 넘는 한여름에 3일 동안 4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지만, 에어컨 하나 없이 교육생들은 큰 더위를 느끼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첫째 날 저녁에는 <푸른통영21> 윤미숙 사무국장님으로부터 ‘화석에너지 제로섬 - 통영 연대도’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통영 연대도는 2007년부터 <푸른통영21>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에코 아일랜드’, ‘화석에너지 제로 섬’을 만들어가고 있다. 통영에 있는 250여 개 가운데 7개 섬을 대상으로 경관, 문화, 생태, 주민자립도, 훼손 여부 등을 토대로 답사한 결과, 연대도를 대상 섬으로 선정하였다. 무엇보다 폐교를 외지인들에게 팔지 않고 빚을 얻어서 마을 소유로 남기고 있는 점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단다. 지난 5년간 마을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는 윤국장님은 마을 주민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갔는지 나누어주셨다. 처음 주민들은 낯선 여자가 에코니 생태니 하는 말을 할 때 큰 거부반응을 보였다. 마을 주민들에게 외면 받았던 윤국장님은 다랭이 꽃밭을 가꾸고, 집집마다 문패를 만들어 주면서 하나둘 주민들의 마음을 얻으며, 주민들과 에너지 자립마을을 함께 만들어가는 친구가 되었다.

 

 

<사진> 살고 있는 이들을 설명한 연대도 모양의 문패

 

연대도에는 방문자 센터 외에도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가 패시브 하우스 공법으로 건축된다. 48가구에 공급되는 전기는 150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공급한다. 지열을 이용하여 난방에너지도 공급할 계획이다. 소규모의 마을에서 에너지 자립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연대도는 가르쳐준다. 윤국장님은 연대도의 에너지 자립 마을을 위한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왜?”라는 질문에 “즐겁고, 재밌으니까”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연대도는 화석에너지, 원자력에너지에서 벗어나 바람, 태양, 지열로 가는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 일인지 현실에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 48가구 모두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

 

둘째 날은 지난 수년간 지역, 마을, 가정에서 대안에너지 기술을 직접 실천해왔던 대안에너지 고수들, 경남 산청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님, 김일환 거제통영환경운동연합 전사무국장님, 흙부대생활네트워크의 김성원 대표님, 부안군 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님, 녹색에너지디자인 이유진 팀장님과의 대화시간이 이어졌다. 교육생들이 대안에너지, 에너지 자립마을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질문하고 듣는 시간이다. 태양광과 태양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우리나라에서 적정기술의 시장성, 대안에너지 기업, 패시브 하우스를 짓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흙집에 적합한 연료 등등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오고갔다.

 

 

<사진> 마을에너지자립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파주 지내울 마을

 

지역에너지학교의 가장 큰 묘미는 참여자들이 듣는 강의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자신의 마을에 대한 에너지 자립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었다. 그것도 수년간 직접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던 마을의 선배들과 함께.. 전북 임실 중금마을 김정흠 선생님, 부안 주산면 화정마을 김이택 선생님, 강원도 원주 노나메기 변재수 단장님은 대안에너지 고수들과 함께 교육생들이 마을 계획을 세우는데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어주셨다. 마을별 에너지 마을 계획을 통해 우리 마을이 현재 처해있는 조건을 이해하고, 마을에 대한 꿈을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에너지 자립 마을도 함께하는 마을 주민들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며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진리를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지역에너지학교에 참여하며 품었던 궁금증, 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가능할까? 다시 생각해보았다. 원자력, 석유에 기반한 에너지는 중앙 집중과 대형발전소를 필요로 하지만, 태양, 바람, 지열, 바이오매스에 기반한 대안에너지는 분산과 소형시설을 지향한다. 그렇게 때문에 대안에너지는 마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 에너지 전환은 다시 우리의 시선을 지역으로, 마을로 돌리게 만든다. 지역에너지학교는 이후 지역에너지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활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