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프랑스의 아기엄마들도 농산물 때문에 골치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3. 30. 11:33

 

“예전에 프랑스 사람들은 식탁에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얘기했죠. 요즘은 (환경오염 때문에) ‘이번에도 무사히’라고 합니다. 아기가 있는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엄마들은 본능적으로 아이들의 먹을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따라서 농작물의 생산지를 알아내고 싶어 하죠.”

 

프랑스의 농업운동 단체인 Amap(에이맵: 농업 지키기 모임)에서 책임자로 일하는 다니엘 뷔용 씨의 말이다. 2001년 출범한 Amap은 해당지역의 농산물을 지역주민에게 공급하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을 전개한다. 2008년에는 프랑스 전역에 1000개의 Amap 조직이 활동 중이며, 서유럽과 남반구에도 이 운동이 퍼지고 있다.  

 

[[ 프랑스의 ‘농업 지키기 모임’(Amap) 회원농장이 생산한 유기농산물. 회원 아이들이 흙과 친해지고 작물 재배의 투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젊은 부부의 관심이 높다. ]]

 

공정가격으로 농산물 거래하는 ‘밭떼기’(?) 시스템

 

Amap에 가입된 농장들은 특이한 가격결정 시스템을 갖는다. 인건비 등 경작에 필요한 총경비를 반영해 미리 농산물 가격을 결정한다. 시장 변동에 따른 가격의 급등락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정가격으로 거래하는 ‘밭떼기’를 하는 셈이다.

 

그 결과 농민은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소비자는 가격 급등 시에도 양질의 농산물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Amap 농산물의 가격은 대형매장에서 파는 유기농 작물보다 15%쯤 싸다. 반면에 Amap 참여농가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수익구조가 형성돼 있다.

 

Amap의 책임자인 뷔용 씨는 “환경, 땅, 물, 소비자의 건강을 가장 존중하는 방식을 추구한다”며 “회원들에게 음식의 진정한 맛을 알려준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바람직한 식습관의 기준을 제시하고, 흙과의 관계를 복원시켜 줍니다. 주변 농장에서 식량을 공급받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자신이 먹을 채소가 자라는 것을 보러 갑니다. 채소가 크고 과일이 익는 것을 보며, 그것들을 접시에 담아 먹습니다. 이런 먹을거리는 더 이상 익명의 제품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농민들에게 생산과 유통과정의 궁금한 사항을 묻고 답까지 얻을 수 있죠.”

 

현재 Amap 회원의 80%는 30~45세의 젊은 커플이라고 한다. 먹을거리에 관심이 큰 젊은 부부에게 농작물 생산의 투명성을 제공하고, 그 아이들이 흙과 친해지도록 활동한 결과다.  

 

[[ 농작물의 유통은 농민의 집, 물류 저장소, 공정무역 가게 등에서 이뤄진다. 팽창하는 도시의 인근 농촌에서 Amap 운동은 특히 많이 일어난다. ]]

 

좋은 쌀 수출하고 나쁜 쌀 들여오는 나라들

 

Amap은 식량 주권 찾기 및 빈곤과의 싸움에도 나서고 있다. 뷔용 씨는 세네갈의경우를 예로 들었다.

 

“세네갈은 자신들이 생산한 양질의 쌀을 모두 수출하고, 자국민을 먹이기 위해 태국산 쌀 부스러기를 수입합니다. 한때 태국은 쌀 부족 때문에 수출을 중단했고, 세네갈 국민은 먹을 것이 없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세네갈의 쌀은 유럽으로 반출됐습니다.”

 

뷔용 씨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남반구 국가들은 수출에 치우친 나머지 내수용 식량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싼 가격으로 자국민이 먹을 식량을 수입합니다. 게다가 종종 지불능력을 잃어버려 기아를 유발합니다. 북반구 국가도 예외가 될 순 없죠. 이번 달 프랑스에 밀이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서유럽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던 Amap 조직은 루마니아와 러시아에도 생겨났다. 아프리카에는 세네갈을 비롯해 말리, 토고, 카메룬이 Amap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빈곤과의 투쟁이기도 하다.

 

“남반구이든 유럽이든, 세계적으로 농민은 가장 가난한 계층입니다. 프랑스의 농민 40%가 최저임금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죠. 우리 운동은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되찾고, 자신의 농업 노동에 적절한 수입을 보장 받을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만성적 부채와 저소득에 시달리는 한국 농민들의 대안은?

 

우리나라의 농민들 역시 만성적인 부채와 저소득으로 신음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후려치기, 주기적인 작물 값의 폭락, 몇 배나 거품이 낀 유통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밭떼기로 농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다니엘 뷔용 씨는 “먹을거리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시장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식량이 투기의 대상이 된다면, 지구의 생산능력과는 무관하게 경제적인 약자들은 먹지 못하게 됩니다. 지금도 지구는 현재의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지만, 수억 명의 사람들이 배를 곯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유기농 생산, 소비자와의 직거래 시스템 구축, 로컬푸드 운동 등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질 좋은 농산물을 싸게 구입하는 운동은 나와 내 가족을 살찌울 뿐 아니라 지구촌까지 건강하게 한다. <끝>

2009년 3월30일(월)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저소득층 관련 사업·정책 개발과 사회양극화 완화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재단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ksif.kr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