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망이야기

조직의 존재가치는 스스로가 증명해 내야 한다

사회투자지원재단 2012. 4. 4. 11:19

 

김유숙 (사회투자지원재단 팀장)

 

 

사회적 성과.. 지속적으로 조절하고 관리하는 조직만이 지속가능

 

지난해 충북지역 사회적기업가들과 간담회를 가질 때의 일이다.

“취약계층을 고용했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기업,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지난 몇 년간 조직유지를 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막상 ‘사회적가치를 평가’한다고 했을 때, 취약계층 고용인원 외에는 우리 기업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5년이 되어가는 올해는 사회적 기업의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가 ‘사회적 가치 측정’ ‘사회적 성과 측정’일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지난해 ‘사회적 가치측정’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다수 발주하였고, 올해부터는 시범적으로 사회적 성과를 명시한 경영공시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앞에서 걱정을 토로했던 사회적기업가의 입장에서 보면, 5년이 넘게 운영해 온 사회적기업의 사회적가치가 너무도 간단하다 못해 앙상하기까지 하니 참으로 답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이 사회적 성과일까?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사회적기업은 지역사회 다양한 사회 문제를(사회적 목적)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복합이해관계자) 민주적 운영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평가하고 그 성과를 측정하는데, 먼저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재무적 영역이다. 이는 손익의 여부와 상관없이 재무제표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측정하고 평가하는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은 바로 기업 탄생의 이유가 된 사회적 목적 수행에 대한 성과(outcome)이다. 사회적 목적 수행의 성과는 크게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영역에서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끌어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설명해 내야한다.

노동통합사회적기업이라고 한다면, ‘취약계층을 고용’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용의 기간, 고용의 질, 그리고 노동 취약계층의 노동력의 향상 정도와 활동에 대한 만족, 노동을 통한 사회통합 정도 등에 대한 포괄적인 변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믿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돌봄서비스를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겠다는 사회적기업의 경우 주사 처방율, 항생제 처방율 등의 지표를 통해 신뢰할 만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며 사회적기업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자립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지역사회에 설명해 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성과는 수많은 ‘지표(indicator)’들로 설명되고 측정되어 진다.

 

 

 

그렇다면 동일한 업종은 동일한 지표로 평가가 가능할까?

예를 들어 서울 및 도시 지역에 있는 주거복지 사회적기업과 농.산촌에 위치한 주거복지 사회적기업의 성과지표가 동일할까? 물론 취약계층 주거환경개선 건수, 주민의 만족도, 환경개선 이후 에너지절감비용 등 몇 가지 항목에 있어서는 동일한 지표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도시형 주거복지센터의 지역환경과 노후된 주거와 고령자들이 대부분이 농촌의 주거복지 환경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그 활동들도 많은 영역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표는 조직의 목적과 활동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몇 가지의 지표 만으로 사회적기업을 측정하고 평가하려고 하면 큰 오류에 빠질 것이다.

 

 

여러 가지 성과측정 방법이 있겠지만, 사회적경제조직의 제대로된 성과 측정은 바로 조직의 설립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하며 사업의 구상단계부터 시작되고, 활동과의 연계성 속에서 측정되고 관리되어지기 때문에 조직 내부관계자와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의해서 ‘평가’되어지는 것이 가장 진솔하고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수집의 왜곡과 오류가 없는지, 과장과 누락이 없는지를 프로세스 전문가들로부터 감사(Audit) 받는다면 그 객관성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론상으로도 이상적인 평가는 사업에 대한 동기부여가(Motivation)된 조직 혹은 개인이 사업계획을(plan)을 통해서 실행․실천(Do/Monitor)하고 그 결과물을 평가(Assess)하며 성찰(Reflection)을 통해서 새로운 전략과 기획을 하는 단계를 밟는다고 되어 있다.

 

측정과 평가를 누가 할 것인가?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기관의 사회적성과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했던 영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등을 사회적 성과측정 도구로 활용하여 진행하였다. 그러나 사회적기업들은 SROI의 적용에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결국 성과측정을 통해 조직의 전략과 사업의 성장을 이끌지 못하고 외부 전문컨설턴트 기관에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영국의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을 ‘지원금을 받기 위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진행하며, 내부 동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금액을 들여서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평가 진단과 지표개발을 하여도 그 성과들은 조직내부에 남지 않고 외부 컨설팅 기관에 축적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조직의 사회적 성과를 증명해 내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의 컨설팅과 평가에만 의존하려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이며, 착각인지 앞서 진행한 영국의 사례가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Inspiring impact : Working together for a bigger impact in the UK social sector" 참조>

 

사회적기업의 성과평가는 하이브리드(hybrid)가 되어야

 

위에서는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성과를 분리해서 설명했지만, 실제 내공있는 사회적기업을 들여다보면 이 두 가지 의제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다양한 사회적목적을 복합 이해관계자들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사회적소유) 진행하는 기업일수록 다양한 사회적 자원이 투입되며, ‘재무적 안정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의 성과평가도 재무 영역과 사회적 성과 영역을 기계적이며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화학적으로 결합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바꾸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들이 ‘매출’과 ‘사회적목적’ 사이에서 끊임없이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지금의 환경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성과평가 방식의 변화만을 통해서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평가가 이 둘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사회라면 그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 예측한다. 사회적 자원이 매우 중요한 사회적기업에 있어서 성과평가는 재원과 자원의 규모를 결정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조절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조직문화’ 로 정착하길...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과측정도구로 사회적회계(Social accounting)을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서 보급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사회적회계감사 네트워크인 SAN(Social Audit Network)의 알란카이 부회장을 초청하여 사회적기업의 성과측정과 관련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사회적회계는 ‘조직의 사명과 목적, 그리고 그에 대한 사업(활동)이 통일성을 갖도록 확인하고, 그 활동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효과를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내부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조직의 지속적인 조절과정’ 이다.

즉, 사회적경제 조직의 핵심 운영원칙인 ‘사회적목적’의 결과와 ‘사회적소유’의 운영 과정에 대한 포괄적인 점검이 가능한 도구인 것이다.

그 방식이 꼭 사회적회계(Socail accounting), SROI 등과 같은 도구를 활용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우리 조직이 지역사회에 어떤 목적으로 활동을 하는지,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는지, 그래서 지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조절하고 있다면 충분하다고 본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존재가치의 증명이다. 우리 기업이 지역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