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망이야기

총선이 사회적 경제에 어떤 도움을 줄까?

사회투자지원재단 2012. 4. 17. 10:20

 

총선이 사회적 경제에 어떤 도움을 줄까?

 

                                                                   

 

하승우(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사회투자지원재단 연구위원)

 

 

  4월 11일 총선이 끝났다.

선거결과를 보면, 수도권과 전라, 제주를 제외한 강원, 경상, 충청 지역은 새누리당의 빨간색으로 거의 뒤덮였다. 복지를 살짝 곁들인 성장담론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농촌의 몰락을 앞둔 주민들은 개발에 목이 마르다.

 

  문제는 그런 갈증이 정당지지를 통해 풀릴 수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정권의 지역개발정책들은 하나같이 수도권을 중심에 둔 불균등발전전략이었다. 개발이득도 주로 수도권에 위치한 독점재벌들의 몫이지 지역주민들의 몫이 아니었다.

 

  사실 한국의 비수도권 지역이 발전하려면 현재의 중앙집권화된 정책계획과 집행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중앙정부나 중앙당이 비수도권 지역을 발전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기에 지역의 자생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이 자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선거는 언제나 중앙정치의 바람을 타기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

 

  더구나 총선에서 정책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경우도 거의 없다. 논의가 거의 안 되니 공약들은 이런저런 숙원사업의 모음집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경제도 정책에 포함되어 있을까? 사회적 경제의 정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정책자료집으로 볼 때 사회적 경제는 숙원사업에 끼지도 못했다. 정책에 끼어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텐데 아예 구상이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을 획득한 새누리당은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일자리 늘리기”를 공약으로 제안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부가세를 감면하고 사회적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공기관이 일정비율로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 다음으로 많은 의석을 얻은 민주통합당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다. “공공사회서비스 및 사회적 기업 확충을 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인일자리 확대”가 민주통합당의 구상이다. 물론 재벌을 견제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국회의원 의석 300석 가운데 279석은 사회적 경제를 사회적 일자리로 이해한다.

 

  13석을 차지한 통합진보당의 구상은 어떨까? 중앙당 공약집에는 재벌규제와 노동자 경영참가, 중소기업 보호 등의 공약만 보이고, 중소상인 공약에서 “자발적 중소상인조직(협동조합 등) 육성”이라는 작은 흔적이 보인다.

트위터에는 “협동조합,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사회적 기업 등 대안적 소유 지배구조를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조금 더 진전된 내용이 있지만 사회적 경제의 자리는 없다.

 

  안타깝지만 사회적 경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정당은 득표율 미달로 정당등록이 취소된 진보신당과 녹색당이다. 진보신당은 삼성 계열사들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킨다는 공약과 함께 “주택에너지 효율화, 환경관리 사회적 기업의 일자리 창출 집중적 투자”,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지원 등의 내용을 밝혔다. 녹색당 역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높이겠습니다”, “노동자 경영참여제와 노사 이익균점제를 도입하겠습니다”라는 공약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총선이 사회적 경제에 어떤 도움을 줄까? 결과만 보면 도움될 일이 별로 없다. 이번 선거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정치활동 금지조항이 남아 있는 것을 그냥 ‘아쉽다’로 여기니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런 선거결과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중립’을 외친다. 허나 중립도 하나의 입장이고, 우리 현실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말했듯이 달리는 기차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가 사회적 경제를 이렇게 만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