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망이야기

협동조합이 생각하는 지역사회는 어떤 것일까?

사회투자지원재단 2012. 5. 2. 05:27

 

 

이인동(안성의료생협 안성농민의원,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 

 

Kawachi가 미국의 33개주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려 한다.’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이 많이 나온 지역일수록 사망률이 높게 나왔다는 결과 보고하였다. 다시 말해서 지역 공동체 구성원이 파편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일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망률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 결과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이철희 등이 시행한 연구로써, 1991년~2009년 기간에 대한 광역시도별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경기변동과 사망률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실업율이 증가하면 사망률은 감소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경기 호황기에는 대기 수질 등 환경오염이 증가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중년 인구의 경우 경기 호황기에 오히려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음주 흡연 불건전한 식생활 등 건강에 부정적인 행동을 증가시켜 사망률이 늘어난다고 추정하였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실업이나 경기불황이 오히려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결과이니 상식을 벗어나는 결과 아닌가?

 

이 두 가지 연구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행복한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경제적 풍요인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일까? 나는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기쁨이고 힘이 되지만, 가끔 들려오는 얘기나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사람들이 무서울 때가 있다. 문득 문득 치열한 경쟁 사회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고, 정신 차리고 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어디에서 손해를 볼지 모르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 이런 사회는 사람과의 관계를 경제적 이해관계로 파악하고,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든다. 원칙과 신뢰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을 오히려 미련하고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매도하기도 하고, 약삭빠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약속을 파기하고 자기 것을 잘 챙기는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치하한다. 이래서는 정상적인 사회가 될 수 없다. 약속이 지켜지고, 경제적인 이익보다는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사회는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한사람 한사람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행복한 지역사회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때 이런 사회는 시작될 것이다. 협동조합은 이런 사회의 비전을 공유하는 틀거리이다. 공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그런 사회를 앞당겨 실천하는 틀거리이다. 협동조합은 경쟁과 경제적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 자본의 횡포가 퍼져 있는 사회에 맞서, 상호 부조와 인간 중심 경제, 환경 보존과 자본의 횡포를 제어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역 주민의 자발성과 자치를 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아직은 사회의 주류는 아닐지라도, 지역 사회가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 사이에 신뢰와 신의를 지키며, 이웃의 대한 배려가 살아 있는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 사회가 협동과 배려 정직과 신뢰에 근거한 민주적인 공동체를 이루려는 꿈을 갖고 활동한다. 이것은 단순한 취미 동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강력한 수단이다. 이것은 자본의 굴레를 벗어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따라서 일하는 것이 곧 건강한 삶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