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재단

[기획 : 지역에서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활성화되는가?] 첫번째,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란 무엇인가?

사회투자지원재단 2015. 4. 27. 15:05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란 무엇인가?

▲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사회적 경제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일본에서 번역된 경제(economy)라는 말은 원래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하여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 하였던 유교의 위민(爲民)의식에 기원한다. 경제는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챙기기 위해, 세상을 다스리는 셈법이었던 것이다. 최근 경제학 사전에서 경제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되고 있다. 백성의 안녕(well-being)이라는 지향은 없어지고,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로 경제가 개인화 되었다. 결국 세상은 돈벌이 경제의 시장권력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으며, 국민경제는 시장을 통해 상호이익의 관계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경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증대를 궁극의 목적으로 사회로부터 분리된 사적인 탐욕의 각축장이 되었다. 돈벌이 경제 논리에 의해서 다스려지는 세상 속에서, 구제받지 못한 백성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한 사회적 자원배분을 국가와 시장에 맡기게 된다. 최근의 자본주의 국가와 시장은 국가실패나 시장실패와 같은 이름으로 백성들의 행복을 위한 자원배분에 실패하였다. 백성들은 그저 선거철 유권자나 가격신호에 민감한 소비자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가 돈벌이 경제라는 시장경쟁의 논리로 제한되어 갈수록, 경제는 비사회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 사회 위기의 진원 중의 하나인 경제에 대한 사회적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유통분배소비되는 일련의 활동에 대한 백성들의 사회적 통제력을 높이고자 하는 경제 방식인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의 위기 때마다 공동체적인 대안으로 등장하곤 하였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리얼유토피아(real utopia) 프로젝트를 통해서 대안적인 사회경제체제에 대해서 연구해온 라이트 교수(Prof. Erik Olin Wright)는 사회적 경제를 경제에 대한 사회적 역량강화(social empowering)로 개념화한다.

 

최근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개념화를 시도하는 연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개념구성의 기준을 살펴보면, 주체의 구성, 규범적 운영원리, 자원의 조절 메커니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기준들을 적용하여 사회적 경제의 개념을 정리해보면,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 공제조합, 비영리 민간단체 등 시민 집단의 주도성에 기초하며, 이윤보다는 구성원들 혹은 보편적 이익을 위한 사회적 목적의 설정과 이를 위한 초과이윤의 배분 원칙을 가지며, 구성원들의 민주적 운영 원리 속에서, 관련 정부 기구나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경영하게 하며, 정부시장시민사회 등의 매개 공간에서 다양한 자원에 기초한 복합 경제 영역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전사회적인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의 존재가치가 경제에 대한 사회통제력 강화에 있다면, 미시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는 지역의 필요와 문제를 지역사회가 해결할 수 있는 역량강화에 그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의 존재가치가 지역사회의 역량강화라는 점에 기초할 때, 자본주의사회의 지역이 직면하는 문제에 대응하는 데에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실제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는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창출과 노동통합의 대안적 고용형태 제공, 지역사회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의 공동생산, 낙후된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재생, 다양한 사회적 배제에 대응하는 사회포용 등의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영역에서 사회적 경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회적 경제는 노동시장에서 대안적인 고용구조 창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의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노동자들 사이의 비대칭적인 권력관계로 말미암아 노동자들은 언제나 노동시장에서 약자에 위치에 있으며, 고용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계층일수록 실업 위협에 더욱 노출되기 쉽다. 노동자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공동체의 자기 고용 전략을 채택했다. 노동시장의 고용 여력을 높이고, 장기 실업자와 장애인, 약물중독자 등 노동시장 취약 계층의 직업 통합을 꾀하는 노동통합 사회적 기업 등은 노동시장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한다.

둘째,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서 국가와 시장과는 차별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윤 창출 여력이 적어 시장에서 공급되지 않았고, 정책적 인식이 부재하거나 복지 재정이 부족해 국가를 통해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았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노인, 장애인, 유아 등의 돌봄 영역에서 운영되는 돌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비롯해, 보건의료 분야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자원 순환 분야의 재활용 사회적 기업, 대안 교육 체계를 위한 교육 협동조합,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대안 문화를 공급하는 문화 분야 사회적 기업 등 수많은 사회적 경제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호혜적인 공동생산을 통해 효과적인 서비스의 질 관리와 돌봄의 공공성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셋째, 사회적 경제는 낙후된 지역사회를 사회경제적으로 재생하기 위한 새로운 지역의 동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국가의 불균형 발전으로 말미암아 낙후된 지역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처할 사회적 경제의 지역재생전략이 필요로 되고 있다. 대규모 제조업 공장 유치나 국가 단위의 개발 사업 등에 기대는 지역 재생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사회투자전략으로써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대안적인 지역개발전략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사회적 경제는 다양한 사회적 배제에 대응하는 사회적 포용을 실천하여야 한다. 기존의 빈곤화가 경제적 곤궁 상태를 의미했다면, 사회적 배제는 여러 유형의 불평등이 강화되어 기본적인 사회적문화적경제적정치적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본적인 권리가 박탈되는 과정이다. 사회적 경제는 경제적 약자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배제에 대응하는 다양한 사회적 포용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활동이다.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는 지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역량이 얼마나 강화되었는가 하는 점에서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연대의 관계망이 구성되는 것으로 그 활성화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에서 직면하게 되는 장애와 과제

 

우리나라보다 먼저 사회변화의 혁신적 엔진으로 사회적 경제를 실천해온,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서 나타난 사회적 경제 활성화 과정의 장애는 동형화(isomorphism)의 문제였다. 동형화란 유사한 제약조건 아래에서 한 조직의 구조 혹은 운영과정이 다른 조직과 유사하게 변화하는 과정이다. 사회적 경제가 직면한 동형화의 덫은 제도적 동형화와 시장 동형화 형태로 나타났다. 제도적 동형화가, “제도적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제도적 정당성의 획득과 더불어 자원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른 개체들을 닮아가도록 하는 제약과정으로 정의되고 있다면, 시장 동형화는 시장적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시장의 경쟁력 획득을 목적으로 시장의 다른 개체들을 닮아가는 시장 기업으로의 퇴행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자활사업이나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을 되돌아보면, 우리사회의 사회적 경제가 직면해온 제도적 동형화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수급자의 탈수급율 제고에 제한되어 있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조직운영의 혁신을 양보해야 했던 많은 지역자활센터의 불편함과,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과 서비스 제공 비율로 제한되어 있던 사회적기업육성법 아래에서 다양한 지역사회 기여의 가능성을 제약받은 사회적 기업의 답답함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가 직면하였던 제도적 동형화의 제약이었다.

한편 시장경쟁력의 논리아래, 결사체(association)로서의 협동조합의 상호주의(mutualism)의 원칙을 무기력하게 포기해버리고, ‘조합원외 이용을 무기력하게 인정한 최근의 협동조합기본법 개정과 “3만원짜리 출자조합원이 진정한 조합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하는 하소연으로 자본보다는 조합 이용과 노동의 가치에 우선권을 두었던협동의 원칙을 회의하는 어느 협동조합 경영자의 시장경쟁력을 향한 고뇌에서 시장 동형화의 퇴행을 마주하게 된다.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에서 직면하게 되는 안타까운 동형화의 제약과 퇴행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사회적 경제의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활동은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사회 문제들이 분명하게 사회적 목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문제해결 중심의 구체적인 목표설정에 기초한 평가를 통해서 사회적 경제의 활동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과정의 역량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사회적 경제는 지역주민의 다양한 생활세계 영역과 밀착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여전히 제한적 사업 범위에서 주민들의 생활세계영역으로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사회 의제와 이해관계자들에 결합할 수 있어야 하며, 좀 더 폭넓은 생활세계의 연계망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 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회적 경제 조직 리더십의 역량강화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 리더에게는 조직을 둘러싼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필요를 조직하고 연계하는 능력 및 재정계획, 인력구성 등 여러 경영과제가 당면해있다. 이를 해결함에 있어 기존 경영학적 접근을 넘어선 사회적 경제 조직의 새로운 경영전략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와 경영적 가치의 균형 잡힌 사회적 경제 조직의 경영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자료: 사회적기업가의 매트릭스, (atlantablackstar.com)]

넷째, 보충성의 원리에 기초한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강한 국가 · 약한 시민사회라는 구도아래에서 가부장적인 국가는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성장을 가로막아 왔다. 최근 사회적경제지원정책의 통합적인 행정전달체계와 예산집행에 지향된 여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움직임을 보면서, 여전히 강력한 가부장적인 국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정부와 사회적경제의 관계는 지역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다양한 지역사회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공동생산의 관점이 필요하다. 공동생산의 관점에서부터 국가가 시민사회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한 보충성의 정책이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보충성의 원리에 기초한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강한 국가 · 약한 시민사회라는 구도아래에서 가부장적인 국가는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성장을 가로막아 왔다. 최근 사회적경제지원정책의 통합적인 행정전달체계와 예산집행에 지향된 여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움직임을 보면서, 여전히 강력한 가부장적인 국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정부와 사회적경제의 관계는 지역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다양한 지역사회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공동생산의 관점이 필요하다. 공동생산의 관점에서부터 국가가 시민사회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한 보충성의 정책이 고려되어야 한다.

 

[자료: 장원봉·정연경 외(2013), 노원구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자원조사연구, 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사회투자지원재단 ]

  

다섯째, 사회적 경제는 지역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을 필요로 하며, 사회적 경제 조직들 사이의 네트워크는 인적물적 자원의 연계를 통해서 상호 이익을 위한 실질적인 사업연합구조를 필요로 한다.

 

 [자료: 장원봉·김동언(2014), 노원사회적경제 상호거래 활성화에 관한 연구, 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 사회투자지원재단]

결국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의 역량강화를 통해서, 지역사회의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가 공공경제와 시장경제의 약점을 보완하고 대안적인 경제방식을 지역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경제구조로써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 점에서 사회적 경제가 지닌 자율적인 호혜와 연대의 가치를 통해서 실질적인 사업연합구조를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시장경쟁력을 위한 시장화의 퇴행을 우회한 이탈리아 사회적경제의 연합구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