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감옥에서 나가기 싫다”는 집행유예 절도범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11. 5. 13:22

“감옥에서 나가기 싫다”는 집행유예 절도범

 -

 

어릴 적의 상처가 누군가에겐 평생 헤어나지 못할 그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이도윤(가명) 씨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겠지요. 어머니가 “집에 가서 여동생을 데려오라”고 한 뒤에 이씨만 남겨두고 모녀끼리 떠났기에 아픔이 더 컸을지 모릅니다.

 

지난번에 이어 자신이 ‘불량품’이라는 39세 이씨의 사연을 마저 소개합니다. 1편 '엄마에게 버림받은 나는 불량품'이라는 글은 본문의 맨 아래쪽 글목록에 있습니다.

 

어머니가 떠난 뒤 이씨는 10대 시절을 봉제공장에서 보냈고, 나중에는 중국집에 취직했습니다. 20대 중후반에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이씨에게 10여 년 만에 어머니의 연락이 왔습니다. ‘나를 버리고 잘 사는지’ 궁금했던 이씨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어머니를 만난 뒤 깊은 충격을 받고 아내와도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 멀어져간 어머니와 동생을 생각하는 소년. 일러스트: 임동현 ]]

 

 

“나는 없어져도 좋고, 없어져야 할 사람”

 

배달 일을 핑계로 밤 열두 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가고, 나중에는 중국집을 나와서 고시원과 찜질방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밥 먹듯이 가출을 하고 애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생활비도 갖다 주지 않는 남편과 어떤 부인이 살고 싶겠습니까? 2005년에 두 부부는 이혼을 택합니다.

 

“이혼하면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생활이 망가지더라고요. 의욕이 없으니까 일도 잘 나가지 않게 돼요.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데 당시에는 (술 없이도) 알코올 중독자들처럼 살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살아갈 의지가 없다 보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나는 불량품 같은 존재다, 없어져도 좋고,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을 매려고 시도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사람이 싫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나 자신까지….”

 

몇 개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다시 예전의 중국집으로 돌아온 이씨는 이틀 만에 다시 싫증을 냅니다. 이번에는 낮에 수금한 돈을 주머니에 넣고 잠적해 버립니다. 보름 동안 피씨방과 사우나를 오가다가 다른 중국집에 취직했지만, 이전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잡히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습니다.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경찰이 찾아온) 순간 당황했습니다. (돈 훔친) 기억을 못 했어요. 죄의식도 없었죠. 경찰이 혐의를 말할 때야 기억이 났습니다. 역시 내 운명이 이건가 보구나, 순순히 따라갔죠.”

 

 

 [[ “나는 불량품 같은 존재다, 없어져도 좋고,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씨. 언제 희망과 의욕을 찾을까요. 그림 출처: 영화 <아무도 모른다> ]]

 

 

“솔직히 갈 데가 없었다”

 

적반하장이라고 할까요? 자신은 몇 년을 일해 줬는데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주인에게 화까지 났다고 합니다. 초범인 점이 참작되어서인지 김씨는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 심정을 이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갈 데가 없었습니다. (감옥을) 나가기 싫었는데 내보내 주는 게 서운했어요.”

감옥에서 만난 동료의 부탁으로 1년 동안 시골에서 일하다가 서울로 올라온 이씨는 “진짜 막막했다”고 합니다. 종로구청의 사회복지과에 문의해도 별 도움을 못 받았고, 결국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 상담소에서 소개를 받아 영등포의 부랑인 보호시설을 찾아갔습니다. 차비가 없었는지 서울역에서 영등포까지 걸어갔다고 합니다.

 

몇 군데의 시설을 오가고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가면서 이씨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남 탓이나 그동안 자라온 환경 탓을 많이 했죠. 지금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년 뒤에는 아이들 앞에 떳떳하게 나타나고 싶어요.”

 

이씨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이씨의 자녀들은 이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언젠가 이씨가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쉼터를 벗어나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가고, 자녀와 함께 만나게 될 날을 그려 봅니다. <끝>

 

※ 희망인프라 블로그를 운영 중인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지난해 ‘노숙인·부랑인의 자립자활을 위한 감정적 임파워먼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때 만난 김씨의 사연을 여기 소개하는 이유는 이들의 재기·재활을 위해 마음의 치료가 다른 지원과 함께 이뤄져야 함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2009년 11월5일(목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