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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청년들을 특허괴물 잡는 전사로 키우는 나라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10. 29. 10:23

실업청년들을 특허괴물 잡는 전사로 키우는 나라

 

언젠가 한 공무원으로부터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정책의 고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공공근로든 희망근로든 기타 정책적인 일자리든 간에 단순 노무 일이 대부분인 까닭에 참가자들은 저임금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공공근로 등의 급여 수준은 최저 임금의 언저리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물관 큐레이터나 산림 관리 등은 급여 수준이 두 배 안팎으로 그나마 높지만,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그 분야의 일자리도 많지 않다고 하는군요. 무엇보다 해당기관도 그런 식의 인재 채용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희망근로에 투입된 참여자들. 최저임금이 대부분이라 당장의 생계에는 보탬이 되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출처: 부산 해운대구청]]

 

청년 실업층을 지적관리 전문가로 양성하는 이탈리아

 

능력은 우수하지만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인재가 꼭 필요한 부문에 배치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적 자산 관리 분야에서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서 전문가 양성을 위한 훈련과정을 실시한다고 하는군요. 특히 실업 청년층을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한 번 볼까요?

 

지적 자산 관리라면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상표나 특허 출원, 저작권 관리와 분쟁 해결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적 재산권 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는 추세이죠.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은 지금도 자사의 특허권을 함부로 도용했다며 터무니없는 로열티를 요구하는 회사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허 괴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히트작이 될 만한 아이템이나 특허들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한 뒤 비싼 값에 기업에 팔거나, 제조업체의 기존 상품 중에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당장 특허료를 내라고 요구해 일종의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기업이 그것이요. 특허 괴물은 글로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지적 자산은 중요한 화두이지만 인력의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지요. 특히 남부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나라의 특허 및 상표 관리청은 한 연구소와 공동으로 ‘인스프린트 마스터(INSPRINT Master)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학습 프로그램인데, 특히 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된 지역부터 학생들을 모았답니다.

 

 [[ 직업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청년들.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출처: 서울시립한남직업학교 ]]

 

소외지역의 실직자나 구직활동자가 대상

 

전문가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교실 내에서의 교육 ▲프로젝트 작업 수행 ▲관련 회사나 기관과 연결된 연습생 제도로 나뉘지요.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고 현장 수업까지 아우르는 과정입니다. 담당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학생들은 모두 실직 상태이거나 구직활동 중인 젊은 졸업생들(대학원생)입니다. 물론 다수가 법을 공부했지만 일부는 다양한 전공을 가지고 있지요. 이들은 전문가 자격 과정을 통해 지적 자산 관련 분야에서 더 특화된 법적·경제적 능력을 갖춥니다.”

 

2002년 6월에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20명의 학생이 상표와 특허 관리에 관련된 지식을 배웠습니다. 이수자들 중 17명은 현재 관련 분야에 고용돼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은데다가, 지적 재산 부문에서는 전문가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담당자들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국가와 산학부문 간 상호협력의 산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장래에 필요한 유망 분야를 제때 알아차리고 민간과 원활하게 연결해 상생관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죠. 고학력 청년 실업의 문제도 일정 해결하고요.

 

우리나라도 서둘러 전문 인력을 양성해 특허 괴물 및 특허권 분쟁에 대처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실업 청년을 지적 재산권의 전문가로 탈바꿈시키려는 이탈리아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끝>

 

2009년 10월29일(목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