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이주노동자 잡아가는 한국, 함께 살려는 독일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10. 19. 11:44

이주노동자 잡아가는 한국, 함께 살려는 독일

 

네팔 출신으로 인터넷 '이주노동자의 방송'에서 일하던 미노드 목탄 씨, 한국명 ‘미누’로 불리던 그가 지난 8일 출입국 단속반에 붙잡혔습니다. 미등록 신분이라는 이유입니다. 이주 노동자 관련 단체는 표적 단속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프리 미누’라는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졌습니다.

 

18년간 한국에서 살아온 미누 씨는 노래 활동으로 문화부장관이 주는 감사패까지 받았고, 2003년에는 ‘스탑 크랙다운’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이주노동자 문화 운동에 기여했답니다.

 

 

[[ 18년간 한국에서 살아온 미누 씨. 네팔 출신이라지만 한국인 포스가 물씬 풍기네요. 출처: 프리 미누 ]]

 

 

이주 청소년을 사회에 통합시키려는 독일

 

얼마 전에는 인도 출신의 한 교수가 버스 승객에게 “냄새 난다” “더럽다”며 욕설과 막말을 들었고, 그 승객은 약식 기소된 사건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외국인과 이주노동자의 기여도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들을 홀대하고 무시하기만 하는 것 같아 부끄럽군요. 반성하는 의미에서 독일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독일에는 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오지만, 상당수의 지방기업은 이들을 채용 대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함부르크 지역에 있는 정보센터 BQM은 시내 이주민 청소년들이 노동시장에 결합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이스터의 나라 독일에서는 청소년들이 학업 대신 취업을 택하는 경우가 흔하지요. 함부르크의 경우 시내 학교 학생의 약 30%가 이민자 출신이라고 합니다만, 이들이 구직에 성공하기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BQM의 담당자 말입니다.

 

“어떤 회사도 취업을 바라는 이주민 청소년을 고용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학생들이 직업 훈련을 시작하는 비율은 독일인에 비해 눈에 띄게 낮습니다.”

 

독일에서는 학문보다 취직에 뜻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3년 과정으로 직업훈련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이론교육과 작업장 실습을 병행하지요.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이주민 부모들이 이 과정을 모르고,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 미누 씨가 공동 대표를 맡았던 이주노동자 영화제 포스터 ]]

 

 

젊은 이주민 위한 직업 네트워크 확장에 노력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와 별다른 것이 없어 보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차이입니다. 유럽연합과 독일 당국의 지원을 받아 BQM은 이주민 청소년을 사회로 통합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갑니다.

 

목표는 취업 관련 정보를 전하고, 교사와 사회사업가와 기업 간의 연락망을 구축함으로써 함부르크의 젊은 이주민을 위한 직업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는 직업 훈련을 실시하면서 사회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교사와 이주 청소년들 사이의 언어상·문화상의 장벽을 없애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평가센터도 만들었습니다. 1500개의 지역 기업에 관련 소식지를 전하고, 각 회사의 인사과에도 연락해 BQM이 배출한 청소년들을 채용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이 단체는 많은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고용주들 외에도 교사, 사회사업가, 젊은이들이 이주민의 직업 훈련과 고용에 관심을 갖도록 다큐멘터리 영상물도 만듭니다. 직업훈련 준비 프로젝트를 통해 이주 청소년들은 독일 사회에 더 수월하게 뿌리를 내린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이주민과 자국민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사회적·제도적인 뒷받침이 너무 모자란다는 느낌입니다. 18년간 우리나라에서 꿈을 키운 네팔 사람에게 우리는 단속과 추방밖에 베풀 것이 없습니까? <끝>

 

2009년 10월19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