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아홉 번 찌고 말려서’ 농산품 만들기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10. 12. 11:36

‘아홉 번 찌고 말려서’ 농산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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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요즈음이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농약, 무공해, 유기농에 대한 기호는 농작물뿐 아니라 가공제품에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반면에 농업은 점점 위축되고 있지요.

 

이 때문인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그 지역 내의 소비자에게 먹이자는 로컬푸드 운동도 활발합니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원주 등에서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요. 유기농이나 로컬푸드 관련 사회적기업, 즉 이윤과 함께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착한 목적’을 추구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대량 생산 대신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발데리마의 농산품들. ]]

 

 

잼 같은 농산품을 옛날 방식으로 만들기

 

포르투갈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나라의 북서쪽 지역은 곡물 재배와 목축, 과일과 채소 경작 등 소규모의 농장이 많이 있었지만, 지난 수십 년간 대규모의 기계화 영농업체와 경쟁하면서 많은 농부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 지방의 리마(Lima)라는 계곡 주위에서도 농업의 중요성이 줄어들면서 농사꾼들이 고통 받아 왔습니다. 고심하던 지역 협동조합은 한 가지 사실에 착안합니다. 전통적 조리법과 생산방법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죠.

 

특히 광우병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곡물 및 식품의 안전성과 생산지를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지역 농민들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옛날식 생산방법을 고집하는 방법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복합적 농업 협력체인 발데리마(VALDELIMA)는 이렇게 출발했습니다. 지역에서 전통적인 생산방식으로 작물, 마멀레이드, 잼, 각종 주류를 만들지요. 우리로 치면 간장, 고추장, 된장을 기계화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대신 전통 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셈이지요.

 

구증구포, 즉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 때의 정성과 어려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공장 생산 방식과 달리 노력과 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지요. 소비자의 반응은 어떨까요? 책임자의 말입니다.

 

“음식 재료의 품질과 출처가 확실하고 전통적 조리법에 따라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이름은 ‘풍미와 전통’(S@bores e Tr@dices)으로 정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풍미와 전통을 살리면서도 상표명에 @문자를 넣어 혁신과 융합하려는 마음가짐을 표현했습니다.”

 

 

[[ 사회투자지원재단과 경향신문 등이 방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콩세알나눔센터 현장. 유기농법을 바탕으로 콩나물 재배, 두부 생산,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 제조, 밥집 운영 등 생산부터 유통까지 안전한 밥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사진: 경향신문 ]]

 

 

우리나라도 로컬푸드 운동과 관련 기업 활동 활발

 

2001년부터 시작한 전체 사업자금은 13만6000유로로 우리 돈 2억3000만 원 정도입니다. 당국과 유럽연합 측이 대부분을 지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나 농협이 이런 역할을 담당해 주면 좋을 텐데요.

 

자금은 새로운 사업에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가장 주요하게 14개월 동안 12명의 여성을 포함하는 교육생을 지원했지요. 교육 과정은 전통적인 조리법, 건강과 안전 관리, 보존과 변형 기술, 경리, 판촉 업무와 전략 수립 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잼 제품은 전통제품 박람회 등에 보내졌고, 대중의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초기에 모든 과정을 마친 11명의 여성 중 두 명은 발데리마에서 일하며, 다른 사람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답니다. 다시 담당자의 말입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전통 농산품 관련 창업은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자영농이 대부분이라 상품이나 상표 또는 노동자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육훈련을 통해 이런 의식이 촉진됐습니다.”

 

발데리마는 2003년 현재 두 개의 상점을 냈으며, 다른 지역 생산자들과 함께 온라인 판매점도 운영 중입니다. 로컬푸드 운동의 전형을 창출하는 활동들입니다. 당시에 약 7만 유로의 이윤을 냈다고 하는데, 수익의 35%는 지역 농부들로부터 곡물 등 재료를 구입하는 데 썼습니다.

 

적절한 지원이 농업과 농민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건강까지 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개의 로컬푸드 운동기관과 관련 사회적기업이 있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어린 눈길이 필요합니다. <끝>

2009년 10월12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