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공공근로보다 알찬 일자리 만들기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10. 26. 11:38

공공근로보다 알찬 일자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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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경제난을 반영해 고용시장은 계속 위기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경기 회복으로 고용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의 취업자는 지난 7월과 8월에 연속으로 30만 명 이상 줄어들었지요. 9월에도 민간부문의 고용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입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일자리 시장은 정부라는 ‘심장 박동기’에 의해 겨우 연명하는 지경입니다. 그에 따라 복지비 지출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내년의 복지 예산은 사상 최대라고 하는데, 관련 지출을 억제할 수 없는 이상 효율적으로 쓸 필요가 있습니다.

 

 

[[ 에스빠스의 로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경의가 묻어납니다. ]]

 

 

환경과 실업문제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기업 에스빠스

 

프랑스의 청소·녹지공간 관리를 담당하는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이윤 외에 사회적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회사)으로 에스빠스(ESPACE)가 있습니다. 파리 근교의 므동이라는 지역에 있으며, 장기실업자, 노숙인, 장애인, 이민자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요.

 

출발 자체가 극적입니다. 1994년 ‘푸르센느 계곡’이라는 환경단체가 지역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파편 조각과 쓰레기들을 제거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습니다. 이곳에 있던 르노자동차가 다른 데로 이전하면서 많은 잔해를 남겼기 때문이지요.

 

시는 불도저를 동원해 청소에 나섰는데 어이없게도 노숙자들의 움막까지 철거했다는군요. 이 사건에 경악한 시민운동가들이 소외계층의 자활을 목표로 에스빠스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수십 명의 실무자와 130여 명의 주민이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26세~40세 사이의 장기 실업자가 중심이며, 교육 수준은 초등학교 졸업이 많습니다. 질환자, 중독자 등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80%에 달하며 이중 절반 이상이 공공부조의 수급자입니다.

 

사업은 지방정부나 일반기업, 공공기관에서 의뢰를 받습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기업에 공공사업을 맡기는 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될 필요가 있지요.

 

 

[[ 에스빠스 참여자들이 주민과 함께 인근 세느강둑 주변에 생태학습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 에스빠스 ]]

 

 

소외계층의 일자리 제공과 함께 육체·정신 치료도 담당

 

물론 공공지원은 우리나라에서처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유럽연합의 지원금이 총 재원의 84%에 달합니다. 작업장 수입은 8%밖에 되지 못하지요. 하지만 에스빠스의 구성원은 우리나라의 공공근로보다는 더 충실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세느강둑 생태관리 사업이 있습니다. 파리 지방정부로부터 2000년부터 위탁받은 사업인데, 강둑 청소, 주변 자연의 생태 관리, 강둑 인도 정비를 하면서 주변 노숙자의 자활을 지원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도 합니다.

 

지역 교육 네트워크에 등록하여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체험학습도 실시합니다. 유기농 채소 가꾸기, 공원 숲 체험 등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특징입니다.

 

생끌루 국립공원에서는 총 450헥타르에 이르는 공원 내의 수목을 관리합니다. 특히 폭풍 후에 쓰러진 나무 처리가 주요 임무인데, 주위 환경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인 말을 이용해 목재를 끌어내고 재활용까지 합니다. 공원답사 지형도도 발행했다는군요.

 

이런 활동이 다만 돈벌이나 환경보호에만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자들은 에스빠스의 사업을 통해 원예 등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할 기회를 얻습니다. 각종 건강문제 해결과 심리상담으로 정신적·육체적 치료도 받습니다. 지역주민과의 접촉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습니다.

 

에스빠스는 공공의 재원이 다만 소외계층의 연명을 도울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바람직하게 쓰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실업문제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공공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끝>

 

2009년 10월26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