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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탐방] 스웨덴,핀란드 사회적경제현장을 가다

사회투자지원재단 2013. 1. 17. 20:06

 

[해외탐방] 스웨덴,핀란드 사회적경제현장을 가다

 

 스웨덴과 핀란드. 우리에게는 '복지천국'과 '교육혁명'의 나라로 잘 알려진 북유럽의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이미 100여년 전부터 협동조합 운동이 활발히 진행돼 왔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의 복지제도를 이루는 데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는 큰 역할을 해왔다. 지금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국내 협동조합 열풍은 스페인 몬드라곤으로 상징되는 소비자 협동조합이나 생산자 협동조합 얘기가 대부분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협동조합 운동이 공공복리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 기업집단이 아니라 홀로 사는 노인을 돌보고 아이들을 거두며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소박하고 평범한 삶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역기업과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꿈꾼다.

우리가 찾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이런 고민을 오래전부터 시작했던 조직들이다.  이들의 고민과 현장을 지난해 11월 초에 10명의 지역신문사 기자들과 함께 취재하고 왔다.

이 글은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협약기관인 충북 옥천신문 1160호와 1161호에 의 기사를 정리하였음을 밝힌다.

 

 이번 해외탐방은 충북 옥천신문사 등 10개의 지역신문사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교육과 국내.해외 방문지 기획을 하였으며, 공정여행 사회적기업인 '착한여행사'의 현지 도움을 받아 함께 진행하였다. 

 

 

<기사제공 _ 옥천신문_ 정창영기자>

 

협동조합이 공공의 문제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많은 공공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가에 기대지 않고 시장의 폭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시민들이 서로 믿고 협동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 두 나라는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해

왔다. 협동조합의 출발은 생산자, 소비자 쿱이었지만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영역은 이를 넘어서고 있다.

협동조합은 착한 사람들의 선의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 밑바닥에는 시민들의 '필요'와

'욕구'가 있다. 단지 이를 실현하는 방법이 '협동'과 '연대'라는 것이다.

◆아이 태어나면 주택조합 조합증 선물

스웨덴의 대표적 협동조합 중 하나인 '호에스베'는 1923년에 설립됐다. 시민들의 주거문제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데 그 출발점이 있다. 부동산은 우리나라를 넘어 만국의 시민들이 겪는 고초다.

호에스베가 만들어지기 전 대부분의 평범한 스웨덴 시민들은 자기 집을 갖지 못했다.

1923년 스웨덴의 건축가 스웬 벨란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모두가 쉽게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데서 호에스베는 출발했다. 동시에 그는 소유의 차원을 넘어 집은 그 자체로 삶의 질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좋은 집, 아름다운 집을 만들어 널리 보급하고자 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스웨덴 주택들은 대부분 집안에 욕조가 없었다. 당시 스웨덴 사람들은 노동자들에게는

욕조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웬 벨란다는 하루의 고된 일과를 끝낸 뒤 깨끗하게 씻고 나서 느끼는

개운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집안에 욕조를 설치한 주택을 설계했다.

호에스베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달에 300크로나, 한화로 5만원

정도를 내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현재 55만명이 호에스베 조합원이며 이중 40만 명은 호에스베가

지은 집에 살고 있다. 15만명은 아직 입주하지 않고 조합비를 내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호에스베는 이들이

자기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렴하게 지낼 수 있는 임대주택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호에스베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돈을 많이 낸다고 혜택을 주지 않는다. 금액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조합원으로 저축을 했는가가 입주 순서의 기준이 된다. 때문에 호에스베 조합원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친인척들이 첫 조합비를 내고 아이 이름으로 만든 조합원증을 선물한다.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될 20년 즈음이면

자신의 집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해도 자기집 갖기가 쉽지 않은 우리의

현실과 많이 대비된다.

   

호에스베의 성장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설립 초기 자신들의 이권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일반 건축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압력이 가해졌다. 일부 자재공장에서는 호에스베와 거래를

끊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굴하지 않았고 30년대부터는

자체적으로 자재공장을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주택보험 회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호에스베가 자체적으로 주택보험을 만들었다.

곧바로 영리 주택보험 회사들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호에스베 대표를 지낸 굼브리트씨는

"쿱(호에스베)이 작을 때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의 질이

좋고 커질때는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개인이

구입한 집은 '당신'의 집이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지만

협동조합 주택은 '조합'이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으며 관리해

준다"고 말했다. 굼브리트씨가 사는 아파트는 스웬 벨란다가

1942년에 건축한 곳이지만 그가 설명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곳이

70년이나 된 아파트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스웨덴에는 다섯

집 중 한 집 꼴로 협동조합 주택이 있다.
▲ 굼브리트씨

   

▲  굼브리트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내부 모습. 1942년에 호에스베 설립자 스웬 벨란다가 설계한

 곳이다. 70년이 지났지만 사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다고.
 

   
▲ 굼브리트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내부 모습.



◆20년 간 마약에 찌든 사람이 뭘 할 수 있을까 - 바스타

우리사회에서 사회적약자를 지칭할 때는 보통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을 의미

한다.이 말 속에는 일종의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는데 가령, 마약 중독자나 범죄자 같이

'나쁜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마약 중독자나 범죄자는 징벌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하지만 이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1994년에 창립된 바스타는 이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바스타는 약물치료와 재활치료 등을

겸한 사회적기업이다. 1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데 90% 이상이 평균 20년 간 마약 등 각종 약물

중독자였다. 또 평균 5년 이상 수감생활을 한 범죄자들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는 것이

바스타의 역할이다.

바스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및 재활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정부와 자치단체에 판매한다.

국고 지원을 받아 약물 중독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서비스 상품을 판매한다.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포기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이윤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기업이다.

창립 이후 2년 간 적자를 냈을 뿐 나머지 16년 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2011년 한해

총 매출은 600만유로(한화 약 85억원), 순이익은 40만 유로(한화 약 5억6천만원)를 달성했다.

작업 영역이 말 사육, 애견돌봄, 목공, 건설, 청소, 조리, 실내외 정비, 재활서비스, 회계 등

열여섯 가지에 이른다.

 

 

바스타의 시작은 1989년으로 올라간다. 여섯 명의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 알렉 칼버그를 방문

했다.그곳에서는 장기약물중독자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스웨덴 방문단들은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겼던 약물중독자들이 고전 미술품을

복원하고 올림픽에 출전할 말을 사육하는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들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웨덴의 재활 프로그램 수준은 볼펜 조립 같은 단순

작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후에 칼버그를 본따 바스타를 만들었다.

장기약물중독자나 범죄자들도 충분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스타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무엇보다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노력했다.

의자는 그냥 만들면 취미지만 누군가 구입한다면 상품이

된다. 상품으로 팔려나갈 때와 아닐 때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느끼는 자존감은 무척 차이가 크다. 바스타가  사회적기업이라는 말 중에서 '기업' 쪽에 더 방점을

찍고 기부를 받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람들이 바스타를 찾아오면 먼저 이런 저런 제안을 한다. 무턱대고 짜놓은 교육프로그램을 돌리진

 않는다. 여러 가지 일을 해본 다음에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것을 찾으면 그때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바스타의 랄스 스베든 대표는 "바스타를 찾아오는 사람 100명 중에서 50명은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간다. 남은 50명 중 40명 정도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고 10명 정도는 바스타에 남는다

그들이 바스타에 오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실패했는지 누구보다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처를 들추어 내지 않는다.

이런자세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오수스꾼따 또이보는 '희망 협동조합'이란 뜻이다.

1997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만들어졌다. 초기 멤버는 8명의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은 각각 심리학, 임상 사회복지, 의학, 연구 등의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1997년은 핀란드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때다. 실직자들이 늘어나고 청년들은 취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핀란드의 복지체계(무상의료와 영리병원)는 이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무상의료는 오랜 관료제 하에서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지 못했고 영리병원은 이익만 쫓아갔다.

또이보는 이 문제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만들어졌다.

먼저 5세에서 12세 사이 아이들 중 과잉행동 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을

돌보는 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의 장애는 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 오수스꾼따에 근무하는 에로 리꼬넨

 

 아이를 둘러싼 가족, 사회가 전체적으로 건강해야 하는 데 기존의 의료체계는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약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 청년들을 위해 지역고용지원센터와 손잡고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명확하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쉽게 설명하기 힘든 심리적인 이유 등으로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다.

가정문제와 대인관계의 어려움, 알콜중독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또이보는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잘못된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잘 되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또이보에 근무하는 심리학자 에로 리꼬넨은 "지금 핀란드에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협동조합은 많지 않지만

늘어나야 한다"며 "이것이 현재 핀란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오수스 꾼따 사무실을 찾은 시민이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오수스 꾼딴 심리치료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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