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망이야기

[사회투자지원재단] ‘속 빈’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경제 연구센터 신명호 소장-

사회투자지원재단 2014. 5. 13. 16:54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백번 옳고 지당한 정책이었다.

이 훌륭한 정책 목표는 집권 즉시 관련 법제의 정비로 이어졌다. ‘총체적 국가재난관리 체계 강화’라는 국정 목표 아래, ‘선제적 재난 관리 및 대응’,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재난 안전 통신망 구축’ 등 뭐 하나 나무랄 데 없이 근사한 말들이 국정 과제로 제시됐다. 각 부처로 분산된 재난관리 업무를 일원화해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데 이후 최근까지 줄줄이 터진 대형 인명사고는 위의 모든 언행들이 정치적 수사―레토릭(rhetoric)에 불과했음을 입증했다. 그토록 멋진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법과 제도를 고쳤는데 어째서 처참히 실패한 것일까? 한 마디로,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과 이유를 꼼꼼히 규명하지 않았던 거다. 대신, 책상에 앉아 그럴듯한 조직체계도를 그리는 데만 골몰했다.

 

최근 새누리당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모양이 이의 판박이다. 법의 초안은 ‘사회적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통합적 생태계와 정책추진체계를 구축’하고자, 대통령 자문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신설해 기획재정부에 총괄 권한을 주며 그 밑에 ‘사회적경제원’을 뒀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현장 문제의 해결 가능성과 방법에 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정부부처 간 칸막이 행정으로 인한 비효율을 개선하고 금융지원체계를 통합하며 사회적경제 제품을 공공기관이 우선 구매토록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들이 나열돼 있지만, 그런 목표들이 그저 선언한다고 달성되는 게 아님을 현장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한 부처에 권한을 몰아주고 일사불란한 조직도를 그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실태부터 소상히 파악하고 긴 시간에 걸쳐 당사자 조직들과의 논의와 준비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엉터리 법을 만드는 것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바라지만 발전을 빙자한 관치화의 의도에는 반대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