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망이야기

[칼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회투자지원재단 2014. 8. 22. 14:11

 

 

 

"당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결과적으로 어딘가에 멈추어 있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 -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사회적 경제'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낯설고 설명도 어려우니 다른 단어로 우리들의 활동을 대중화할 수 없을까하는 고민을 재단회의에서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는데 이제 '사회적 경제'라는 단어를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언어가 되었고, 부처와 지방정부에는 '사회적 경제과'라는 부서가 생기고, 이제는 법까지 제정한다고 하니 얼마나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사회인지를 새삼 실감합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정책도, 재원도, 제도도, 지원조직들도 놀랍게 빠른 속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경제'를 일구어 가는 주체들 역시 그동안의 과정 속에서 빠르게 확장되었습니다. 가끔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모임에 가면 얼마나 얼마 전까지 시민사회 진영에 함께 있으면서도 좀 다른 영역이라고 느끼며 일하던 분들을 이제는 '사회적 경제'라는 우산 아래서 쉽게 만나곤 합니다. 재단이 위치한 노원지역의 '사회적 경제조직' 투어를 하면서 만난 많은 젊은 활동가들을 보면서는 현장의 변화를 더욱 실감합니다.

 

현상만을 두고 보면 짧은 세월 속에서 이루어진 '놀라운 변화'입니다. 그런데도 가끔씩 드는 느낌과 생각은 '모두 열심히 가고 있는데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질문입니다.

당면한 공동체의 생존과 운영을 고민해야 하고,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여야 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계하는 일만으로도 경황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같은 질문이 어떻게 들릴지 조심스럽지만 이 질문은 조금 다른 현장에 서 있는 저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는 누구인가?

우리(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우리(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것을 실천할 것인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변화된 협치의 시대에 진부한 질문처럼 들릴지 몰라도 협동은 주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금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더욱 필요한 시절인 것 같습니다.

 

자활공동체를 운영하던 실무자들이 종종 경험하는 정체성의 혼돈 가운데 하나가 '내가 왜 여기에 있나?'였습니다.

이같은 질문은 공동체를 통하여 추구하려는 목적이 공동체의 유지와 생존에 의해 대체될 때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공동체를 통하여 추구하려는 가치와 목적이 무엇이고, 그 가치와 목적을 살려내는 방식은 생존방식과 운영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그래서 더욱 중요한 시절인 것 같습니다.

 

성급한 성과와 성공적 사례에 대한 갈급함이 종종 현장에서 이제 막 건강한 싹을 피우고 있는 주체들을 상품화시키고, 그로 인하여 현장의 좋은 지도자들이 왜곡되는 경우들을 종종 봅니다. 스포츠계의 선배들이 종종 들어오는 광고섭외 때문에 바빠지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본래 사명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뉴스를 접할 때, 자신의 사명을 마음 깊이에 새기고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한 아이를 교육시키는데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가끔 이 말이 '하나의 사회적 경제조직이 성장하는데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로 전환되어 보이곤 합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중학교 친구를 만났습니다.

마을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의 경험으로부터 다시 그같은 생각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관계와 공동체'를 형성하고, '관계와 공동체'라는 기초 위에서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경제조직이라는 오래된 생각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