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재단

새뜰마을사업 대상지 방문기

사회투자지원재단 2016. 4. 2. 13:07






새뜰마을사업은 달동네·쪽방촌 등 주거환경이 지극히 열악한 지역에 대해 생활기반시설(인프라)과 집수리 지원 및 돌봄과 일자리 등 휴먼케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 글은 도시지역 새뜰마을사업 대상지 심사과정에 대한 방문기를 모아 지역발전위에서 발간한 새뜰마을 이야기에 담긴 원고임을 밝혀둡니다.



언덕 꼭대기 끝집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의 고단한 살림살이

 

빡빡한 심사일정을 인해서 하루에 서너 곳을 방문해서 현장심사가 이루어졌다.

고단한 현장심사 일정 중에서 언덕이 많은 지역에서 현장심사가 이루어지기라도 하면 좀 더 그 고단함은 커지게 된다.

한 현장심사지역이 생각난다.

사업대상지역은 언덕으로 부채꼴처럼 펼쳐진 지역이었는데, 언덕을 씨줄과 날줄로 가로지르며 현장 방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허름한 노후주택과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거치면서 언덕을 한참 올라간 끝집에 도착하니, 할머니 한분이 나오셨다.

사람의 발길도 드문 방문이라 할머니께서는 사정도 모르신채 심사위원단을 반기셨다. 할머니께서는 최근에 가파른 골목길에서 넘어지시는 바람에 다리를 조금 다치셨다.

이 허름한 언덕 위 끝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곳에 혹시 어르신이라도 사시면 좁고 가파른 긴 언덕길을 어떻게 오르내리면서 생활을 하실까 걱정스러웠는데, 그 걱정보다 좀 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겨우 집안 내에서 거동하시면서 식사준비나 간단한 빨래 정도는 가능하시다고 하셨지만, 그 마저도 용이하지 못한 상황이셨다. 사업대상지에는 이 할머니와 같이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계셨으며, 대부분 노인빈곤층에 해당되었다.

 



커피 한잔 나누어 먹자는 공동체의 정()


할머니의 곤란한 사정에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안고 내려오는 길은 쌀쌀한 바람 때문인지, 무척 황량하고 쓸쓸하였다.

그런데 어르신 대여섯 분이 모여서 어떻게 듣고 오셨는지, 심사위원단들에게 커피 한잔씩을 나누어먹자고 건네주셨다.

평소에 입에 대지 않던 커피 한잔은 움츠린 맘과 몸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

물론 현장심사위원들에게 사업선정에 대한 서투시지만 꽤 울림 있는 압력의 부탁도 함께 주셨다. 참 절실하다고.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의 언덕 위에서 지어질 새뜰마을을 기대하며

 

최종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지역들이 선정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예산현실을 보면서, 새뜰마을사업을 놓고 벌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작은 공방 속에서도 언덕 위 끝집 할머님과 서툰 커피 한잔의 뇌물(?)로 절실한 맘을 전하신 어르신들의 모습은 새뜰사업의 필요를 역설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 할머님의 곤란한 사정도, 그 어르신들의 절실한 압력도 새뜰마을사업을 통해서 품어질 수 있게 되었다.

새뜰마을사업을 통해서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는 반듯한 손잡이가 달린 4미터짜리 리어커 길들이 날 것이며, 겨울철 장당 몇 푼을 더 주어야 하는 연탄 배달 값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벽과 문틈사이로 새어 들어오던 황소바람은 깨끗하게 교체된 창호와 벽제로 막아내질 것이며, 불편한 다리로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어둡고 더러운 화장실은 집 가까이에 하얗게 밝은 빛을 하고 있는 서양식 변기와 타일로 꾸며진 안락한 화장실로 바뀔 것이다

라면 한 봉지 사려고 아랫마을까지 오르내리던 수고나 쓸쓸한 일상의 적적함은 휴먼케어 사업을 통해서 주민공동체라는 이웃을 통해서 함께 해결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정말 그렇게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의 언덕에 작은 선물 같은 새뜰마을이 지어지길 바래본다.











글 :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지역살림과 자치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