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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내 가장 큰 죄” 마음치료 필요한 노숙인들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4. 22. 12:15

“결혼이 내 가장 큰 죄” 마음치료 필요한 노숙인들

 

“(아내가) 지금도 혼자 있다고 그러는데 … 뭐 식당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애도 잘 키우고 있다고 얘길 들었는데 제가 못 가죠. … 한 삼 년 전에 통화는 했어요. 보고~ 싶죠. 보고 싶은데. 보면 뭐하겠어요. 마음만 아프지. …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실수를 한 게 그 점 같아요. 남의 인생에, 내가 개입한 거.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결혼을) 안 하는 건데.”

 

 

 [[노숙인의 자활 프로그램에는 마음치유(감정 임파워먼트)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여기 ‘희망인프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지난해부터 노숙인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중의 한 분이 얘기한 내용입니다.

 

이 분에게는 일자리나 주거도 중요하지만, 사회 복귀를 위한 마음 치료가 필요합니다. 노숙생활로 오기까지 워낙 많은 어려움을 겪은 탓에 부인에게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한편 죄책감을 넘어 체념과 무기력 상태에 있는 부랑인도 있습니다.

 

“난 필요 없는 존재…” 체념 극복 과정 있어야

 

“내가 주민등록 말소가 십년 됐거든. 왜 주민등록을 안 살렸는고 하니 내가 (경마로) 돈 빚진 것도 있고…. 죽을라고도 세 번인가 그랬고. 첫째는 사람이 싫었어. … (나 자신이) 식구와 형제들한테 필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죠. … 무슨 의욕이 있겠어요. 내가 필요 없는 존재인데…”

 

경마로 많은 빚을 지고 집을 떠나 길거리 생활을 전전하는 분이었죠. 경마와 카지노 등 사행성 오락이 성행하고, 막대한 세원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도 군침을 흘리는 상황에서, 도박 중독자에게만 돌을 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다음과 같은 유형의 노숙인도 있습니다. 실직이나 갑작스런 사업실패 등을 겪었기 때문에 자신을 향한 사회적 멸시에 분노를 표출하고, ‘스스로 인정받기 위한 사회적 투쟁’(인정 투쟁)을 벌이는 경우입니다.

 

채무조정·취업문제 해결도 시급

 

“당시만 해도 외환위기를 겪을 걸 아무도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 그러다 보니까 너나없이 다 뚜드려(부도를) 맞은 거고. … 그 이후에 사업을 정리하는 데까지 6개월이 걸렸어요. 직원들 다 내보내고, 사무실 정리하고, 집기 팔고. 마음의 정리하는 데 또 6개월이 걸렸어요. 그 때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 의욕을 상실했죠. … 진짜 포기 단계까지 갔어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었어요.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으니까.”

 

여기 해당하는 노숙인·부랑인은 구체적 계획을 설계하고 있는 만큼, 채무조정, 취업 등 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제 불황으로 위기가정이 급증하면서 노숙인의 숫자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주거·일자리·의료지원은 필요한 것이었지만 일방적인 프로그램이기도 했지요. 앞으로는 각 노숙인의 심리상태에 근거한 ‘맞춤형 치료’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기 유발이 되어야 현실 극복의 의지가 생길 테니까요.

 

 

이상의 내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총 45명을 대상으로 180시간의 집중 인터뷰를 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노숙인·부랑인의 자립자활을 위한 감정적 임파워먼트(Empowerment: 동기유발)에 관한 연구보고서'도 발간했지요. 노숙인·부랑인의 사회 복귀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네요.<끝>

 

2009년 4월22일(수)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려 하거나 위기 상황에 처한 가정에 채무상담·지원제도 안내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위기탈출 자립지원 정보센터’ 운영을 추진 중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