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담임선생님의 눈물 “아이들 못 지켜줘 미안”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4. 24. 09:47

담임선생님의 눈물 “아이들 못 지켜줘 미안”

 

서울 강동구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으로 재직 중인 이정윤(가명) 선생님은 10여년간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새 학급을 맡은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선생님은 “날마다 아이들을 알아가는 게 기쁘지만 한편으론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경제 불황으로 어려워진 가정이 늘어나면서 저소득 학생

들은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요. 부모의 사랑은 고사하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제자들도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보영이의 꿈이 꼭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정 폭력에 시달려도 갈 데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

 

“얼마 전이었어요. 보영(가명)이라고,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예요. 방과 후 보충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보영이가 없더군요. 나중에 물어 보니 ‘깜박 잊고 집에 갔다’고 하기에, 장난 식으로(체벌이 아닙니다^^;) 엉덩이를 한 대 때려주며 ‘아프지? 다음번엔 잊지 마’라고 타일렀어요.”

 

보영이는 피식 웃으며 “네”라고 답하더니 “그런데 이 정도는 안 아파요”라고 하더랍니다. 선생님은 아무 생각 없이 “임마! 누구에게 맞아 봤기에 이 정도도 안 아프냐?”라고 묻다가 “아차!” 싶었다는군요.

 

부모님도 없이 사는 보영이는 할머니, 언니와 함께 지냅니다. 할머니는 공공근로사업을 나가며 가족을 부양하는데, 가끔 일터가 먼 곳에 배정되어 집에 들어오시지 못할 때가 있다고 하네요(이 얘기는 ‘미술 대신 미용 택한 여중생, 재능 아깝지만…’이란 내용으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필요한 부분만 말씀드릴게요).

 

지난해까지 보영이 집에는 삼촌이 함께 살았습니다. 할머니가 안 계신 어느 밤중에 삼촌이 술을 먹고 들어와 아이들을 때렸고, 언니는 뼈가 부러질 만큼 심하게 다치고 말았습니다. 그 때부터 보영이 자매는 삼촌이 거처를 옮길 때까지 친구 집을 떠돌았답니다. 가정생활이 흐트러졌으니, 학교 역시 정을 붙일 수가 있었겠습니까.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보영이는 선생님의 “맞아 봤느냐”는 농담 섞인 말에 가만히 있다가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보영이의 마음은요. 선생님은 “미안하다”고 보영이를 안아 주며 함께 울었답니다. 지금 보영이는 미용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동네 미용실에서 기술을 배운다고 하네요.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1년 만에 몰락한 중산층 가정

 

이번에는 유진(가명)이라는 중학생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으로, 가족은 부모님과 남동생, 역시 귀가 안 들리는 언니 등 모두 5명이라고 합니다.

 

“1학년 때 제가 담임을 맡았어요. 아이는 장애를 지녔지만 가정환경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어요. 3학년에 또 제가 맡은 반으로 들어왔는데, 며칠 전 유진이가 갑자기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서류를 내밀더군요. 무슨 일인가 해서 어머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올해 초 유진이 아버님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는데 급성 간경화 진단을 받아 사회활동이 불가능하게 됐답니다. 회사는 1년 전에 문을 닫았고요. 살길이 막막해진 어머님은 동사무소를 찾아갔고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이 됐습니다.

 

유진이 어머님은 교회에서 광고 전단지를 돌려 한 달에 50만원을 받고, 동사무소도 자매 명의의 장애수당을 지급한다고 하네요. 이 돈으로 다섯 식구가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진학 이야기를 꺼내기도 두려운 형편이지요. 대학교가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 말입니다.

 

“오늘 유진이에게 고입 모의전형 서류를 주었더니만, 저녁 때 어머니가 전화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시더군요. 유진이는 소리를 못 듣지만 사교댄스를 잘 추고, 요리에도 소질이 있습니다.”

 

춤이나 요리나 정규 중·고등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현실입니다. 방법은 사교육뿐인데 유진이 가족의 형편상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지요. 유진이 본인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희망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진로를 잡아줘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막막하다는 게 선생님의 고민입니다.

 

한때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행어가 인기였죠. 선생님은 “제가 딱 그 마음”이라면서 “아이들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이 찡해진다”고 합니다. 오늘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유진이·보영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얘들아, 지못미…. 정말 이 말뿐일까요. <끝>

 

 

2009년 4월24일(금)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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