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히딩크 감독님에게 시각장애인 고용도 부탁해?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7. 3. 13:51

히딩크 감독님에게 시각장애인 고용도 부탁해?

 

2002 한일 월드컵 축구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달 28일(일)부터 우리나라를 방문하며 의미 깊은 행사를 치렀습니다. 바로 7월1일(수)과 2일(목) 이틀간 시각장애인용 축구장인 ‘히딩크 드림필드’ 3호(수원) 및 4호(전주)의 준공식에 연달아 참석한 것이지요.

 

언젠가 시각장애인 축구장 건립을 지원해달라는 한 사회복지사의 요청에 “우리(히딩크재단)가 직접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뒤, 히딩크 감독은 2007년 충주성심맹아원의 1호 축구장을 시작으로 각 도에 이런 시설을 한 개 이상씩 짓겠다고 했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사회적 관심이나 제도에서 소외돼 있고, 취업은 꿈꾸기조차 어렵습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안마사 외에는 어지간한 직업을 가지기가 불가능에 가깝지요.

 

 

[[ 지난 1일(수) 수원의 경기도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히딩크 드림필드 3호 준공식에서. 드림필드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진: 수원일보 ]]

 

 

150년 넘게 시각장애인 고용하는 영국 회사

 

장애인의 고용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은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영국 런던의 클래리티(Clarity: Employment for Blind People)라는 회사(자선단체)를 보면 부러움마저 들지요. 기원은 시각장애인 7명을 고용한 18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니,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셈입니다.

 

클래리티의 목적은 시각장애인과 일반 장애인의 ▲직업훈련 및 고용 지원 ▲금융 등 각종 보조 제공입니다. 이 단체에서 시각장애인 등은 훼이셜클린저, 샤워젤, 목용비누, 샴푸, 자동차 방향제 등 50여 종의 욕실용품과 가정용품을 생산합니다.

 

이 단체는 고용과 관계된 훈련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생활교육도 실시합니다. 지역의 전문대학과 연계를 맺고 특별 훈련실에서 IT교육까지 진행하지요. 특수 소프트웨어를 통해 앞 못 보는 분들이 이메일에 접속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시각장애인용 도서관에서는 본문의 내용이 음성으로 흘러나오는 책도 대출해 줍니다.

 

 

[[ 150여년 전통의 클래리티에서 일하는 사람들. 여기서는 각종 직업훈련과 생활교육을 실시하며 고용문제도 해결하고 있어요. ]]

 

 

40년 이상 재직, 사오정·오륙도란 말 없어

 

여기에 고용된 시각장애인들은 40년 이상 재직한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이 단체가 발행한 소식지에는 42년간의 근무기간을 마치고 퇴사한 두 사람의 장애인 얘기가 나와 있지요.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 직장인도 부러워할 만합니다.

 

그들이 가장 오래 출근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2009년 1월12일은 클래리티에 특별한 날이었는데, 브렌다라는 여성의 입사 50주년이었기 때문이지요.

 

1959년 16세의 나이로 들어온 브렌다는 시력이 미약하고 청각에도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복지를 위해 헌신했고, 이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건강안전이사회에서 지칠 줄 모르고 일한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이틀만 나오지만, 각종 사회 활동, 사내 친목여행 등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네요.

 

 

[[ 이 회사가 진행하는 시각장애인 대상의 맞춤형 IT교육. ]]

 

 

생산량·지원 감소의 위기를 고용증대로 극복

 

안타깝게도 클레래티의 생산량은 최근 10% 감소했습니다. 통신 판매가 주요 판매 경로였는데, 영국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은 콜센터 전화 등을 수신 거부하는 서비스에 많이 가입한 탓이라네요. 그런데 위기는 이 회사에 고용 촉진의 계기가 됐답니다. 그 전에 외주로 했던 전화판매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이죠.

 

2007년 11월에는 지역당국의 가장 큰 경제적 지원이 철회됐지만, 클래리티는 흔들림 없이 고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그렇듯이 클래리티 역시 수입품과의 가격 경쟁으로 고전 중이지만, 직영 전화 판매망 개설, IT교육, 부가서비스 제공 등으로 난관을 돌파하고 있습니다.

 

2008년 3월에 발표된 이 단체의 연간 총수입은 4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는 약 88억원쯤 됩니다. 고용된 시각장애인과 일반 장애인의 수는 60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청각장애인을 고용했고, 원활한 업무를 위해 수화 교육도 진행 중이라는군요.

 

우리나라도 시각장애인들의 고용 및 사회활동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습니다. 히딩크재단이 성공할 정도라면 우리나라의 여건도 성숙하고 있다고 믿고 싶네요. 하지만 히딩크 감독에게 장애인 취업문제까지 해결해달라고 부탁할 수야 있겠습니까? 정부와 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아쉽습니다. <끝>

2009년 7월3일(금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이 글은 세계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기 위한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글로벌 커뮤니케이터 이지현 씨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