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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법, 핀란드 시골 당국이 우리 정부보다 낫다?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7. 13. 11:38

비정규직 해법, 핀란드 시골 당국이 우리 정부보다 낫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비정규직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1.4%가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고용 불안과 차별 대우가 주요 이유랍니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2년 사용기간이 지난 뒤에는) 불법인 줄 알지만 비정규직을 계속 고용한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이런 괴리를 적극적으로 좁혀주면 좋겠지만,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의 해고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하는 형편입니다. 한편에서는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설 만큼 현실은 답답하죠.

 

 

[[ 한 비정규직 관련 집회. 출처: 민주노총 ]]

 

 

‘과거 방식은 고용지원에 도움 안 된다’는 문제의식

 

핀란드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나선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비정규직과는 일정 궤도를 달리 하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일자리 문제 해결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 나라 남동부에 위치한 유바(Juva) 시의 지방자치당국은 2000년 고객별 네트워크를 형성해 새로운 고용지원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과거에 일자리를 찾아주던 방법은 현재의 장기 실업자나 구직자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우리나라도 그렇지 않나요?).

 

유바 시의 실업률은 11%로 핀란드 내에서는 낮은 편이지만, 전통적인 고용지원 서비스로는 만성적인 실업자들의 취업을 보장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유럽연합의 자금 지원까지 받아 새로운 고용지원 모델을 실험한 것이지요. 유바 시 고용사무소의 프로젝트 책임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구직 활동을 포기한 시골 지역의 장기 실업자나 젊은이들이 우리의 사업 대상입니다. 약 500명이 일자리를 찾거나 풀타임 직업교육을 받게 한다는 목표입니다. 참여자의 일부는 (장기실업에 따른 상실감 등으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어요. 이들이 자격지심을 벗고 건강과 복지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도움이 필요합니다.”

 

 

[[ “저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그 죗값이 ‘해고’랍니다.” 어느 병원 노동자의 절규. 출처: 민중의 소리 ]]

 

 

각 실업자의 특성에 맞춰 건강·복지·교육·직업코치까지 통합 지원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고객별 통합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잘 이해하기 어렵지만, 참여자 개인별로 특성과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여러 단체들이 종합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의미로 파악하면 될 듯합니다.

 

여기서 말한 ‘단체’에는 건강센터, 사회복지기관, 지역 비영리단체, 학교, 사후 교육을 위한 대학, 고용주, 고용 서비스 기관을 포함합니다. 직장이나 일자리와 관련된 사안뿐 아니라 실업자 개인의 건강·복지 문제까지 관심사로 놓은 셈입니다.

 

특기할 사항은 ‘직업 코치 시스템’의 도입입니다. 참여자가 구직에 성공한 뒤에도 새 작업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도와주는 제도이지요. 직업 코치는 의뢰인의 요청이 있을 때까지 몇 주~몇 달 동안 업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답니다.

 

2000년부터 계속된 프로젝트는 2006년까지 290명의 의뢰인 중 204명이 지원 프로그램을 완수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다지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남한보다 면적이 3배 이상 넓고 인구는 500만명에 불과한 나라의 시골 도시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이지요.

 

지원자의 35%인 70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았고, 22%인 약 40명이 연수 중이거나 고용 또는 교육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50명은 구직 중에 있습니다. 이런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담당자는 말합니다.

 

 

[[ 대전 고용지원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에서 많은 실직자들이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네요. 비정규직 등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협력이 필요할 텐데요. 사진: 대전일보 ]]

 

참여자의 삶에 긍정적 영향, 당국·기업·시민단체 간 협력 증대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일단 제쳐 두고라도 이 프로젝트는 수혜자들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우리 지역의 다른 사회기관이나 기업·당국 사이에 더 나은 협조가 이뤄지도록 도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후반 단계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기존 모델의 확대·수정·보완작업이 시작된 것이죠. 앞으로 고용주들은 노동시장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채용하는 인센티브로 재정 지원을 받을 전망이고, 그 결과 사회적 기업가 정신 또한 장려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 역시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과 노동자, 사회단체, 기타 여론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센티브 역시 필요하고요. 아직도 정규직 전환 지원금이 집행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핀란드 시골 당국의 ‘일 못 구하는 사람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부럽습니다. <끝>

 

2009년 7월13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