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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폭력에 노출된 일곱 살 안드레스의 새 삶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7. 17. 11:07

마약과 폭력에 노출된 일곱 살 안드레스의 새 삶

 

네 살에 불과했던 안드레스 어린이에게 길거리는 집이면서 학교였습니다. 일곱 살 때는 폭행과 구타로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고, 상습적인 본드 흡입으로 정신마저 몽롱해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때 한 신부님과 단체가 구원의 손길을 뻗었습니다.

 

이 사제는 스페인 출신의 마누엘 신부이고, 단체 이름은 종이어린이협회라고 합니다. 1991년 콜롬비아에서 문을 연 종이어린이협회는 안드레스처럼 가정적·사회적 요인들로 방치된 아이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 콜롬비아 종이어린이협회의 포스터. 다 쓰고 난 후 버려지는 종잇장의 운명이 길거리 아동의 그것과 닮았다는 데서 협회 이름이 나왔답니다. ]]

 

약물·총기·범죄·각종 폭력에 노출된 아동 보호

 

마약과 폭력으로 악명 높은 콜롬비아에서 어린이들은 다른 어느 나라의 청소년보다도 가정 폭력, 아동 학대와 성매매, 마약 및 총기 사고 등에 노출돼 있습니다. 비영리조직인 종이어린이협회는 콜롬비아 아이들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고, 폭력과 학대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돕습니다.

 

협회의 이름은 불우 어린이들의 처지가 한 번 사용하면 버려지는 종잇장과 비슷하다는 데서 나왔습니다. 10여 년 전 마누엘 신부는 콜롬비아 부카라망가라는 지역의 한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아이들을 봤고, 지역 전문가와 시민들과 함께 어린이 보호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협회의 보호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각종 범죄에 노출될 염려가 있는 노숙 아동

- (부모의 죽음, 가정적·사회적 요인으로) 유기된 아동

- 가정폭력, 성폭력, 그 밖의 정신적·육체적 폭력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우려가 있는 아동

- 미성년 임신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우려되는 아동 및 청소년

- 총기 사용에 노출된 아동

- 약물 사용에 노출된 아동이나, 그 때문에 사회적인 배제가 우려되는 아동

- 범법 행위를 한 아동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도 문제이지만 ‘노숙 아동’ ‘총기나 약물에 노출된 아동’까지 보호 대상이라니, 가슴이 아픕니다. 콜롬비아에서는 가난이나 가정불화 등으로 250만명 이상의 취학적령아동이 학교에 가지 못하며, 취학아동의 20%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학업을 포기한답니다. 이들이 갈 곳은 거리밖에 없지요.

 

 [[ 게릴라·매춘·조직폭력 등 각종 사회적 학대에 노출된 어린이들. 처참합니다 ㅠㅠ ]]

 

옷, 음식, 의료보호와 함께 양질의 교육 지원

 

콜롬비아에서는 약 2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으며 5000명이상의 아동 게릴라가 존재한다고 추정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힘들고 잔인한 사연을 안고 있으며, 결국 폭력에 물들게 됩니다. 게릴라, 매춘, 조직폭력 등은 심각한 위협입니다. 다음은 2001년 11월에 마누엘 신부가 한 언론매체에 한 말입니다.

 

“매년 4000명의 어린이들에게 음식과 옷 등을 지원합니다. 매달 50명의 아이들을 거리에서 구출하지요. 그럼에도 부모의 학대로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수백 명이나 됩니다. 이 사업의 초점은 그런 아이들을 보호만 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이 독립된 존재로 성장하도록 가르치고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협회가 돌보는 아이들은 무료로 양질의 교육을 받습니다. 교육이야말로 아이의 미래를 변화시킬 원동력이기 때문이랍니다. 의사, 간호사 등으로 의료조직을 구성해 아동 질병의 예방·치료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매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아동이 1만2000명에 달하는 이 나라에서 의료 지원 활동은 매우 긴요합니다.

 

 [[ 경제 위기로 우리나라에도 소외된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의 밝은 빛이 비쳤으면 해요^^ 사진=능동어린이수영장 ]]

 

우리 아이들도 예쁜 종이학으로 날 수 있기를…

 

자체의 재정 마련 수단도 있습니다. 협회 소속 아이들의 직업훈련 센터로도 활용하는 사업장이 카르타헤나와 부카라망가라는 지역에 총 다섯 개 있습니다. 업종은 레스토랑, 카페, 목공소, 인쇄소 등이라고 합니다. 다시 마누엘 신부의 말입니다.

 

“우리는 그 아이들을 ‘종이어린이’라고 부릅니다. 쓰임이 다양한 종이는 사용된 후에 쓰레기통에 버려지죠. 우리는 버려진 종이(어린이)들을 다시 수집하고 재활용해 1등 품질로 탈바꿈시킵니다.”

 

이 글의 앞머리에 나온, 폭력과 약물의 피해자로 길거리를 헤맸던 일곱 살의 안드레스도 미운 오리새끼에서 눈부신 백조로 비상을 시작했습니다. 종이어린이협회와 만난 날로부터 10년 뒤, 안드레스는 고등학교 과정을 거의 마치고 미국 교환학생을 꿈꾸고 있으며, 장래 희망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답니다.

 

경제 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려움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의 꿈이 구겨진 종잇조각으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예쁜 종이학처럼 날아오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으면 합니다. <끝>

 

2009년 7월16일(목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이 글은 세계의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 활동을 소개하기 위한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글로벌 커뮤니케이터 성은혜 씨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