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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정년 44세, 사오정 세대의 고용은 어떡해?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7. 9. 10:14

예상 정년 44세, 사오정 세대의 고용은 어떡해?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2009년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을 분석한 결과 직장인들의 예상 정년은 44세라고 합니다. 임원이 되는 시기는 입사 후 21년이라고 하네요. 예상 정년을 감안하면 23세 이후에 취직한 사람은 간부급 승진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이런 조사가 아니더라도 ‘사오정’이란 단어는 흔하게 쓰입니다. 40대~50대는 왕성하게 일할 연령대이고, 여전히 자녀 양육비와 주택 대출금 문제로 고생하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 사회는 계속 이들을 일자리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군요.

 

 [[ 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소자본 창업과정 강좌를 개최하는 장면. 퇴직한 40~50대의 상당수가 자영업 시장으로 가지만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죠. ]]

 

사오정 세대에 특화된 프로젝트 실시

 

이탈리아 북동부의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지역은 공식 실업자 수가 3000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업 통계가 그렇듯이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로 이 지역에서 사오정 세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특별한 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명칭은 ‘오버(Over) 45’인데, 노동시장의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유럽연합이 진행하는 EQUAL의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2002년 6월~2004년 6월까지 ‘Over45’를 통해 265명이 훈련에 참여했고 157명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했다고 하네요.

사실 이 지역의 사정은 우리나라보다 심각할지 모릅니다. 담당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우리는 인구 고령화와 산업의 쇠퇴에 직면해 있어요. 생산 활동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새로 쏟아져 나오는 노동력을 수용할 여력이 부족하고, 서비스나 상업 부문에서 생긴 일자리들은 임시직이 아니면 불안정한 경우가 많지요.”

 

이처럼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는 45세 이상이 가장 먼저 제외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여성은 고용시장에 접근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55~64세의 여성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실직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공적인 고용 서비스조차 이런 연령대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고요.

 

 [[ 자전거 재활용 사회적 기업인 ‘(사)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에서 일하고 계신 할아버지. 누구든 기회만 되면 노동할 수 있어요!! ]]

 

2년간 20억원 들인 성과 치고는…

 

‘Over 45’ 프로젝트는 나이 든 구직자들의 일자리 모색을 지원하고, 지역의 고용주들이 장년층을 고용하도록 장려할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내 한 도시의 경우 지역건강센터, 주택조합, 기타 서비스 센터 등에 19개의 연락소를 개설해 중장년층의 고용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상자 중 총 1226명이 관심을 보였고, 955명은 개인의 전문적·직업적 기술 및 희망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상담과정에 참여했습니다. 265명의 참가자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고, 교육과정에 매력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그다지 성과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2년간 총 117만4416유로(우리 돈 약 20억8000만원)가 든 사업 치고는 쏠쏠한 성과를 올렸다고 할 만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장년층에 특화된 고용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인정됐다는 것이겠죠.

 

40~50대에게 꼭 필요한 기본 교육 포함

 

수업 내용에는 기본적인 영어 교육, 컴퓨터 다루기, 자신감 훈련, 이력서 작성 요령과 인터뷰 준비법 안내 등이 포함됩니다. 일자리에서 소외된 40~50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꿰뚫어본 교육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에는 고용주가 새 종업원을 시험해 보도록 다섯 달의 수습 과정도 만들어 놓았고요.

 

한 관계자는 “활동 성과에 관한 소책자를 발행 중이며, 지방정부에 법안 제정까지 제안하고 있다”며 “참가자들이 자발적인 모임이나 연합체를 만들도록 지원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예상 퇴직 연령이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인 44세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장기 고용이 뒷받침되도록 제도 개선의 노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증대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부득이하게 일찍 회사를 나온 분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분들에게는 소중한 자신의 인생과 가정이 있으니까요. 빨리 대비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벌써 늦었을 수도 있겠지요. <끝>

2009년 7월9일(목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