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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난다’ 모욕당한 외국인, 그리스로 갔다면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9. 11. 11:03

‘냄새 난다’ 모욕당한 외국인, 그리스로 갔다면

 

우리나라에서 인도 출신의 한 외국인 교수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한 남자에게 “냄새 난다” “더럽다”며 욕설과 막말을 들었습니다. 경찰서에서도 이 남자는 폭언을 계속했는데 경찰은 보고만 있었다는군요(결국 약식 기소됐습니다만). “내가 백인이었다면 그랬겠느냐”는 교수의 말이 요즘 유행어의 표현대로 씁쓸합니다.

 

희망인프라 담당자도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사과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교수님이 아니라 평범한 외국인 노동자였다면 경찰서를 찾기도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불편하네요. 예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폭행, 임금 차별 및 체불, 입국 브로커의 비리 같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합니다.

 

 [[ 지난 7월 ‘성·인종차별대책위원회(가칭)’가 외국인 차별 피해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 인종 차별 피해를 겪은 후세인 성공회대 연구교수(오른쪽 단상 맨 끝)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사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

 

외국인 이주민에게 자국 말 가르치기

 

유럽의 경우 일찍부터 외국인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대책을 수립해 왔습니다. 그중 우리보다 1인당 GDP 수준이 다소(실은 1만 달러쯤^^;) 앞선 그리스의 사례를 소개하려 합니다. 그리스어 교육을 대규모로 시킨 이야기입니다. 언어 교육이 무슨 대수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그 나라의 말을 알아야 권리도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1990년대 초부터 그리스로 이주하는 이민자의 수가 급증했습니다. 따라서 이주민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사회가 포용하는 것도 이 나라의 주요 관심사였지요. 초기부터 언어교육을 전공한 사람들이 수천 명의 이주민에게 그리스 말을 가르쳤고, 이민자들은 그 덕분에 지속적으로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주 현황부터 보면 그리스에서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최근 15년 사이에 들어왔고, 전 국민의 7%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2001년 공식 인구조사 때는 80만 명이나 되는 외국인 체류자가 명부에 올랐답니다. 망명자도 늘어나서 2003년에는 약 9000개의 보호 신청서가 접수됐다고 하는군요.

 

대다수 이민자들은 건설 일용직이나 가사 노동 같은 비공식 경제 부문에 들어가기 일쑤입니다. 임시직이고 저임금이기에 제대로 보호조차 받기 어렵지요. 적절한 훈련과 언어 능력이 없다면, 상당수는 정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불가능합니다.

 

 [[ 지난 6월 한 단체가 주최한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교육 행사. 사진: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

 

언어 교육에서 출발, 고용지원과 직업훈련 등 보완방안 마련

 

2001년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 측과 협력해 ‘이주민을 위한 그리스어 교육활동’이란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자국 내 이주민 집단의 사회 경제 통합을 장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셈입니다.

 

2년 뒤인 2003년부터 7000명의 외국인을 상대로 1단계 사업이 본격 가동됐습니다. 2004년에는 2단계로 7600명이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총 참여자의 60%는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부 담당자의 말입니다.

 

“이주민이 직업을 찾고 사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데 그리스어 학습은 가장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이주민들이 그리스에 머물며 사회에 통합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첫 걸음이 중요하지요.”

 

초기에는 언어 교육 위주였습니다만, 차츰 다양한 활동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듯합니다. 고용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보완적인 활동 지원이 이뤄지고 있답니다. 어학 과정을 이수한 이민자들에게 훈련생 제도, 평생학습 기회, 구직·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랍니다.

 

이민자에게 자국의 언어를 가르치고 체계적인 고용 및 정착 방안까지 고민하는 나라, 교수인 외국인에게 욕설과 모욕을 가하고 공권력마저 시원찮게 보호하는 나라, 여러분이 똑같은 처지라면 어느 쪽에 더 점수를 주시겠습니까? <끝>

 

2009년 9월10일(목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