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공익까지 추구하는 협동조합 공장, 깨가 쏟아져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9. 14. 13:49

공익까지 추구하는 협동조합 공장, 깨가 쏟아져

 

참기름·들기름·고추기름 등의 가공업체인 (주)살림농산은 강원도 원주에 있습니다. 공장 밖에서부터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데, 내부에선 한창 들기름을 만드는 중입니다. 기계에 넣은 들깨를 볶고 짜는 작업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루에 큰 생수통만한 병은 400~500병, 330ml들이 작은병은 1000병쯤 나온다는군요.

 

이 회사는 지역의 생활협동조합(생협)인 원주한살림에서 출발했습니다. 원주는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 운동이 가장 발달한 곳으로, 2만여 회원을 거느린 13개 협동조합이 협의체까지 운영할 정도입니다. (주)살림농산의 수익은 원주한살림의 중요한 재원이 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일정 액수를 출자하고, 1인1표 주의로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제대로 활동할 경우 조직체로서의 민주성과 기업체로서의 수익성을 함께 실현할 수 있지요. 스페인 몬드라곤 지역에서는 협동조합 집단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도 경제 부문에서의 민주주의를 함께 달성했다고 평가받습니다.

 

 

[[ 이 작은 건물이 살림농산의 공장입니다. 내부에는 기계가 끊임없이 돌아가며 기름을 생산하고 있어요. ]]

 

 

연간 이익 1억원, 사회적기업 인증 추진

 

(주)살림농산은 설립 20년만인 지난해 7월부로 원주한살림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이 됐고, 현재 사회적기업(이윤과 사회적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 인증을 추진 중입니다. 2008년 매출액은 약 15억원이며 이익은 약 1억원을 바라봅니다.

 

구본우 상무는 원주한살림 시절부터 22년간 (주)살림농산의 생산을 맡아 온 베테랑입니다. 구 상무는 “공장이 발전하고 이익이 늘어나면서 생활협동조합의 원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고 합니다. 생협은 소비자 중심인 만큼 독립적인 생산 중심의 단위가 필요했다는 것이겠지요.

 

(주)살림농산 역시 협동조합 정신을 유지하면서 사업체와 생협이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고자 독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활로를 찾은 뒤부터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는 이런 답변이 나왔습니다.

 

“여전히 원주한살림이 지분의 51%를 소유한 대주주이고, 그 외의 출자자는 4분의 1 이상이 농민 조합원인데다가 지역의 개인조합원과 기타 사회적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의 인증을 받는다면 법률상 배당은 최대 30%로 제한되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원리나 정신에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추진하는 이유도 몇몇 개인과 주주에게 기업이 좌우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또 앞으로 증자를 할 경우 직원 조합원 역시 지분의 5% 정도를 참여시킬 계획이라는군요. 종업원들이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만큼 많은 지분 배분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 “사회적 기업이 되어 고용 증진과 이익의 사회적 환원에 기여하겠다”는 구본우 상무. 경력 22년의 베테랑입니다. ]]

 

 

임금·재정 문제 등 있지만 공익성과 수익성 함께 추구할 것

 

총 7명의 종업원들은 모두 원주한살림의 조합원인데 근속연수는 1년~8년으로 다양합니다. 1일 8시간 노동에 격주로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한답니다. 중소 규모의 기업체에서는 이런 근무조건도 쉽지 않지요.

 

잔업은 일이 몰리는 명절 때 주로 한답니다. 안타깝지만 별도의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는군요. 구 상무는 “(잔업 수당 미지급이) 그쳐야 할 관례”라며 “원주한살림의 다른 직원들도 야간수당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형평을 맞춰야 했다”고 합니다.

 

급여액은 최저 임금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고 하는데, 독립한 뒤부터는 현실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익은 원주의 협동조합 중에 가장 많이 나지만 재정이 빠듯하다는 것 역시 고민거리라는군요. 그러면서도 수익의 3분의 2는 공익사업에 쓸 계획을 세우고 있답니다.

 

실제로 (주)살림농산은 모법인인 원주한살림을 통해 수익의 많은 부분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공익성의 공존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임금이나 자금 문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고요. 그 돌파구로 구본우 상무는 독립 브랜드 개발, 판매망 확대로 시장을 넓히는 외에 사회적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되면 할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고용 증진과 이익의 사회적 환원에도 기여할 수 있죠. 회사가 독립할 때도 이런 정신을 분명히 갖고 시작했습니다. 이익의 처분도 대주주인 원주한살림과 함께 결정할 것이고요.”

 

수익 창출과 사회적 목표의 조화라는 정신을 (주)살림농산과 원주 협동조합 운동이 어떻게 만들어갈지 주목됩니다. <끝>

2009년 9월14일(월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