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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No! 부가가치 창출하는 실버 인재들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9. 17. 13:58

정부 지원 No! 부가가치 창출하는 실버 인재들

 

50~60대까지 회사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의미의 ‘오륙도.’ IMF 외환위기 이후 흔한 말이 됐습니다만, 우리나라도 총인구의 7%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울산에서 열린 노인채용박람회에는 신종플루

위험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어르신들이 몰려들었다고 하는군요.

 

가까운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서 일찍부터 노인 관련 일자리나 복지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는 노인들의 임시·단기 취업과 사회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별로 실버인재센터라는 기관을 설치·운영 중입니다.

 

[[ 지난 14일 울산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 신종플루까지 박멸할 어르신들의 열기로 뜨겁습니다. 사진: 부산일보 ]]

 

노인 일자리 확보 위해 취업 개척 사원까지 운영

 

이중 관서지역 효고현에 있는 니시노미야 시의 실버인재센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도시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구단의 고시엔구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1994년 문을 연 센터는 약 1200명의 회원에게 각종 취업 교육 및 일자리 알선, 강습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센터는 취업 개척 사원이라는 직책을 운영합니다. 중앙정부와 효고현이 실업대책 차원에서 마련한 일자리로, 이들은 노인 회원이 희망하는 사무직 계통의 취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각 사업소를 찾아다닙니다. 실업과 노인복지,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한꺼번에 풀려는 의도이지요.

 

지역 밀착 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회원이 역내 어려운 상황의 고령자를 맡아보는 돌봄 서비스, 가사원조 서비스에 나섭니다. 핵가족화에 대응해 어린아이와 초등학생 바래다주기 같은 자녀 양육 지원 서비스도 벌이지요.

 

회원들은 센터에서 수공예품을 만들고 컴퓨터 교육도 받습니다. 여기서 만든 공예품은 고시엔구장 옆 상가에서 전시·판매까지 한답니다. 그밖에 방충망·창호지문 교체 강습회, 빌딩 청소 강습회, IT 강습회에서 자전거 주차 매너 지도 강습회까지 다양한 교육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재정은 회원 납부금과 당국의 보조금 등으로 이뤄집니다. 1인당 연 회비는 2만4000엔으로 우리 돈 3만2000원이니 총 회비는 3억8000만원쯤 되는군요. 보조금은 정부와 효고현의 지원분을 합쳐 4725만엔, 한화로 약 6억3500만원입니다. 노인복지로 들어가는 혈세에 물가까지 감안하면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한 노인 일자리 훈련센터에서 경비원 교육으로 소방훈련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 서울시 노인취업훈련센터 ]]

 

일본 전역에 1790개 운영, 연 매출 4조원

 

실버인재센터는 효고현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 1790개가 운영 중입니다. 초기부터 국고 보조가 들어갔지만, 실업자 단체가 중심이 된 고령자사업단이라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액수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보입니다. 민간에서 미리 활성화된 단체를 공

공이 지원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지자체가 상근인력을 파견했지만 지금은 자체 인력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보조금은 여전히 지급되고 있습니다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액수의 상대적 크기는 입이 벌어질 정도는 아닙니다.

 

언론에 따르면 2004년에는 전국의 실버인재센터에서 연인원 62만3000여 명이 3067억 엔(약 4조1200억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노인들이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부가가치까지 스스로 창출하는 셈이지요. 실제로 연세 많은 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적지 않고요.

 

다만 연세 때문인지 사회적 여건 탓인지 임시적·단기적 취업이 많답니다. 그 점에서 맨 처음 소개한 취업 개척 사원도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지요.

 

현재 고령화 사회인 우리나라도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공과 민간이 여러 노인복지시설, 고령자취업알선센터, 노인취업훈련센터 등도 운영하고 있지만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노인은 늘어나는데 복지나 일자리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잘만 활용하면 고용 창출은 물론 부가가치까지 만들 수 있는 데도요.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배우고, 우리 현실도 잘 활용할 대한민국의 ‘노인 복지·취업 개척 사원’은 어디 없을까요? <끝>

 

2009년 9월17일(목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