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고난과 시련 겪는 정신지체 장애인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10. 2. 12:29

고난과 시련 겪는 정신지체 장애인


공지영 님의 ≪도가니≫는 실제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아동 학대와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얼마 전 희망인프라 블로그에서도 이 책에 나온 사례와 유럽의 청각장애인 교육 환경을 비교한 바 있지요.


그런데 소설과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보육시설에서 원장과 남자 원생, 원장의 아들이 정신지체 장애인을 포함한 여자 원생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되거나 입건된 것입니다.


이 보육원 역시 정부 보조금과 각종 후원금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정신지체 장애인을 성추행한 재활작업장 교사가 재판장에서 법정 구속되기도 했지요.


우리 사회는 지적장애나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고난과 시련만 안겨 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외국의 사례를 보고 있으면 너무 비교가 되어 한숨이 나옵니다. 다음은 룩셈부르크의 지적장애인 관련 프로젝트입니다.


 

[[ 우리나라의 한 단체에서 실시하는 지적장애인 부모 대학. 부모님의 염원에 맞는 지적장애인 지원제도가 빨리 정착됐으면 합니다. 출처: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


지적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집중 지원하는 룩셈부르크


2000년경, 룩셈부르크 남쪽에 위치한 까뻴른 시에서 두 개의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학습장애나 정신지체가 있는 사람들이 사회와 노동시장에 통합되도록 집중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엄격한 감독, 생생한 현장 경험, 치밀한 계획이 맞물린 덕분에 시행 지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도 지적장애인은 노동시장에 편입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까뻴른 지역의 HMC(원래는 Ligue HMC asbl)라는 단체가 다양한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각자에게 알맞은 기술을 개발하고 직업을 찾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사무실 서비스와 사무실 밖 서비스가 그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참가자들이 실내에서 모의실험을 통해 사무작업을 경험합니다. 교육 보조원의 지속적인 감독 아래 참가자들은 컴퓨터, 인터넷, 이메일, 문서 정리나 인쇄에 관한 기술을 배웁니다. 헌신성이 느껴지는 담당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우리는 사무실 규모를 계속 작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5~6명이 언제든지 근무할 수 있는 크기지요. 그래야 각 개인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어떤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 HMC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훈련기관의 헌신성이 당국의 적절한 지원, 기업의 열린 자세와 맞물려 지적장애인의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세심한 사전 준비, 지속적인 사후 관리로 성과 거둬


사무실 밖의 서비스로는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먼저 참여 장애인들이 예비 고용주를 만나러 가기 전부터 인터뷰 요령 교육 등 사전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양로원, 소기업, 시내 공공시설과도 제휴합니다. 교육생들은 정원관리, 요리, 청소 같은 간단한 업무를 해냅니다.


지적장애인이 고용주와 처음 만날 때는 자격을 갖춘 인솔자가 동행해 참여자의 두려움을 없애줍니다. 이후에도 인솔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고용기업을 찾아가 문제점을 모니터링 합니다. 어떤 경우는 몇 사람의 장애인이 소그룹을 이뤄 함께 작업하고 인솔자가 지속적으로 지켜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둔 듯합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유럽연합 측의 지원을 받았지만 그 후로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두 지역에서 새로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담당자는 “프로젝트가 잘 운영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의 고용주들이 우리 훈련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당국의 적절한 지원과 훈련기관의 헌신성과 기업의 열린 자세가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지원체계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관련단체의 일꾼이나 장애인들에게도 힘이 되는 뉴스가 빨리 나왔으면 합니다. <끝>


2009년 10월2일(금요일)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