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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 안 하는 진짜 서민금융기관도 있네!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3. 11. 11:26

고리대 안 하는 진짜 서민금융기관도 있네!

영세 시장상인에게 대출, 노숙인·저신용계층 위한 소액금융기관 존재

…원주 밝음신협 등 협동조합 금융기관, 노숙인 대출의 경우 단 1건만 부실

 

오래 전부터 ‘서민금융’이란 말은 고리대출기관의 전유물이나 다름없게 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이 용어로 검색하면 대출금리 연49%에 달하는 대부업체 광고가 화면을 꽉 채운다. 어떤 이들은 서민금융을 ‘서민 잡는 금융’이라고 할 정도다.

 

[[ 한 포털사이트에서 ‘서민금융’으로 검색하니 대부분 고리대업체의 안내 문구가 나온다. ]]

 

 

아래 사업체들은 영세자영업자, 저신용계층, 심지어 노숙인에게 저리 대출하는 서민금융기관이다. 시장상인에게 ‘매일 찾아가는 대출사업’을 운영 중인 밝음신용협동조합, 신용불량자·신용카드 연체자에게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누리협동조합, 노숙인의 자립을 위한 갈거리협동조합 등 강원도 원주의 금융 협동조합들이 주인공이다.

 

‘찾아가는 서비스’ 밝음신협: IMF 때 예금 인출 않은 고객과의 신뢰

 

밝음신용협동조합(이하 밝음신협)에서 일하는 정용호 씨는 파출업무를 맡고 있다. 장사 때문에 시간이 없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신협 직원이 직접 찾아가 입출금을 하는 업무다. 시장에서 좌판을 펴고 장사하는 분,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을 하루 평균 80~90명쯤 만난다. 그만큼 밝음신협은 고객과 끈끈한 신뢰를 쌓았다.

 

[[ 정용호 씨는 “수많은 저소득층에게 ‘밝은’ 희망을 전하도록 빨리 밝음신협이 서민의 소액 저리 대출을 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로 발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

 

 

정씨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회상했다. 신협의 부도사태가 나던 당시, 밝음신협도 직원 중 3분의 1이 회사를 나가는 등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유는 서민금융기관의 특성 때문이었다.

 

“일반 금융기관 같으면 너도나도 예금을 인출할 텐데 신협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빼내지 않았어요. 명예퇴직이나 병원비 등으로 돈이 필요했겠지만 신협이 어려운 시기를 넘길 때까지 기다려 주셨죠. 그때 노점상 할머니 조합원이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돈을 빼서 신협이 문 닫으면, 우리는 비빌 언덕이 없어진다’고요.”

 

결국 밝음신협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생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개발 차원에서 소극장을 만들어 지역문화에 기여하고, 밝음신협 건물에 일본어, 한문, 요가 교실을 운영하고, 4층의 소비자·시민단체에게는 초창기부터 사무실을 무상임대했다. 건물 지하층 역시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 매장을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정용호 씨는 밝음신협이 서민을 위한 저리대출기관, 즉 마이크로크레디트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일반 금융기관처럼 신협도 거의 모든 대출에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금융기관이 개인의 신용도를 예측하는 평가 기법)의 심사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저소득층의 상당수는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밝음신협 조합원은 영세상인이나 노점상이 많아요. 시장을 돌다 보면 고리 일수를 찍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어렵게 번 돈이 고리대로 빠져 나가는 걸 보며 ‘이분들에게 소액대출이 된다면 채무 상환은 물론이고 저축도 가능할 텐데’라고 생각하죠.”

 

정용호 씨는 지난해 사회투자지원재단 등이 진행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전문가 교육과정에 등록했다. 그 과정에서 ‘신용협동조합과 마이크로크레디트’라는 보고서를 썼다. 보고서엔 신협이 서민금융기관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현실, 이 상황을 초래한 신용등급 위주의 금융 규제, 대안으로 신협과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접목 등을 담고 있다. 지역 재래시장 살리기를 위한 상품권 제도의 활성화 방안 등이 담겼다.

 

신용불량자에게 대출하는 누리협동조합, 노숙인 위한 갈거리협동조합

 

누리협동조합은 밝음신협의 정인재 이사장이 만들었다. 원주지역에 저소득층을 위한 자활센터가 생길 당시에 정 이사장은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전문가 교육에 정용호 씨와 함께 참여했으며, 현재 밝음신협에서 교육홍보기획 역할을 하는 장동영 씨의 말을 들어보자.

 

“그 무렵 자활 참여자들은 대부분 채무자로, ‘자가용 타고 온 사람들’(채권자)과 만날 때는 표정이 어두워지고 의욕이 없어졌다고 해요. 아무리 일해도 빚 갚기가 어려우니 무슨 의욕이 있었겠어요. 자립의지가 있어야 빈곤이 없어지는데 빚쟁이들 만나면 의욕이 사라지는 게 이사장님의 고민이었습니다.”

 

 

[[ 장동영 씨는 “정부가 양극화 문제로 대출제도를 늘리고 있다”며 “어떻게 소액대출사업에 접목시킬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

 

 

고민 끝에 신용불량자(현재 금융채무불이행자), 카드빚에 몰린 사람들을 설득해 일일주점을 열었고 종자돈 1000만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조합원이 출자한 131만1330원을 보태 누리협동조합을 창립했다.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저신용계층에게 병원비, 학비 등 50만원 한도로 긴급자금을 대출했습니다. 현재는 출자금이 약 8000만원이고 대출한도는 500만원이다.

 

갈거리협동조합은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장동영 씨의 말.

 

“곽병원 씨라는 의료인이 땅을 사고 자금을 털어 ‘갈거리 사랑촌’이라는 중환자·독거노인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후원자가 늘어나 무료급식이 가능해진 다음에는 ‘십시일반’이라는 노숙인 식당을 열었습니다.”

 

십시일반은 식사 때 노숙인에게 200원을 받는다. 얻어먹는 게 아니라 자기 돈 내고 먹는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지난해에 노숙인들이 낸 돈은 총 30만원인데, 전액 장학금으로 쓰였다고 한다.

 

갈거리협동조합은 십시일반이 노숙인 센터로 발전한 뒤 생겼다. 대출뿐 아니라 노숙인들의 자립통장 개설 업무도 한다. 원주시 협동조합 단체의 한 관계자는 “누리협동조합과 갈거리협동조합의 대출 부실은 1건 정도”라고 말했다.

 

소득이 낮고 재산이 적을수록 급전이 필요하지만 은행 문턱은 높다. 고리대업자와 대부업체들이 그 빈틈을 파고들며 서민들의 삶을 멍들이고 있다. 원주의 금융 협동조합처럼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끝>

2009년 3월11일(수)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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