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아르헨티나의 노숙인들, 이렇게도 산다.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5. 27. 12:23

아르헨티나의 노숙인들, 이렇게도 산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는 노숙인들이 엄청 늘었습니다. 최근의 금융위기 여파로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2008년 부랑인의 수는 총 9492명으로 전년보다 23.5%나 증가했지요.

 

문제는 1만명에 달하는 노숙인들이 생활할 공간이 부족한데다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자리 구하기나 직장생활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지요.   

 

 

[[ 소외계층을 판매원으로 고용하는 잡지 ‘Hecho en Bs. As.’의 표지. 잡지명은 영어로 ‘메이드 인 부에노스아이레스(Made in Buenos Aires)’라고 한다. ]]

 

노숙인을 잡지 판매원으로 채용

 

한데 우리나라와 지구의 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에서는 한 잡지회사가 노숙인들을 고용해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Hecho en Bs. As.’(이하 HBA)라는 기업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메이드 인 부에노스아이레스(Made in Buenos Aires)’라고 하는군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 거리 곳곳에서 노숙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빈부 격차가 심한 탓인지,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쉽게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답니다. 자식들도 마찬가지고요. 부랑 생활의 악순환이 대대로 반복되는 셈이지요.

 

HBA는 노숙인 등 소외계층에게 새 삶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면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든다’는 말처럼 이윤과 사회적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이죠.

 

이 회사의 주수입원은 지난 2000년부터 발행을 시작한 동명의 잡지 ‘Hecho en Bs. As.’(역시 HBA로 표기)입니다. 일종의 시사잡지로서 사회·경제·문화(공연, 예술) 등 다양한 전문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소외계층이 당면한 문제들도 함께 다룹니다.

주목할 것은 HBA를 판매하는 이들입니다. 대부분의 판매원은 거리의 노숙인이나 실업자 등 경제적 소외계층입니다. 일개 잡지사가 사회망 안으로의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 사회 참여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지요.

 

 

 

[[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노숙인. 우리나라나 아르헨티나나 노숙인의 경제활동 참여는 시급한 문제다. ]]

 

“강압·만취 판매는 안 돼!” 업무관리팀 존재

 

HBA 잡지를 판매하려는 노숙인과 실업자들은 HBA사에서 가정 상황, 경제 형편 등 일정의 심사를 거친 후 서류를 작성합니다. 그 뒤 판매원 증명서와 10부의 잡지를 무료로 받습니다. 구걸, 강압, 약물·알코올 섭취 상태에서의 판매는 금지되며 HBA사의 업무관리 팀이 판매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합니다.

 

잡지의 가격은 3페소이며 그 중 2.1페소가 판매원의 몫입니다. 1페소가 한화로 약 27원이니 한 부당 약 80원의 수익을 가져가는 셈이죠. 많은 액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경제활동이 어려운 아르헨티나의 노숙인들에게는 마른 하늘의 단비 같은 수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판매원의 88%는 HBA 잡지 판매가 유일한 수입원이며, 이중 61%는 생계 유지에 도움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HBA 사가 이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적 소외는 인간 소외를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판단 때문이지요. HBA는 경제 활동을 통해 소외계층을 다시 사회로 끌어들이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잡지 판매 계약 외에도 노숙인 가정을 위한 공공서비스, 의료서비스, 미술수업 등을 지원합니다.

 

우리나라의 노숙인들은 정부 지원을 제외하면 막노동이나 폐품수집이 유일한 수입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어느 쪽이 낫다는 말이 아니라, 기업활동의 차원에서 노숙인들을 참여시키는 아르헨티나의 사례가 특별하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요즘, 한 번쯤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끝>

 

2009년 5월6일(월)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이 글은 세계의 사회공헌 경제와 기업 활동을 소개하기 위한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글로벌 커뮤니케이터 성은혜 씨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려 하거나 위기 상황에 처한 가정에 채무상담·지원제도 안내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위기탈출 자립지원 정보센터’ 운영을 추진 중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