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소식들

다운증후군 앓는데 취직할 수 있을까?

사회투자지원재단 2009. 6. 8. 13:32

 

21번 염색체가 보통사람보다 한 개 많아 걸린다는 다운증후군. 우리나라 장애인의 많은 경우가 그렇듯이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람도 마땅한 사회생활을 누리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취직하기가 어렵지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살고 있는 22세의 바네사 곤살레스 곤살레스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어엿한 직장여성입니다. 2003년 4월 2일부터 메딸루르히까 까스바르(Metalúrgica Casbar)라는 중견 금속가공업체에 재직 중이지요. 주요 업무는 우편물 분류 및 배부, 운송장 발송, 문서작업, 스캔, 팩스 발송, 복사 등입니다.

 

[[ 문서를 복사하는 바네사 곤살레스 곤살레스 씨. 동료들은 그녀를 보고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한다”고 한다. ]]

 

다운증후군 환자에게 직장 제공하는 스텔라 프로젝트

 

바네사가 그냥 직장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마드리드 다운증후군 재단(FSDM)이라는 비영리단체가 1995년부터 시작한 ‘스텔라 프로젝트’가 도움을 주었던 것이지요.

 

스텔라 프로젝트는 다운증후군이나 지적·발달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장애인들을 일상적인 노동환경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활동입니다. 취업을 통해 개인의 발전과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지요.

 

이 프로젝트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지적·발달장애인들을 지속적으로 고용할 기업을 발굴하는 한편,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들이 업무를 수월하게 수행하기 위한 직업훈련,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프로젝트의 확대를 위해 여러 지역과 부문에서 활동을 벌이기도 하지요.

 

기업·장애인·가족을 중재·조정하는 기능까지 합니다. 이를테면 가족들이 지적·발달장애인을 과보호하지 않도록 독려합니다. 장애인의 역량과 가능성을 믿는 게 중요하다는 의도에서지요.

 

 

스타벅스·시티은행 등 150여 기업 참여

 

첫 성공사례는 1995년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섯 사람이 각기 다른 기업에 취업하며 나왔습니다. 2002년부터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수가 증가했고, 현재 스타벅스, 도시바, 시티은행, 까르푸 등 다국적기업을 포함해 15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들을 ‘스텔라 기업 클럽(El club de Empresarios Stela)’이라고 부른답니다. 지적·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곳도 있고, 프로젝트의 비용을 보조하는 곳도 있습니다. 참여회사들은 종업원, 고객, 사회에 대한 기업이미지 증대에 성공할 뿐 아니라 각종 지원을 통해 인력채용 및 훈련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스텔라 프로젝트는 4단계로 나뉩니다. ▲고용역량을 강화하는 기본교육 1단계 ▲도우미와 함께 시범적으로 기업에서 일하는 2단계 ▲장기간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3단계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4단계가 그것이지요.

 

 

 

직장생활 적응 위한 도우미 존재

 

특히 프로젝트의 도우미는 자신이 맡은 지적·발달장애인과 함께 출퇴근하며 회사 적응과정을 돕습니다. 장애인이 스스로 작업할 수준이 되면 도우미는 물러나지만, 의문점이나 고충이 생길 때 서로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다고 하네요.

 

2008년 12월 현재 스텔라 프로젝트를 통해 다운증후군과 지적·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86명이 일하고 있고,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취직에 성공한 장애인들은 사무보조, 백화점 업무보조, 실험보조, 행정보조, 요리, 청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18~35세가량이라고 합니다.

 

회사 사람들은 장애인 동료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앞에 언급한 바네사의 동료들은 그녀가 직장생활에 훌륭하게 적응해 타의 모범이 될 정도라고 하네요. “바네사의 존재는 천편일률적인 직장구조를 쇄신하고, 직장에 특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녀의 프로젝트 도우미인 라우라 로드리게스는 “바네사가 초기에 문서작업을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잘해내고 있다”고 합니다. 바네사는 “혼자 일하는 게 더 좋지만 항상 라우라가 뒤에 있다는 걸 안다”며 든든해합니다.

 

[[ 라우라 로드리게스와 함께. 스텔라 프로젝트의 도우미들은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원활한 직장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며 수영과 에어로빅을 즐긴다는 바네사는 자신이 일을 통해 자립했고, 더 독립적으로 생활한다고 역설합니다. 옷과 액세서리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으로 컴퓨터 정보처리도 공부할 계획입니다. 바네사가 당당히 걸어가는 인생의 넓은 길이 우리나라와 세계의 모든 장애인들에게 성큼 다가오기를 바랍니다. <끝>

 

2009년 6월8일(월)

‘희망인프라’ 사회투자지원재단

 

※이 글은 세계의 사회공헌 경제와 기업 활동을 소개하기 위한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글로벌 커뮤니케이터 조혜진 씨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