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재단

독일 협동조합 탐방기

사회투자지원재단 2017. 3. 17. 13:34





필자는 사회투자지원재단에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이면서 한신대사회혁신경영대학원(사회적경제)에 재학중이다.

201726일부터 10일까지 필자를 포함한 한신대 교수와 재학생들은 독일 협동조합을 탐방했다.


201723, 우리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첫 탐방지는 베를린이지만 베를린에 국제공항이 없어 프랑크푸르트로 입국했다.

정식 탐방 일정을 시작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어 독일의 유명한 레베매장을 방문하였다.


레베는 독일의 상인협동조합(슈퍼마켓 협동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레베는 1927년 독일 쾰른지역에서 설립되었고 공동구매를 통해 좀더 저렴하게 물품을 구입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들이 방문한 매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큰 매장(필자의 생각)이다.

 매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신기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그 첫 번째가 입구에 위치한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들이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어떤 사람이  위쪽의  구멍에 빈 병이나 빈 페트병을 넣고 영수증을 받아가는 것이다. 살펴보니 재활용품을 기계에 반납하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이었다. 다른 큰 매장에도 대부분 이 같은 재활용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자원재활용에 대한 독일국민의 생활을 엿볼수   있었다.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야채나 과일을 전시하는 대형 냉장고였다. 전면이 유리문으로 되어 있었다.

 유리문  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터치방식으로 작동되는 문이라는 표시가 있어 유리문을 손으로 터치해 보았다. 그랬더니 유리문이  스르르 열리고 조금 뒤에  닫혔다 와우, 놀라운 독일의 기술력. 이런 기술력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조금 더 돌아다니다 보니 모든 가격표가 동일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종이로 된 화면이라고 한다.

  이것은 현재 주목받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전자종이(E-Paper)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매장 안의 모든 전자종이

  는  원격조종된다.

원격조종으로 이 전자종이를 통해 매장안 모든 물품의 실시간 가격을 알려준다. 또한 할인하는 품목이 있거나 특별행사 품목이 있을  경우 일시에 품목의 가격을 변경시켜준다는 것이다. 레베 대형매장을 방문해 보니 자원재활용, 에너지 절감, 기술의 혁신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레베매장 입구에 레베가 유한회사(GmbH)라고 표시되어 있다. ? 레베는 협동조합이라고 했는... 유한회사이면서 협동조합?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탐방내내 궁굼했다.

베를린에 도착해서 처음 탐방한 곳은 주택협동조합이었다.

정식이름은 “Bremer Höhe eG”이다. 독일에서 협동조합을 eG로 표현한다고 한다.

베를린은 독일이 과거 동서가 나뉘어 졌을 때 베를린 역시 동서로 나뉘어져 있었고 통일된 이후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주택문제이다. 통일되고 나서 민영화바람이 불어 주택이 사유화가 되면서

베를린에서 집값이나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고 한다. 특히 동베를린은 더욱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저소득계층의 경우 집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öhe 같은 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Höhe의 경우 조합원이 700명 정도이지만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몇 만명되는 주택협동조합들도 있다고 한다.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과 운영의 내용은 우리의 예상과 달랐다.

첫 번째 조합원들은 전체 자금 중에서 4%만을 감당하고 있다. 즉 전체 자금 중 출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정도라고 한다.

나머지의 자금은 은행이나 지자체로부터 보조(대출 또는 지원)받는다. 자율과 자립을 운영의 원칙으로 삼고있는 독일의 협동조합이라 알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합원이 모두 저소득층이며 주거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베를린시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베를린 시의 경우 조례를 만들어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때문에 조합원이 4%정도의 출자금만 가지고도 지자체와 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4%에 대한 규모는 베를린시의 조례로 정해져있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난 점은 베를린시의 공공주택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공동주택의 일부를 협동조합에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베를린시가 민영화하던 정책을 바꿔 공공주택을 다시 늘려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Höhe 사무국장은 베를린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건물에 대해 독일에서는 대체로 건물의 연한이 80년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지원받는 건물은 대부분 100년 이상인 건물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100년 이상이 되는 건물임에도 튼튼하기는 이루 말할 데가 없다.

벽두께가 보통 60에서 1미터는 되어 보였다. 이 정도의 벽 두께니 튼튼한 건 물론이거니와 난방 또한 매우 우수했다. 우리나라는 보통 아파트 연한이 30년이라고 하던데...


또 하나, 주택협동조합에서 거주하다 취업해서 독립한 청년들의 경우 여유 자금이 생기면 주택협동조합에 저금리로 빌려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주택협동조합은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Höhe의 운영은 조합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총회를 통해 같이 결정하고 공동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잔디밭 같은 공동구역을 같이 관리하는 등등. 이 과정에서 무임승차자의 문제는 없느냐고 질문을 했다. 그런데 사무국장은 그런 질문을 왜 하느냐는 눈치다. 조합원들이 총회에 참여하고 공동구역 관리나 아파트 유지보수 등 자기가 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임승차자가 발생하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그 다음 방문지는 GLS 뱅크였다. GLS뱅크는 사회적은행이다.

사회적은행이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금융을 추구하는 은행이다.

GLS뱅크는 이러한 사회적은행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GLS1974년 설립되어 지금은 보훔,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에 은행을 두고 있다.

주요 투자 영역은 에너지, 농업, 주거, 사회통합 등의 영역이다. 자금확보는 조합원들의 예금과 정부/지자체/유럽연합의 지원금 등이다. 예금과 지원금을 통해 GLS는 사회적목적을 실현하려는 개인이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직들에 일반 은행은 대출이나 지원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은행인 GLS를 만들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조합원들이 예금하는 방식이다. 어느 은행이나 고정된 이자율을 그대로 적용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조합원들이 예금할 때 자신이 받을 이자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이자율을 적게 정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자를 받지 않겠다고도 한다. 이러한 조합원들이 모이고 정부 등의 지원이 이어서 GLS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합원 규모, 자산규모, 투자규모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얼마 전 독일에서 가장 지속성장이 가능한 조직으로 수상까지 했다고 한다.

 

그 다음 방문한 곳은 DZRV이다.

DGRV의 풀네임은 Deutscher Genossenschafts Raiffeisenverband e. v.(German Cooperative and Raiffeisen Confederation reg. assoc.)

이고 독일 협동조합조직의 정점이며 감사조직이다. DGRV에 부동산과 주택

협동조합을 제외한 모든 협동조합 조직들이 가입해 있다. 이곳을 방문하여 독일 협동조합의 다양한 특성들을 알게 되었다. 아래의 그림은 DGRV에서 받은 자료로 독일 전체 협동조합의 구조를 알 수 있는 그림이다.

독일의 협동조합의 전체 구조를 살펴보면

 협동조합은행(1,021),

농업협동조합(2,250), 사업자협동조합(1,325), 에너지협동조합(854), 소비자협동조합(321)이 있고 각 영역별로 사업을 담당하는 연합조직이 있다. 그리고 5개의 지역감사협회가 있고 6개의 특별감사협회가 있다. 그 위에 전체 협동조합의 활동을 지원하는 DGRV가 있다.

그리고 이 구조 안에 들어있지 않던 주택, 부동산 관련 협동조합이 자체 성장하면서 이 모든 협동조합을 아우르는 Free Commitee of the German Cooperative Federations(자유 독일 협동조합 협회)이 있다.

 

독일의 협동조합을 보면 크게 두 가지의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협회(federation, 또는 연합)구조의 발달과 다른 하나는 감사협회이다.

독일은 규모확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능하면 협회를 구성한다. 개별 협동조합의 사업성장을 위해서 사업영역의 성장을 위한 연합체를 만들고, 협동조합의 설립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감사협회를 만들고, 전체 협동조합의 비영리적인 영역의 지원과 발전을 위해 상위조직인 DGRV를 만들었다. 더 나아가 DGRV에 속하지 않던 부동산과 주택 협동조합 등 독일 내 모든 협동조합을 포함하여 자유독일협동조합협회를 만들었다. 이러한 협력과 연대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협회를 구성하는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감사협회이다. 다음의 그림은 협동조합 설립과정과 감사협회의 역할을 보여준다.

 

 

  위 그림의 맨 밑에 있는 화살표가 감사협회의 역할을

  나타낸다.

   감사협회는 협동조합이 시작하는 초기부터 지원을

  시작하여 협동조합의 인증까지를 책임지게 되어 있고

  협동조합의 설립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협동조합을 처음 시작하려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3명 이상의 사람들(독일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조건 중

  하나가 3명이상이 모여야 한다는 것임)이 감사협회에

  가입하고 감사협회와 협동조합은행의 지원을 받아 역량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감사협회가 인증을 해주어야 협동조합으로 정식

  등록하게 된다.

  감사협회의 또 하나의 주요 활동은 협동조합에 대한 감사활동이다. 이를 통해 독일 내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감사협회는 우리나라에 없는 독일의 특이한 구조이다 독일의 방식처럼 우리나라도 관중심의 협동조합 설립이 아닌 민간 주도로 협

  동조합 설립과 운영이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짧은 탐방을 마치고 마르부르크에서 독일 협동조합의 대가(?)인 뮌크너 교수님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독일 협동조합의 역사와 흐름, 그리고 협동조합 법과 현 상황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 하나를 정리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의문을 가졌던 독일에서는 주식회사나 유한회사를 왜 협동조합이라고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독일에서는 일부 주식회사와 유한회사가 협동조합 조직구조에 포함되어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에 관해 질문을 했더니 뮌크너 교수님은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조직이니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이라고 말씀하신다.

독일식 협동조합의 명쾌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법과 제도를 좀 더 연구해봐야겠지만 독일은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하는 듯하다. 독일에서는 한 조직이 주식회사냐, 유한회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운영주체인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중요시하나 보다.

 

독일은 비영리조직들의 활동이 왕성한 나라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사회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독일 협동조합은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독일 협동조합의 협회구조와 감사협회의 활동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독일 협동조합의 구조와 운영이 우리 사회에 적용가능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